셀트리온 ‘허쥬마’ 미국에서 고전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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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의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바이오시밀러 허쥬마가 미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점유율 1, 2위를 달리는 일본, 유럽과 달리 미국에선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경쟁사보다 늦게 시장에 진입하고, 초기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허쥬마는 사람 상피세포증식인자 수용체(HER)2 과발현 유방암 및 위암 표적 치료제인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다. 2014년 국내에서 첫 승인을 받고 2018년 유럽과 미국에서 차례로 판매허가를 따냈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트라스투주맙 시장은 유방암, 위암 환자 증가에 따라 2021년 20억8000만달러(2조8000억원)에서 연평균 27.1% 성장해 2026년 69억달러(9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은 이 중 약 50%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셀트리온은 유럽과 일본에서의 성공 경험을 통해 허쥬마의 미국 시장 안착을 자신했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허쥬마의 유럽 시장점유율(처방량 기준)은 전분기 대비 4.7%포인트 오른 19.2%로 오리지널약 허셉틴 다음 2위다. 같은 기간 일본에선 점유율 61%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셀트리온과 함께 트룩시마(혈액암 치료제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의 성공 신화를 쓴 테바(Teva)를 허쥬마의 미국 현지 유통사로 정한 사실도 기대감을 키운 요인 중 하나다. 지난 6월말 기준 트룩시마의 미국 점유율은 31%로 오리지널 ‘리툭산’을 누르고 화이자의 루시언스 다음 2위에 올랐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허쥬마는 미국에서 부진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블룸버그, 하나증권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허쥬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전월 대비 0.1%포인트 오른 1.7%로 집계됐다. 현지에서 판매 중인 트라스투주맙 성분 6개 의약품 중 가장 낮은 수치다.

같은 기간 암젠의 바이오시밀러 칸진틴 점유율은 31.1%로 가장 높았고, 오리지널 의약품인 로슈의 허셉틴 28.6%, 화이자 트라지메라 23.5%, 마일리·바이오콘 오기브리 10.3%, 삼성바이오에피스 온트루잔트 4.8% 순이었다.


이처럼 허쥬마가 시장에서 뒤처지는 이유는 경쟁사보다 한발 늦게 시장에 진출한 영향이 컸다. 허쥬마는 2018년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중 가장 먼저 미국 판매승인을 얻었으나 출시는 5개 시밀러 중 네 번째였다. 일본과 유럽 시장에서 허쥬마는 각각 첫 번째, 두 번째로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트룩시마도 미국 시장에 ‘퍼스트무버’로 진입해 점유율을 키웠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허쥬마는 인플렉트라(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성분명: 인플릭시맙)나 트룩시맙과 비교해 경쟁사보다 출시 시기가 늦다 보니 점유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바이오시밀러는 제품 간 성분과 효능이 같아 조기 진출을 통해 시장에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밖에 출시 초기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탓도 있다. 허쥬마가 미국에 판매승인을 받은 한 달 전후로 화이자의 트라지메라, 삼성바이오에피스 온트루잔트는 오리지널보다 각 25%, 15% 저렴한 도매가(WAC)로 시장에 나왔다. 반면 허쥬마의 도매가는 오리지널보다 10% 낮고, 5개 바이오시밀러 중 가장 높았다.

이러한 부진을 딛기 위해 셀트리온은 지난 4월 직판으로 출시한 베그젤마와 패키지딜(일괄거래) 판매 전략을 펼치는 등 기존 제품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실행하고 있다. 또 향후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을 통해 거래구조를 이전보다 단순화해 제품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셀트리온그룹의 바이오시밀러 거래구조는 셀트리온이 제품을 개발해 만들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이를 구매해 해외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합병 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과 거래 과정에서 발생했던 비용이 줄어 기존 바이오시밀러의 가격을 낮출 수도 있다.

셀트리온은 허쥬마 출시 이후 리베이트나 추가 할인 등을 통해 실제 판매비용(ASP)을 낮추며 가격 경쟁력 확보에 꾸준히 힘쓰고 있다. 9월 기준 허쥬마420mg의 판매가격은 592달러로 트라지메라 다음 두 번째로 낮다.

제약바이오분야 한 애널리스트는 “아직 합병을 통한 원가율 개선 수준을 정확히 예측하긴 어렵다. 이전에 셀트리온으로부터 높은 가격에 매입한 재고를 언제 다 소진할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해야한다”면서도 “바이오시밀러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가격이니 이를 낮춘다면 일정 수준의 점유율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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