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패션 1번지에 문 연 ‘더현대’…일본 2030 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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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정혜인 기자] 지난 2일 오전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의 복합 쇼핑몰 도큐플라자 오모카도 3층. 쇼핑몰 입구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바로 마주치게 되는 이곳은 비가 내리는 금요일 오전에도 오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K팝 매장 안에는 팬 행사의 접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패션 매장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옷과 가방을 들어 보며 꼼꼼히 살폈다. 외국인 관광객도 끊이지 않았다.
이곳은 현대백화점의 첫 해외 플래그십 ‘더현대(THE HYUNDAI)’다. 현대백화점은 이곳에서 유망한 한국 브랜드를 일본의 젊은 소비자에게 소개하고 시장에 안착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도쿄 한복판 상륙
현대백화점은 지난 7월 10일 도쿄 오모테산도에 ‘더현대 글로벌’의 첫 플래그십 더현대를 열었다. 더현대 글로벌은 한국 패션·뷰티 브랜드의 해외 판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현대백화점이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일본 도심 한복판에 대형 매장을 낸 한국 백화점은 현대백화점이 처음이다.
현대백화점은 팝업스토어로 일본 시장을 먼저 시험한 뒤 플래그십을 열었다. 지난 2024년 도쿄 쇼핑몰 파르코 시부야점에서 처음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이어 오사카와 나고야에서도 팝업스토어로 반응을 확인했다. 지난해에는 파르코 시부야점에 정규 매장을 냈다. 일본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한 현대백화점은 더 큰 규모의 플래그십을 열기로 했다.

현대백화점이 플래그십 입지로 고른 곳은 오모테산도다. 오모테산도는 하라주쿠와 맞닿은 도쿄의 대표적인 명품·패션 거리다. 이 일대에는 스트리트 브랜드부터 명품과 글로벌 브랜드까지 모여 있다. 다양한 일본 소비자들이 모이는 곳일 뿐만 아니라 외국인 방문객도 많다. 현대백화점은 일본 고객뿐 아니라 일본을 찾는 외국인까지 겨냥해 오모테산도를 첫 플래그십 입지로 택했다.
특히 현대백화점이 입점한 도큐플라자 오모카도는 이 일대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는 사거리에 위치해 있어 유동인구가 많다. 현대백화점은 도큐플라자 오모카도 3층 620㎡(187평) 공간을 바닥부터 천장까지 새로 설계했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도쿄의 20~30대를 핵심 고객으로 보고 이들이 서울에 온 듯한 느낌을 받도록 매장을 꾸몄다.

도큐플라자도 현대백화점의 입점을 반겼다. 백화점과 쇼핑몰을 찾는 기존 고객층이 나이 들면서 젊은 고객을 새로 끌어오는 것이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일본 유통업계가 최근 그 해법으로 주목하는 것이 ‘K콘텐츠’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에서 K패션과 팬덤 콘텐츠로 젊은 고객을 끌어모은 경험을 갖고 있다”며 “최근 일본의 젊은 소비자들은 한국 브랜드가 합리적인 가격에 비해 디자인의 디테일과 제품의 감도가 일본 브랜드보다 훨씬 신선하다고 느껴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K브랜드 길잡이
현대백화점은 이곳에서 7개 브랜드의 정규 매장과 2개의 팝업스토어를 선보이고 있다. 정규 브랜드 매장은 모두 이미 어느 정도 일본에서 팬층을 확보한 한국 브랜드들이다. 파르코 시부야점 팝업스토어 당시 좋은 반응을 얻은 ‘스탠드오일’과 ‘로라로라’, ‘히에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1년 단위로 계약했다. 1년 동안 더현대에서 마케팅과 판매를 이어 가며 데이터를 쌓아 두면 이후 일본의 다른 지역에 매장을 낼 때 활용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패션 브랜드를 중심에 두고 K팝 굿즈 매장까지 함께 입점시켰다. 더현대 서울에서 다양한 연령과 국적의 고객이 팬덤 콘텐츠를 보러 팝업스토어를 찾는 것을 확인하고, 같은 방식을 일본에도 적용했다.

팝업스토어 공간은 한국의 다양한 브랜드와 콘텐츠를 짧게 선보이며 손님을 끌어모으는 역할을 한다. 현대백화점은 2주에서 한 달 단위로 브랜드를 바꿔 가며 일본 소비자의 반응을 확인하고 있다. 현재는 ‘이삭토스트’가 팝업스토어에서 소스와 잼을 팔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매장 자리를 내주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브랜드가 일본에 매장을 내기까지 거쳐야 하는 준비 과정도 모두 지원한다. 현대백화점이 더현대 같은 플래그십과 파르코 시부야점 매장을 직접 연 것도 중소 브랜드의 진출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매장 인테리어도 브랜드가 설계만 하면 현대백화점이 비용을 댄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일본에 매장을 열려면 법인 설립부터 부동산 협상, 현지 채용, 법률·세무 문제까지 챙겨야 하는데 중소 브랜드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현대백화점이 유통사와 협상해 좋은 위치를 먼저 확보해 두고 브랜드가 그 자리를 통해 일본에 진출하면 준비 과정의 절반 이상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착 넘어 확장으로
더현대는 문을 연 이후 줄곧 목표를 넘어서는 매출을 올리며 일본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개장 초기에 손님이 몰릴 것을 감안해 매출 목표를 일부러 높게 잡았는데도 실제 매출은 이보다 30% 이상 웃돌고 있다. 더현대는 오픈 초기뿐만 아니라 최근에도 꾸준히 매출을 내고 있다. 도쿄에서 역대 최장 기간 비가 내린 9월에도 8월과 비슷한 매출을 올릴 정도로 순항 중이다.
가장 반응이 좋은 분야는 팬덤 소비가 몰리는 K팝 콘텐츠다. 패션 브랜드도 기대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 매출이 오히려 한국 매장보다 잘 나오는 브랜드도 있다”며 “한국에서 매출이 가장 높은 점포와 비슷한 수준을 내는 브랜드도 많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일본 사업을 발판으로 해외 무대를 넓히고 있다. 2030년까지 아시아와 유럽, 북미에 더현대 글로벌 플래그십 10곳 남짓을 여는 것이 목표다. 최근에는 프랑스 파리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에서 첫 유럽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현대백화점은 일본에서도 오프라인 거점을 더 늘리기로 했다. 도쿄에서는 추가 매장을 낼 부지를 물색하며 협상을 이어 가는 중이다. 팝업스토어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 오사카와 나고야에서도 좋은 입지가 나오면 매장 오픈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앞으로도 좋은 한국 브랜드들이 일본에 건강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브랜드 빌더’ 역할을 제대로 해내겠다”며 “한국 내 현대백화점에서 고객 반응을 확인한 브랜드가 일본 진출까지 자신 있게 나설 수 있도록 든든한 통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