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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은행 사외이사 66명 중 ‘IT보안’ 전문가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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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서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와 은행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는 정보보안을 주된 전문 분야로 삼아온 사외이사가 사실상 부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독당국이 지난해 말 정보기술(IT) 보안 분야 사외이사 확충 방침을 밝혔지만 올해 인선 이후에도 전문성 공백이 여전한 모습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금융지주와 5개 은행 사외이사 66명의 공개 약력을 분석한 결과, 정보보안 업무를 전담한 경력이 있는 인물은 단 한 명도 확인되지 않았다.

IT·디지털 분야 전문가로 분류된 사외이사는 10명이었지만 대부분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디지털 경영 등 관련 분야 경력을 갖춘 인물이었다. 사이버보안이나 정보보호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한 이력과는 차이가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IT·디지털 전문가로 분류됐던 이윤석 사외이사가 올해 3월 퇴임하면서 해당 분야 전문가가 없는 상태다.

과거에는 정보보안 분야 전문 이력이 있는 사외이사도 있었다. 국민은행에서는 카이스트(KAIST) 사이버보안연구센터장을 지낸 문수복 교수가 올해 6월까지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문 교수 사임 이후 AI 전문가인 정윤경 성균관대 교수가 새로 선임됐다. 정 교수도 네트워크 침입탐지 관련 논문을 발표한 이력이 있지만 주된 연구 분야는 AI다. 하나금융지주에서도 씨티은행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를 지낸 권숙교 전 사외이사가 2023년 3월까지 활동했다. 

사외이사 구성은 주로 금융·경영·경제·회계·법률 분야 출신이 주를 이뤘다. 일부 금융지주는 사외이사 전문성 분류표에 ‘IT보안’ 항목을 포함했지만 이를 디지털·AI 등 다른 분야와 함께 평가하고 있었다. 예컨대 우리금융은 ‘디지털·AI·데이터·정보보호·IT보안’ 경력을 하나로 묶어 김영훈·류정혜 사외이사를 ‘디지털·AI·IT보안’ 전문가로 분류했다. 김 이사는 다우기술 대표를 지냈고, 류 이사는 네이버·NHN·카카오 등에서 마케팅과 사업전략 업무를 맡았다. 현재 AI미래포럼 공동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사외이사 전문성을 여러 분야에 중복 인정하는 관행과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특정 분야 전문가를 새로 영입하기보다 기존 사외이사의 경력을 여러 전문 분야에 중복 반영해 이사회 역량을 충족한 것으로 평가한다는 쓴소리다. 신한금융도 양인집 사외이사를 디지털·ICT 등 여러 분야 전문가로 분류하고, 김조설 사외이사는 경제, 글로벌·자본시장, 소비자보호·ESG 분야 전문성을 인정했다. 다만 일본 대학 경제학 교수인 김 이사는 공개된 주요 약력에서 금융소비자보호 업무를 직접 수행한 경력이 확인되지 않았다.

금융당국도 이사회 내 보안 전문성 강화를 주문해 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2월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IT보안이나 금융소비자 분야 사외이사를 포함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하나금융은 소비자학 전문가 최현자 서울대 교수를, 우리금융은 금융감시센터 대표 출신 정용건 이사를 선임했다. 하나은행도 주소현 이화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영입했다. 소비자보호 분야에서는 전문가 영입이 이뤄졌지만 IT보안 분야는 여전히 공백으로 남았다. 

문제는 금융보안에 대한 이사회 감독 책임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부터 금융회사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는 중대한 보안 사안을 이사회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보안원이 공개한 안내서에는 보안 취약점 평가 결과와 사고 대응, 외부 위탁업체 보안관리 등이 이사회 점검 사항으로 담겼다. 이사회에 관련 전문성이 부족하면 경영진 보고 내용이나 개선 조치 적정성을 독립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보안 전문가 영입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전문 인력 확보가 쉽지 않은 데다 기술 변화가 빨라 현업 전문가가 사외이사직을 맡을 유인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융권이 인재 영입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사이버보안은 전문 기술과 현장 이해가 필요한 분야”라며 “보안 전문가가 이사회 의사결정에 참여해 관련 예산과 인력 확보를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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