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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소생]’모디슈머’ 레시피만큼 맛있을까…’감바스 짜파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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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의 신제품 ‘감바스 짜파게티’/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편집자]

*본 리뷰는 기자가 제품을 직접 구매해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모디슈머

최근 식품업계의 신제품 트렌드는 ‘모디슈머 레시피’다. 모디슈머는 수정하다라는 의미의 ‘Modify’와 ‘소비자(Consumer)’를 합성한 단어다. 소비자가 직접 기성 제품의 레시피를 변주해 창작 요리를 만들고 SNS에 공유하는 문화에서 나온 말이다. SNS에서 화제가 된 모디슈머 레시피라면 어느 정도 검증이 됐다고 볼 수 있다. 레시피도 세세하게 공개된 만큼 또다른 변주도 자유롭다. 

신제품에 굶주린 식품 기업들이 이를 놓칠 리 없다. 이슈가 된 모디슈머 레시피가 있다면 잽싸게 이를 제품화한다. ‘원작’이 자사 제품인 만큼 표절이나 미투상품 시비에서도 자유롭다. SNS에서 유명세를 탄 레시피인 만큼 출시 초 입소문도 빠르게 난다. 모디슈머 레시피에 관심이 없는 소비자라고 해도 자신이 알던 기존 제품을 기반으로 나온 신제품인 만큼 관심을 갖는다.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모디슈머 레시피의 제품화를 이끈 농심 짜파구리/사진=농심

이 모디슈머 레시피를 가장 잘 활용하는 기업이 농심이다. 제품 라인업이 많아 소비자들이 창작요리에 농심 제품을 많이 활용하기도 할 뿐더러 농심도 모디슈머들이 만든 창작 요리를 제품화하는 데 적극적이다. 대표적인 게 ‘짜파구리’다.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매콤한 볶음면을 만드는 이 레시피는 1990년대부터 인기를 끌던 스테디셀러 레시피다. 

이후 2013년 ‘아빠! 어디가?’에서 짜파구리를 먹는 모습이 전파를 타며 전국적으로 붐이 일었고 2019년 영화 기생충에서 짜파구리가 등장하며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농심도 이에 힘입어 2020년 4월 짜파구리를 정식으로 상품화한다. 

짜파구리로 재미를 본 농심은 이후로 신라면과 짜파게티를 섞은 ‘신볶게티’, 신라면에 우유를 넣어 크림 파스타화한 ‘신라면 툼바’, 여기에 토마토소스를 섞은 ‘신라면 로제’, 너구리에 카레가루를 넣은 ‘카구리’ 등 온갖 모디슈머 레시피를 제품화했다. 최근엔 라면만이 아닌, 너구리에 스낵 ‘양파링’을 섞은 ‘너구링’을 내놓기도 했다.

1등 레시피

농심의 수많은 모디슈머 레시피 제품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건 ‘신라면 툼바’다. 출시 두 달 만에 1000만개가 팔리며 ‘스타 등극’을 예고했고 지난해 말엔 글로벌 1억개 판매를 돌파했다. 출시 1년 반 만에 거둔 성과다. 

신라면 툼바 역시 ‘예고된 성공’이었다. 라면으로 투움바 파스타를 만드는 모디슈머 레시피는 원래 안성탕면이 원조다. 농심이 안성탕면 출시 30주년 기념으로 연 레시피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레시피다. 이후 SNS에서 신라면으로 만든 ‘매콤한 투움바’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농심이 이를 제품화해 대성공을 거뒀다.

농심의 신제품 ‘감바스 짜파게티’/사진=농심

이번에 농심이 출시한 신제품 ‘감바스 짜파게티’ 역시 ‘1등’ 타이틀을 받은 레시피다. 농심이 2025년 개최한 ‘짜파게티 요리사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후 SNS에서 ‘짜파게티 1등 레시피’라며 공유됐고 그 맛을 인정받았다. 제품화가 되지 않을 리 없는 수순이다.

감바스 짜파게티의 원 레시피는 단순하다. 올리브유를 듬뿍 넣고 편마늘과 페페론치노, 새우를 넣고 익히는 요리 ‘감바스 알 아히요’에 삶은 짜파게티 면과 스프를 넣고 비비면 끝이다. 마늘과 새우의 맛과 향이 듬뿍 우러난 올리브오일에 짜파게티를 버무려 먹는 셈이다. 감칠맛이 폭발하는 ‘사기 조합’이다. 

농심의 감바스 짜파게티는 이 레시피를 단순화했다. 별첨 올리브유에 마늘향을 넣고, 새우 대신 새우볼을 넣어 향을 더했다. 건더기에는 올리브맛 플레이크와 튀김마늘을 추가해 구색을 맞췄다. 

물론 재료를 아끼지 않고 오로지 ‘맛’만을 추구하는 모디슈머 레시피와 가격, 조리 편의성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기성 제품을 맛으로만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차라리 만들어 먹고 말지’라는 생각까지 들어서는 곤란하다. 농심의 ‘감바스 짜파게티’는 어느 자리에 위치해 있을까.

‘진짜’와 비교하면?

우선 원조인 모디슈머 레시피는 어떨까. 앞서 인기를 얻었던 신라면 툼바나 짜파구리와는 다르게 감바스 짜파게티는 원재료에서부터 ‘요리’에 가까운 메뉴다. 사실상 감바스 알 아히요라는 요리에 짜파게티만 더한 메뉴다. 앞서 설명했듯 맛은 ‘폭력적’이다. 

짜파게티의 모디슈머 레시피는 대부분 기존 제품에 부족한 감칠맛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돼 있다. 감바스 알 아히요 자체가 한국인이라면 싫어하기 어려운 마늘과 새우를 듬뿍 넣어 익힌 감칠맛 덩어리 요리다. 올리브유에 짜파게티 스프와 면이 들어가며 살짝 튀겨지는 점도 맛의 조합을 극대화하는 요소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맛본 ‘모디슈머 요리’ 중 첫 손에 꼽을만한 맛이라는 느낌이다.

가수 성시경이 자신의 유튜브에서 만든 ‘감바스 짜파게티’/사진=성시경 유튜브

농심이 만든 감바스 짜파게티는 어땠을까. 사실 먹기 전에는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다. 원조 레시피 자체가 대량의 원재료를 투입해야만 맛이 나는 요리다. 기껏해야 별첨 올리브유에 향을 띄우고, 건더기 스프를 약간 늘리는 정도로는 맛의 핵심을 포착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식품공학의 정점’ 농심은 이 맛을 어느정도 따라하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핵심은 ‘별첨올리브유’다. 마늘 향이 가득하다. 기존 짜파게티는 양파풍미유·짜장풍미유·혼합올리브유·양파조미유 등 4가지 기름이 블렌딩된다.

반면 감바스 짜파게티는 채종유를 베이스로 구운마늘풍미유와 압착올리브유, 대파풍미유를 더했다. 마늘 분말도 전체의 4%나 된다. 신제품의 핵심 요소다. 사실 ‘감바스(새우)’ 짜파게티가 아닌 ‘아히요(마늘)’ 짜파게티라고 해야 정확한 맛이다.

농심의 신제품 ‘감바스 짜파게티’/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감바스 알 아히요의 또다른 핵심인 새우의 경우 건더기 스프의 새우볼로 구색을 맞춘 뒤 새우 분말로 실제 맛을 냈다. 새우 특유의 해산물 풍미가 느껴진다. 재미있는 건 면이다. 일반 짜파게티의 면보다 소금 함량이 높다. 마늘과 새우 향이 강해진 만큼 면에도 힘을 줬다. 농심의 세심한 맛 밸런스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다만 원작의 폭력적인 맛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앞선 신라면 툼바나 짜파구리, 신라면 로제는 ‘라면’의 카테고리 안에서 맛의 조합을 찾아냈거나, 작은 터치로 맛의 변화를 이끈 메뉴를 제품화했다. 맛의 구현이 어렵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감바스 짜파게티의 경우 원가가 높은 새우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올리브오일과 마늘은 양보할 수 없는 요소다. 이를 짜파게티의 틀 안에 욱여넣다보니 예상범위 내의 제품이 나오게 된다. 원작을 맛보지 않고 이 제품만 맛본 소비자라면 “그냥 마늘맛 짜파게티네”라고 평가하기 쉽다. 마늘올리브유의 양만이라도 3배쯤 늘려줬다면 훨씬 좋은 평을 받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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