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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베팅, 승자는]하나금융, ‘두나무’ 선점…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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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은 지난 5월 하나은행을 통해 두나무 지분 6.55%를 1조원에 확보했다. 애초 시장에선 카드나 보험 등 열악한 비은행 계열사 M&A 가능성을 높게 점쳤지만 하나금융의 선택은 예상을 깼다. 

‘새 금융 체계’ 선점…승부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업계에선 당장의 실익보다 디지털자산이라는 새로운 금융 체계에 대비한 투자로 본다. 원화·달러 같은 법정화폐를 기준으로 돌아가는 기존 전통 금융과는 기술 기반부터 완전히 다른 체계에 올라타기 위한 투자라는 것이다.

▷관련기사: M&A 잠룡 하나금융, 비은행서 ‘두나무’로 눈돌린 이유는(2026년 5월18일)


디지털자산 금융 인프라기업 오픈에셋의 신창선 부사장은 “기본법이 통과되면 은행법·보험업법·자본시장법처럼 디지털자산이라는 금융 산업이 하나 새로 생기는 것”이라며 “전통 금융과는 전혀 다른 금융 체계가 만들어지는 것이고, 거기서의 통화가 스테이블코인”이라고 말했다.

주식·채권 등 전통 금융자산까지 블록체인 위에서 토큰화되는 흐름에서 은행이 관련 기술과 역량을 빠르게 확보하려면, 이미 기술을 가진 회사와 손잡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승부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될 전망이다. 국내 은행권 대부분이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해외 송금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금융의 통화 역할을 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패권을 누가 잡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1위 거래소 두나무와 손잡은 하나금융이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은행이 주도적 역할을 맡게 되면 거래소라는 유통 창구를 이미 확보한 하나금융이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해외에선 은행과 가상자산 업계의 결합에 이미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주요 주주 명단에는 블랙록, UBS 등 글로벌 금융사가 이름을 올렸다. JP모건은 은행 계좌를 코인베이스에 바로 연결할 수 있도록 했고, 미국 PNC은행은 코인베이스 인프라를 활용해 은행 계좌 안에서 비트코인 매매를 지원하고 있다.

은행이 직접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나선 사례도 잇따른다. 유럽 15개국 37개 은행이 세운 합작사 ‘키발리스’는 유로 스테이블코인 발행 계획을 내놨고, 일본 3대 메가뱅크도 공동으로 엔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나섰다.

디지털자산에 대한 국내 금융권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올해 코빗 지분 97%를 인수했고, 한국투자증권은 OKX벤처스와 함께 코인원 지분 20%를 사들였다.

5개월째 ‘협약만’…법·제도 변수도 수두룩

양사 최고경영진은 지난 7월 간담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운영 체계와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을 함께 구축하고, 하나은행과 업비트 간 플랫폼 제휴로 법인 거래 지원과 연계 금융상품 개발에도 나서기로 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당시 “두나무와 힘을 합쳐 누구도 가보지 못한 더 큰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투자 이후 5개월이 지났지만, 손에 잡히는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양사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금융서비스 공동 개발’, 해외 디지털자산 사업 협력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모두 협약 단계에 머물러 있다. 투자 이후 거론됐던 업비트 실명계좌 제휴도 업비트와 케이뱅크의 계약 연장으로 일단 무산됐다. 

그 사이 두나무의 수익성과 가치도 하락하고 있다. 두나무 당기순이익은 2024년 9838억원에서 2025년 7089억원으로 28% 줄었고, 올 상반기에는 1084억원에 그쳤다. 하나은행이 지분을 취득한 지난 5월 이후 두나무의 장외 시세는 30만원대에서 최근 23만원대로 하락했다.

네이버파이낸셜과의 주식교환도 세 차례 연기돼 2027년 3월로 미뤄졌다. 가상자산 과세와 대주주 지분 제한 등 관련 규제 변화는 사업 추진의 중대 변수다. 

하나금융이 두나무에 1조원을 쏟아 부으면서 하나금융의 보험·카드 인수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 보험이 그룹에서 가장 약한 고리라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보험사를 인수해 비은행 기반부터 다지는 편이 나았다는 분석도 여전히 나온다. 

두나무 인수를 지지하는 편에선 경쟁사와 외형 순위를 다투기보다 위험을 감안한 수익률이 높은 곳에 자본을 배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의 인수합병이 그간 성장성 위주로 이뤄지면서 중장기적으론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앞으로 국내 은행들은 위험가중자산을 늘리기보다 위험가중자산 이익률(RoRWA)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구색 갖추기 금융상품 슈퍼마켓 전략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문성을 고객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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