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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거주]③우리집은 ‘똘똘? 덜 똘? 띨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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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아파트를 매수하면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실거주 의무를 강조할수록 시장은 이를 회피하는 방법을 찾는 데 ‘진심’이다. 규제 부작용도 나타난다. 집주인이 들어가려면 세입자가 나와야 하니 전세 시장도 요동친다. 전세 대신 매매로 눈을 돌린 자와, 실거주할 한 채만 남기려는 자로 매매 시장도 뜨거워졌다. 비즈워치는 실거주 규제 강화가 낳은 주택시장 양태를 들여다봤다.[편집자]

“토지거래허가를 받는 데 2~3주가 걸리다 보니 그새 매도자가 계약을 파기할까 걱정돼요. 예전엔 가계약금 넣고 계약서만 쓰면 됐다는데, 지금은 토지거래허가 신청 전에 약정금도 내야 하고요. 어차피 주택담보대출 받으려면 실거주해야 하는데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 실거주하겠다는 서류까지 굳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어요” (신혼집을 매수 중인 30대 김 모 씨)

“작년만 해도 10억원 초반이던 게 15억원 넘으니까 확실히 문의가 뜸해졌어요.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에서 4억원으로 줄잖아요. 그래서 15억원 간당간당한 물건은 ‘가접수’하기도 해요. 토지거래허가 신청 시점을 앞당겨 대출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는 거죠” (서울 성동구의 공인중개사 주 모 씨)


전세 대신 ‘띨띨’이라도

토지거래허가제와 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서울 주택시장에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과거엔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었지만 이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서울에선 실거주를 전제로만 살 수 있다. ‘풀’로 대출받아도 15억원 아파트는 현금 9억원, 25억원 아파트는 현금 21억원이 필요하다. 취득세 등 부대 비용은 별도다.

전세라는 지렛대 없이 내 돈으로 집을 사고, 직접 들어가 살아야 하는 시장이다. 그러다 보니 ‘한 채’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강남권의 고가 아파트가 전통적인 ‘똘똘한 한 채’라면, 최근 시장을 주도하는 건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한 ‘덜 똘똘한 한 채’다. 이제는 더 저렴한 서울 외곽의 ‘띨띨한 한 채’도 똘똘해질 것이란 기대와 함께 매수세가 번지고 있다.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달 첫 주 기준 87주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연간 누적 상승률이 10%를 넘는 자치구만 11곳이다. △성북구(15.2%) △서대문구(12.8%) △강서구(12.2%) △구로구(12.1%) △노원구(11.9%) △동대문구(11.8%) △관악구(11.7%) △중구(11.0%) △강북구(10.5%) △영등포구(10.4%) △중랑구(10.3%) 등이다. 서울 외곽과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강남구(-0.6%)는 올해 누적 하락세를 기록했다. 서초구(1.1%), 송파구(4.9%), 용산구(3.9%) 등은 다른 곳보다 상승폭이 작았다. 강남권이 주춤하는 사이 외곽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자 이를 두고 이재명 대통령은 ‘평탄화’, 오세훈 서울시장은 ‘상향 평준화’라는 표현을 쓰며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15억 이하’ 서울 아파트…거래는 80%

이런 가운데 서울에서 15억원 이하 아파트는 점점 줄고 있지만, 거래 비중은 크게 늘었다. 실제 금융위원회가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KB시세 산출표본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서울 아파트 중 15억원을 초과하는 비중은 42.2%였다. 1년 전(32.5%)보다 9.7%포인트 커졌다. 반면 15억원 이하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67.5%에서 57.8%로 줄었다.

10채 중 4채가 15억원 넘는 아파트인데 실제 거래는 15억원 안 넘는 아파트에 쏠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8월 이후 계약된 서울 아파트 중 15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약 79%였다. 지난해 10·15대책 전 10개월간 약 73%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6%포인트 커졌다.

대출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저가 아파트로 매수세가 몰린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시가에 따라 △15억원 이하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4억원 △25억원 초과 2억원으로 적용된다.

전세 시장 불안도 매매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위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거나, 매수자가 대출받기 쉽도록 선순위 대출로 잡힐 전세를 비워서 파는 사례가 늘면서 전세 매물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매수자가 대출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매도자는 세를 주고 있던 집을 공실로 만들어 매도하다 보니 전세 매물이 귀해지고 있다”며 “전세 계약을 갱신하지 못한 임차인은 다른 지역으로 전세 매물을 찾아 이동하거나 신고가로 집을 매수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외곽 상승세는 집주인의 실거주 때문에 전세를 살던 세입자가 매수 수요로 돌아선 영향이 가장 크다”며 “단기간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과 추격 매수에 대한 불안감이 겹치면서 그동안 덜 올랐던 지역, 6억원 이하 주택까지도 수요가 옮겨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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