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데이터센터 건설계획에 허수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투자를 진행하지 않으면서도 전력 공급권을 선점하기 위한 일종의 ‘알박기’로, 송전망 투자 왜곡을 우려한 한전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전은 최근 전기사용 신청이 급증하고 있는 데이터센터에 대해 지난 7월부터 ‘전기공급실태 자체 특별감사’를 벌인 결과, 전기 사용 신청 건수의 약 3분의2가 실수요 고객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3일 밝혔다.
한전은 지난 2020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접수된 데이터센터 전기사용예정통지 1001건 중 67.7%에 해당하는 678건이 실수요가 아닌 것으로 분석했다. 한 개의 주소에 6개 회사가 신청한 사례, 한 회사가 28 곳에서 신청한 사례 등이 있었다.
한전으로부터 전력공급 승인을 받고 나서 1년이 지나도록 전기사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사례도 33건 있었으며, 전기사용계약서에 명시한 전기사용일이 6개월 이상 경과됐음에도 전력을 공급받기 위한 설비의 시공이 완료되지 않은 사례도 3건 있었다.
데이터센터와 같은 대용량(5MW 이상)의 전력을 필요로 할 경우 우선 한전에 ‘전기사용예정통지’를 하고, 한전으로부터 전력공급이 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으면 토지나 건축물의 소유자 동의를 받아 ‘전기사용신청’을 하며, 이후 한전과 ‘전기사용계약’을 체결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소유자 동의나 실제 투자 진행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전력 확보부터 해놓고 전력공급이 확정된 부지 매매를 통해 개발이익을 취하려는 일부 데이터센터 개발업자들로 인해 실수요에 기반한 송변전 설비 투자 계획 수립에 지장을 준다는 것이다.
한전은 “실수요자가 아닌 사업자가 장기간 공급용량을 선점함에 따라 데이터센터를 필요로 하는 실수요자들이 전력 공급을 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고객 편의를 위한 전기사용예정통지 절차가 부동산 개발이익을 추구하는 사업자들에게 악용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전은 데이터센터 전기사용예정통지 단계부터 토지나 건축물의 소유자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만들고, 실수요 목적이 아닌 전기사용예정통지를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장기간 공급용량을 선점하고 있는 전기사용신청을 반려하고, 계약을 해지할 계획이다.
전영상 한전 상임감사위원은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수적인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면서 지역특성상 데이터센터 구축이 용이한 지역을 ‘데이터센터 설립 권장지구’로 지정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데이터센터 연관산업 클러스터’를 촉진할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데이터센터 인프라 관련 기관들의 협의기구 구성을 추진할 필요가 있음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