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부터 2022년까지 국적을 상실 또는 이탈한 한국인은 26만2305명. 연평균 약 2만명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 다양한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자녀에게 양질의 교육환경을 마련해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특히,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지로 투자 이민할 경우, 영주권 취득까지의 기간이 짧고 원하는 지역에서의 거주와 자녀의 무료 공교육 혜택은 물론, 배우자 취업 활동도 가능해 신청자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그 가격은 매년 치솟고 있다.
먼저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미국으로 투자 이민을 신청하고자 하는 사람은 보통 80만달러(약 9억원) 또는 105만달러(약 11억원)를 미국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투자 이민에서 투자는 현금, 재고 자산, 담보부부채, 유형자산, 또는 현금등가액이 미국 달러 공정 시장 가격으로 정해져 있다. 만약 투자한 사업체가 고용표적지역, 또는 고용 창출 대상 지역(TEA)에 위치해 있다면 80만달러를, 그 외의 지역이라면 105만달러를 투자하면 된다.
복지혜택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캐나다 투자 이민을 하기 위해서는 캐나다 달러로 200만달러(약 18억원) 자산 증빙에 120만달러(약 11억원)를 5년간 무이자로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캐나다 연방정부의 투자 이민제도는 오랫동안 멈춰있고, 퀘벡 지역 투자 이민만 가능하다. 이마저도 투자금액이 지속적으로 상향되다 내년까지는 중단된 상태다. 퀘벡주가 불어 사용권이기 때문에 영주권을 취득한 후 다른 주로 이동을 많이 하자 이러한 부작용을 보완한 후에 다시 시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뉴질랜드의 투자 이민 금액은 전 세계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특히, 뉴질랜드는 상속세와 양도세 등이 거의 없어 관심이 높은 곳이다. 뉴질랜드 투자 이민 시엔 두 가지 카테고리가 존재하는데, 첫 번째 경우 최소 투자 금액은 뉴질랜드 달러로 500만달러(약 40억원), 두 번째의 경우엔 1500만달러로 한화 약 120억원을 투자해야 한다.
호주 역시 투자금액에 따라 소액투자와 고액투자, 초고액투자로 나눠져있으며 자격 조건도 다르다. 소액 투자금액은 호주 달러로 150만달러(약 12억원), 고액투자금액은 500만달러(약 42억원), 초고액 투자금액은 1500만달러(약 120억원)이다. 호주는 뉴질랜드와 마찬가지로 고액투자 이민제도는 제한 조건이 거의 없지만 소액투자 이민의 경우 점수와 나이제한이 있다.
투자 이민을 고민하는 사업가들에게는 ‘국외전출세’도 복병이다. 이는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인 국내 거주자가 해외로 이주 등의 사유로 인해 국외로 출국하게 될 경우, 당시 소유하고 있는 국내 주식 등의 평가이익을 양도소득으로 보고 세금을 납부하는 제도다. 이는 미국의 ‘국적포기세(Expatriation tax)’와 비슷하다. 미국은 2008년부터 시민권자 또는 국적포기일 직전 15년 가운데 8년 이상 미국에 거주한 영주권자가 시민권 또는 영주권을 포기할 경우 모든 자산을 양도한 것으로 가정해 국적포기세를 과세하고 있다. 높은 세금을 피해 부자들에게 고율의 세금을 받지 않는 이른바 ‘세금 천국(Tax Haven)’으로 도피하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벌금을 낼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 국가도 국적 포기자에 대한 과세 제도를 두고 있다. 세금 부과 방식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은 국적 포기자의 모든 재산을 시가로 양도한 것으로 보고 세금을 부과한다. 반면 일본, 뉴질랜드, 프랑스, 독일, 덴마크, 오스트리아, 등은 미국 등과 비교해 세금 적용 범위가 좁은 국외전출세를 채택하고 있다. 국적 포기자의 재산 가운데 유가증권 등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리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출국세 도입 권고를 계기로 국외전출세를 규정해 2018년 1월1일부터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조사 결과,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국외전출세 대상으로 양도소득세를 신고한 인원은 78명이다. 숫자는 적지만 세액은 840억원에 달한다. 1명당 10억원이 넘는 국외전출세가 부과된 셈이다.
해외 이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질수록 정부의 역외탈세 감시망은 더 촘촘해지고 있다. 현행법상 해외에서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해외주식을 사는 등 자본거래를 할 때는 한국은행이나 외국환은행에 이를 미리 신고해야 한다. 국외전출세 과세 대상에서 국내 부동산이 제외된 이유 역시 부동산은 비거주자인 경우에도 국내원천 소득에 대해 국내에서 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대부분의 조세조약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태료도 오르고 있다. 부동산 거래 내역을 신고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서류를 제출하면 취득하거나 처분한 금액의 10%(1억원 한도)를 과태료로 물어야 한다.
국적포기세나 국외전출세와 같은 외국 전출 시 규제를 두는 국가 역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계화 시대에 해외 이주를 통한 부자들의 세금 회피는 사실상 모든 나라가 겪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국외전출세가 거주지 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주주 가운데 역외 탈세 목적이 아닌 개인적 사정으로 국적을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조세피난처 등으로 이민을 하는 사람에게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상대적으로 소득세율이 낮고 자본이득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 나라로 떠나는 경우에 한해 국외전출세를 물려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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