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엔씨 ‘개발조직 오래 품었다’ vs 노조 ‘우회적 해고’ 반발

엔씨소프트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독립 스튜디오 체제 전환을 위한 4개의 자회사 설립을 확정했다. 이날 노조는 주주총회 현장 앞에서 시위를 열고 분사를 통한 우회적 해고가 의심된다며 경영실패를 인정하라고 강하게 맞섰다.

엔씨소프트는 28일 오전 판교 R&D 사옥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의결사항인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을 원안대로 가결시켰다.

신설 회사는 3개의 게임 개발 스튜디오 ▲퍼스트스파크 게임즈 ▲빅파이어 게임즈 ▲루디우스 게임즈와 인공지능(AI) 기술 전문기업 ▲엔씨 에이아이 등 4개다. 내년 2월 1일 출범을 목표로 한다.

이날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분사의 배경을 설명하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개발을 효율화하고 성공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며 “본사에 너무 많은 인력이 몰려있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립하기 위한 창의성, 도전정신, 절실함 등이 많이 떨어졌다. 이를 좀 더 복돋우기 위해 독립된 스튜디오로 가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퍼스트스파크 게임즈는 ‘TL’의 사업 부문을 담당한다. TL 개발과 서비스를 총괄하는 TL 캠프의 최문영 캡틴이 대표를 맡는다. 빅파이어 게임즈는 ‘LLL’의 사업 부문을 책임진다. 슈팅 장르 게임으로 개발 중이며 개발 총괄을 맡고 있는 배재현 시더가 대표를 역임한다. 루디우스 게임즈는 ‘택탄’ 사업 부문을 맡는다. 전략 장르 게임으로 서민석 시더가 대표로 올라간다.

엔씨 에이아이는 회사의 자체 개발 LLM(대규모언어모델) ‘바르코’ 등 AI 기술 고도화를 추진한다. 엔씨소프트 AI R&D(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이연수 본부장이 조직을 이끈다.

신규 IP(지식재산권)는 앞으로 독립 스튜디오 형식으로 개발하고 론칭할 예정이다. 다만 주주총회를 거친 형태의 분사는 없을 예정이라고 못 박았다.

박 대표는 “분사하게 될 개발 조직들은 이미 충분히 오래 (내부에) 품어왔다고 생각한다”며 “내부에서 오래 품었기 때문에 개발 역량이 다 축적됐다고 본다”며 “이미 개발 부문에 원칙을 얘기해 신규로 사람을 채용할 때는 새로운 조직 스튜디오로 만들어서 하도록 강하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지속해 경영진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날 시위는 약 30~40분 간 이어졌는데, 경영실패를 인정하고 분사 후 스튜디오 실적 악화 시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라는 것이 골자였다. 현장에서는 “박병무 대표 사퇴하라”, “경영실패 전가하지 마라”, “공동대표 해체해라” 는 등의 강도 높은 발언이 이어졌다.

송가람 엔씨소프트 노조 지회장은 “저희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우회적인 해고”라며 “의도적이지 않더라도 분사 시 회사 사정이 안 좋아지면 폐업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럴 경우 고용 안정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답을 안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독립 스튜디오 체제를 통한 개발 자율성에도 의문을 표했다. 송 지회장은 “분사 후에도 신작은 본사 내부의 ‘신작 평가 위원회’에서 피드백을 하겠다고 한다”라면서 “어차피 본사에서 신작 평가 위원회를 거칠 거면 분사를 안 해도 되는 것 아니냐. 앞으로도 회사가 개발에 계속 관여하겠다는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 대표는 “책임을 통감하고 있고 지난해 초부터 임원들도 상당히 많이 나갔고 이번 연말 조직 개편에서도 일부 그럴 것”이라며 “내년 보수를 보셔도 임원들이 상당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실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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