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별사] 대한민국을 점령한다고? 위치 기반 RPG ‘빌딩앤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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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별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게임들이 쏟아져 무엇을 플레이해야 할지 모를 게이머들을 위한 게임 리뷰 코너입니다. 새로 출시됐거나 추천할 가치가 있는 게임들을 가감 없이 감별해 전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10월 26일 정식 오픈한 ‘빌딩앤파이터’. [사진=넥슨]

[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위치 기반 게임은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쉽지 않은 장르다. 위치 기반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라는 걸출한 흥행작이 나오긴 했지만 이후 나온 게임들은 빈번히 고배를 마셨다.

PC나 콘솔, 심지어 모바일 게임마저도 앱플레이어로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현재 현실 세계를 직접 발로 뛰며 즐기는 위치 기반 게임은 비주류로 꼽히는 게 사실이다. 포켓몬고마저 ‘포켓몬스터’라는 IP의 힘이 없었다면 흥행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도 없지 않다.

이런 분위기 속에 과감히 위치 기반 게임에 도전장을 내민 신작이 나왔다. 넥슨이 퍼블리싱하고 에이스톰이 개발한 모바일 게임 ‘빌딩앤파이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던전앤파이터’ 디렉터를 역임한 김윤종 에이스톰 대표가 진두지휘한 신작이어서 출시 전부터 주목을 받은 게임이기도 하다.

던파와 왠지 작명이 비슷한 빌딩앤파이터는 폐허가 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액션 RPG다. 던파와 같은 벨트스크롤은 아니며, 위아래 이동은 불가능한 횡스크롤 시점을 택했다. 때문에 마치 대전 액션게임을 하듯 방향키와 기술을 동시에 터치하는 등 간단한 커맨드 입력 방식으로 나름의 컨트롤을 요구한다.

일견 여느 횡스크롤 액션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은 빌딩앤파이터의 결정적인 차별화 요소는 서두에 밝힌 것처럼 위치 기반 콘텐츠다. 이 게임의 배경은 놀랍게도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 대한민국으로 이용자가 거주하는 지역이 주 무대가 된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거점을 설정하게 되는데, 이때 내 주변 지도가 게임에 펼쳐진다. 지금 내가 거주하는 집을 거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익숙한 주변 환경이 빌딩앤파이터에서 구현된 광경은 낯설면서도 흥미롭게 느껴졌다. 맵을 최대한 늘려보면 대한민국 국토가 전부 게임맵으로 구현돼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포켓몬고에서도 현실 속 주요 시설들이 ‘체육관’ 등으로 설정돼 있듯 빌딩앤파이터에 구현된 현실 맵 주요 지점들은 점령할 수 있는 ‘빌딩’이 들어서 있다. 게임 내 세계관에서 빌딩은 공성을 통해 점령할 수 있는 중요 지점으로 타 게이머가 점령한 빌딩을 빼앗거나 혹은 빼앗길 수 있다. 또한 내 거점을 중심으로 육각형으로 구현된 타일을 하나하나 넓혀나갈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내가 보유한 캐릭터와 캐릭터의 전투를 돕는 ‘부하’들의 스펙을 열심히 높여야 한다.

‘빌딩앤파이터’의 플레이 화면. [사진=넥슨]

빌딩앤파이터가 위치 기반 콘텐츠에 과하게 치중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굳이 집 밖을 바삐 돌아다니지 않아도 게임 진행에는 불편함이 없을 정도다. 위치 기반 콘텐츠는 양념이고 그 외에는 흥행 방식이 입증된 수집형 RPG의 재미를 충실히 따랐다는 인상을 받았다. 포켓몬고 이후 등장한 위치 기반 게임들 현실 발품을 반강제하다시피한 것과 다른 점이다.

RPG적인 게임성은 무난한 편이다. 이용자는 근거리와 원거리로 포지션이 잡힌 3종 직업 중 하나를 택해 육성할 수 있으며 다양한 개성을 지닌 부하 캐릭터들을 수집해 나만의 팀을 구성할 수 있는 방식이다. 굳이 위치 기반 게임이라고 의식할 필요 없이 스테이지와 퀘스트를 하나 하나 클리어하다 보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현실 세계의 영토를 점령해 나간다는 설정은 분명 획기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정식 출시 이후에도 충분한 이용자 수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항상 새로운 즐길 거리를 추가해야 한다는 RPG 개발사의 숙명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시와 동시에 선보인 ‘땅따먹기’가 빌딩앤파이터의 근간이자 엔드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굳이 새 콘텐츠를 내지 않아도 게이머들이 내 빌딩을 지키고 다른 빌딩을 점령하기 위한 전투에 전념할 것이란 그림이 머릿 속에 그려졌다. 천편일률적 게임에서 벗어난 과감한 시도는 언제나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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