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 또 ‘수혈’…영업 정상화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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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그룹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 또 자금을 투입했다. 회생절차 여파로 마비됐던 상품 공급 체계를 복구하는 데 인수대금과 별도로 적지 않은 자금이 소요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이탈했던 고객이 다시 매장을 찾을 때까지 당분간 하림그룹의 자금 지원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200억 베팅 후 또
하림그룹 계열사 엔에스쇼핑은 지난달 28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실시한 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새로 발행한 보통주 2000주를 엔에스쇼핑이 모두 현금으로 사들이는 방식이다. 증자 후에도 엔에스쇼핑의 지분율은 100%다.
지난 8월 100억원에 이어 이번 출자까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 후 추가로 투입한 자금은 300억원에 달한다. 인수 당시 치른 1206억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엔에스쇼핑의 누적 출자액도 1501억원으로 늘어났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이번 증자에 대해 ‘단계적인 영업 정상화를 위한 자본 확충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엔에스쇼핑이 출자를 이어가는 건 회생절차 기간에 위축된 매장 영업을 정상화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1년 넘게 납품 차질을 겪으며 진열대를 제대로 채우지 못했고 그 사이 고객 상당수가 이탈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엔에스쇼핑이 인수할 당시부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정상화하려면 점포 정비 등에 추가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엔에스쇼핑이 가장 먼저 집중한 것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상품 공급 정상화다. 엔에스쇼핑은 인수 완료 전부터 협력사 120여 곳의 납품대금 지급을 보증해 납품이 재개되도록 했다. 이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284개 점포의 판매 상품 수와 재고량을 예전 수준으로 되살리는 데 주력해 왔다.
이와 함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신선식품 강화와 매장 설비 개선에도 자금을 투입했다. 특히 공을 들인 분야는 하림그룹의 주력인 축산 상품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축산 상품 취급을 늘리는 한편 신선육 품질 유지를 위한 매장 냉장 설비 정비에도 비용을 집행했다. 그룹의 축산·식품 역량을 매장에 접목해 시너지를 내는 동시에 다른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차별화되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만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투자로 풀이된다.
실제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영업 지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엔에스쇼핑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일평균 매출은 인수 전의 약 2.6배로 증가했고 일평균 객수도 약 2.2배로 늘었다. 상품 공급이 정상화되면서 매장을 떠났던 고객도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인수 전 실적이 납품 차질로 크게 위축돼 있었던 만큼 기저효과를 감안해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바구니 잡아라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회복세를 실적 안정으로 이어가려면 충성 고객 확보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인근 주민의 반복 구매가 실적을 좌우하는 SSM 업태 특성상 일시적인 매출 증가만으로는 영업이 안정되기 어려워서다.
이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재방문율을 높이기 위해 신선식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매장에서 신선식품의 원산지와 품종, 익은 정도를 안내하고 고객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에 연중 고정 가격제를 적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소비자가 품질을 직접 확인하고 가격 변동 걱정 없이 장을 볼 수 있도록 해 매장을 꾸준히 찾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NS홈쇼핑의 건강기능식품 등을 들여와 상품 구색도 넓혔다.

고객 회복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엔에스쇼핑의 자금 지원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하림그룹 차원의 자금 여력을 고려하면 당장의 추가 출자를 감당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고 본다. 엔에스쇼핑은 차입금이 거의 없고 지주사인 하림지주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현금성 자산은 2조원에 육박한다.
다만 SSM 업황은 변수로 꼽힌다.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 소비자가 늘어난 데다 대형마트·편의점과의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SSM 시장은 성장 정체에 빠져 있다. 업황 부진으로 정상화가 늦어지면 엔에스쇼핑의 실적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엔에스쇼핑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손익은 연결 실적에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

정상화를 마무리하더라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는 점포망 확대라는 중장기 과제가 남아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그동안 직영점 위주로 점포를 운영해 왔다. 지난해 기준 가맹점 비중은 23.5%에 불과하다. 본사가 출점 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직영 방식은 점포망을 넓힐수록 엔에스쇼핑의 자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SSM 업계 1위 GS더프레시가 가맹점 비중을 81.4%까지 끌어올리면서 점포망을 확대한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엔에스쇼핑의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 점포망을 넓히려면 가맹사업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최근 일부 직영점을 가맹점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수원권선점과 의정부호원점에 이어 이달에는 천안신방점이 가맹점으로 전환됐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기존 점포의 매출과 운영이 안정된 이후 신규 출점과 가맹 확대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관계자는 “기존 점포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고객 재방문과 반복 구매를 늘리고 안정적인 매출 기반부터 확실히 다지겠다”며 “이를 바탕으로 사업 확대 가능성도 차근차근 살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