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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ICT]일본 애니로 뜬 ‘크런치롤’, 한국서 ‘메기’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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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크런치롤’이 연내 국내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정작 애니메이션의 본고장인 일본에서는 크런치롤을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일본에 거주하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나 넷플릭스 등 다양한 OTT와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통해 애니메이션을 즐긴다고 합니다. 크런치롤은 가상사설망(VPN)을 통한 우회 접속도 차단돼 이용하기 어렵다고 하더군요.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요.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먼저 크런치롤이 어떤 플랫폼이고,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크런치롤이 뭐길래


크런치롤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북미와 유럽 등에서 해외 유저를 확보해 온 글로벌 애니메이션 전문 OTT입니다. 일본서 방영되는 최신 애니메이션을 발빠르게 볼 수 있다는 게 특징이죠. 

놀랍게도 초창기 크런치롤은 합법적인 사이트가 아니었습니다. 지난 2006년 UC 버클리 대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애니메이션을 유통하고 공유하는 사이트로 출발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콘텐츠 제작자와 정식 계약을 맺지 않고 일본 애니메이션을 유통하던 이른바 ‘어둠의 사이트’였습니다. 

불법 사이트였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애니메이션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이용자가 빠르게 늘면서 투자자와 콘텐츠 업계의 관심도 이어졌죠. 이후 크런치롤은 정식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운영 체계를 정비하면서, 콘텐츠 권리자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합법적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탈바꿈했습니다.

특히 지난 2021년 소니가 11억7500만달러(약1조3000억원)의 거금을 들여 크런치롤을 인수하면서 몸집이 커집니다. 소니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던 애니메이션 서비스’퍼니메이션’과 합병하면서 세계 최대 규모 애니메이션 전용 플랫폼으로 거듭났기 때문입니다.

통합 이후에는 콘텐츠 투자를 늘려 작품 확보에 힘쓰고, 이용자가 편리하게 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도록 화면 구성과 시스템을 개선했습니다.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종합 OTT 사이에서 애니메이션 팬들의 취향을 집중 공략하며 전문 플랫폼으로 입지를 굳혔습니다.

일본서는 왜 못보나

크런치롤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을 서비스하고 있다./사진 출처=크런치롤 홈페이지 캡처

처음 질문으로 돌아와 일본 애니메이션을 주력으로 하는 플랫폼이 정작 일본에서는 서비스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애니메이션의 스트리밍 권리는 전 세계에 한꺼번에 판매되기보다 국가와 지역별로 나뉘어 계약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크런치롤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니가 인수할 당시에도 일본 외 글로벌시장 공략에 목표가 있음을 분명한 바 있습니다.   

무엇보다 크런치롤의 모회사인 소니는 이미 계열사인 애니플렉스 등을 통해 일본 내에서 애니메이션 판권 유통사업을 탄탄하게 다져왔습니다. 애니플렉스는 ‘귀멸의 칼날’의 제작·투자사로 유명한 회사입니다. 국산 지식재산권(IP)인 ‘나혼자만 레벨업’ 애니메이션에도 핵심 투자·제작사로 참여한 곳이죠.

소니 입장에선 이미 자국 내 유통망이 견고한 상황에서 굳이 크런치롤을 들여와 계열사나 현지 파트너들과 불필요한 관계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본 것 같습니다. 더구나 일본은 방송국, 출판사, 음반사 등이 얽힌 ‘제작위원회’ 체제가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어 아무리 소니라 하더라도 애니메이션 시장 석권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비해 한국 시장은 글로벌 공략을 이어가기가 한결 수월하다고 판단한 것이겠죠.

국내 시장 흔들 ‘메기’ 될까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애니플러스·대원미디어 등 토종 애니메이션 업체들입니다. 이들은 ‘귀멸의 칼날’, ‘진격의 거인’, ‘주술회전’, ‘짱구는 못말려’, ‘파워레인저’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국내 판권을 기반으로 탄탄한 입지를 다져온 곳들입니다.

특히 애니플러스의 자회사인 애니메이션 OTT ‘라프텔’은 크런치롤과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놓이게 됩니다. 라프텔은 국내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140만명을 넘는 국내 최대 애니메이션 전문 OTT입니다.

크런치롤의 진출은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 국내 OTT 및 콘텐츠 유통 시장에 거대한 파도를 몰고 올 수 있습니다. 토종 업체들과 글로벌 공룡 간 치열한 판권 확보전과 서비스 경쟁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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