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쳐와 MMORTS의 꽤 괜찮은 융합”, 그랜드크로스: 에이지오브타이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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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 에프엔씨에서 개발한 MMORTS 그랜드크로스: 에이지오브타이탄(이하 그랜드크로스)이 9일 글로벌 출시되었다.

그랜드크로스는 세븐나이츠와 같이 넷마블 오리지널IP(지식재산권)로 현실 세계의 유진과 미오가 갑자기 발생한 차원이동현상 ‘그랜드크로스’로 위기에 빠진 왕국 ‘스카이나’로 소환되고 그곳의 여러 영웅들을 이끌며 위기에 빠진 왕국을 구하는 이야기다.

쉽고 편한 시스템

MMORTS 장르는 성을 발전시켜 자신이 속한 지역을 정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과정에서 유저는 심시티처럼 여러 건물을 짓고 기병, 궁병 등 군대를 양성해야 하며 목재, 석재 등 자원을 채집해야 한다. 더불어 군을 이끌 여러 영웅을 성장시켜야 하며 성 밖 자원 수집은 물론 몬스터와의 전투를 통해 경험치를 쌓아야 한다.

홀로 성장한다 해서 천하를 제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MMO가 붙은 만큼 다른 수많은 유저와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그렇기 때문에 연맹이라는 집단을 이뤄야 한다. 야망을 가진 유저라면 연맹을 키우기 위해 애써야 하고 그렇지 않은 유저라 해도 연맹의 보호막안에 있으려면 기본적인 연맹의 요구 즉 연맹이 목표로 하는 곳을 점령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해야 하고 꾸준한 기부활동 등으로 연맹을 살찌워야 한다. 천하를 도모하는 것을 떠나 다른 연맹에 점령당하는 굴욕을 맛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연맹을 발전시키는 것은 중요하다.

이처럼 MMORTS는 여러가지 다소 복잡해 보일 정도로 해야 할 것이 많다. 편하디 편한 모바일 게임에 익숙한 대한민국 유저에게 이것저것 여러가지 요구를 하는 게임은 그 자체로 핸디캡을 가지고 시장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

그런 이유로 최대한 쉽고 직관적인 시스템 구성은 필수다. 그랜드크로스는 이런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적절한 가이드는 장르적 복잡도를 낮춰주며 초반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더라도 퀘스트만 따라가도 막힘 없이 성장할 수 있다.

가이드도 직관적이고 세심하다. 장인의 집을 따로 둬서 건물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일종의 일꾼들의 상태가 어떠한 지 직관적으로 체크할 수 있다. 더불어 지금 당장 수행가능한 일들 즉 완료해야 할 업그레이드나 훈련을 마친 병사 등에 대한 정보를 성 앞 책을 들고 있는 소녀가 아이콘으로 표시해준다. 유저는 이 아이콘을 터치하면 해당 건물로 이동할 수 있다. 초반에야 영지의 규모가 작아 한눈에 해야 할 일이 보이지만 영지가 커지고 건물이 많아지자 이런 편의기능이 상당히 유용했다.

서브컬쳐와 MMORTS의 만남

그랜드크로스는 영웅이 중심이 되는 전략게임이다. 좋은 영웅을 보유해 성장시켜야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영웅시스템은 다른 MMORTS게임에도 사용하는 시스템이지만 그랜드크로스는 서브컬쳐를 접목해 영웅의 캐릭터성을 살렸다.

영웅은 북유럽 신화의 발키리, 원탁의 기사의 갤러해드, 북부여를 건국한 부여의 시조 해모수, 일본의 요괴 카마이타치 등 신화 속 인물은 물론 요괴 등 익숙한 캐릭터를 나름의 해석으로 표현했다.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캐릭터 디자인은 캐릭터에 더 많은 애정을 갖게 한다.

전투 역시 재미있게 표현된다. 각 부대는 영웅을 앞세워 전투에 돌입하는데 기본이 되는 기마병, 궁병, 보병, 공병 외에 해전, 공중 유닛, 공성 유닛 그리고 타이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병과의 전투가 이루어지며 재미를 더한다.

다만 부대가 한 장소에 몰리게 되면 목표를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어 전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 부분은 수정이 되었으면 한다.

지루한 시간과의 싸움

이런류의 게임에서 가장 큰 허들은 시간이다. 건물 업그레이드에도 병력 모집에도 정해진 시간을 보내야 한다. 초반에야 시간이 짧지만 이내 1, 2시간은 기본이고 하루 이상 걸리게 된다. 가속 아이템이 있다면 그나마 낫지만 아이템도 다 떨어지면 그때부터는 시작되는 시간과의 싸움은 상당한 인내를 요구한다.

아쉽게도 그랜드크로스는 이 싸움의 난이도가 초반부터 매우 높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긴 시간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더군다나 건설 장인의 수도 1명이다. 물론 아이템을 사용하면 추가 장인을 영입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아이템을 사용했을 때 이야기고 아이템이 없으면 1명으로 업그레이드나 건설을 진행해야 한다. 시간도 길어지는데 장인은 1명밖에 없으니 당연히 게임의 진행은 더딜 수밖에 없다.

모든 장인이 일을 하고 있고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병력을 훈련 중이고 행동력은 바닥이 났다면, 즉 당장 할 일이 아무것도 없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일 때 이 기다림의 지루함을 덜어줄 콘텐츠가 매우 부족하다.

물론 시간을 돈으로 사지 않는 이상 당연히 기다려야 하는 것은 이 장르의 숙명인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최대한 유저가 게임을 떠나지 않도록 붙잡아 두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게임에 시간을 많이 쓸수록 다시 게임을 찾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쉬운 점은 새로운 지역이 열렸을 때 스토리 전투가 1개 내지 2개 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역이 열렸을 때 더 많은 이벤트와 전투를 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시간을 게임을 하면서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랜드크로스는 새로운 지역이 열리거나 고난의 탑이 있어도 한 시간 아니 30분을 때우기도 어렵다.

PC, 모바일 플랫폼간 원활한 연계가 되지 않는 점도 넷마블의 규모나 네임벨류를 봤을 때 의아한 부분이다.

그랜드크로스는 PC버전으로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우선 모바일버전으로 접속해 이메일 연동을 해야 PC에서 플레이 할 수 있다. 쿠폰입력도 PC버전에서는 불가능하다. (쿠폰은 iOS에서도 입력할 수 없다) 그래서 특정 쿠폰입력 웹페이지를 통해야 한다. 다른 PC, 모바일 멀티플랫폼 게임은 PC던 모바일이던 안드로이드이던 iOS던 플랫폼, OS를 가리지 않고 게임 접속 혹은 쿠폰입력에 어려움은 없다. PC버전만 깔아도 계정생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귀찮음은 분명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준다. 더 편리하게 바뀌었으면 한다.

좀 더 다듬었으면 하는 아쉬움

클래시 오브 클랜의 성공으로 MMORTS는 흥행 장르가 되었다. 이후 출시된 라이즈오브킹덤즈와 삼국지 전략판 등이 글로벌 히트에 성공하며 이를 증명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 3가지 게임을 빼면 딱히 떠오르는 흥행작이 없을 정도로 중간이 없는 장르이기도 하다.

그랜드크로스가 좀 더 디테일을 살려 출시되었다면 훌륭한 MMORTS 게임이 되었을 것 같다. 그만큼 장르적 재미는 물론 서브컬쳐와의 접목도 신선하고 훌륭했기 때문이다.

좀 더 풍성하게 콘텐츠를 보강하고 인내의 시간을 좀 더 덜 지루한 방향으로 레벨 디자인을 손 본다면 분명 지금보다 더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려 놓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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