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in카] 캐딜락 리릭: 안락한 주행과 아늑한 실내, 장거리 운전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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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우리가 장거리 운전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는 엔진이나 노면에서 느껴지는 진동이나 주행감, 고속주행 시 들려오는 풍절음, 차급에 따라 다른 승차감과 안락함의 정도 등으로 다양하다.

캐딜락 리릭의 웰컴라이트는 화려함의 극치다. (사진=씨넷코리아)

특히 전기차는 특유의 이질감이나 회생제동 때문에 운전자는 물론 동승자도 불편해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번 시승해본 전기차는 편안한 주행과 정숙성으로 장거리 운전을 편안하고 즐겁게 만들어줬다. 차량은 캐딜락의 첫 번째 전기차, ‘리릭(Lyriq)’이다.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포항 구룡포까지 약 340km를 달려보고 느낀 점을 적어봤다.

개성 넘치는 디자인으로 세단과 SUV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사진=씨넷코리아)

선 굵은 캐딜락의 디자인

캐딜락 리릭의 디자인은 다양한 것들이 공존한다. 내·외관 곳곳에는 미래적이면서 동시에 전통적인 요소들이 자리했다. 차량 실루엣에서는 점잖은 세단과 역동적인 SUV가 크로스오버 된다. 한번 보면 잊히지 않는 강렬한 인상과 동시에 도로에서 흔히 보기 힘든 유니크한 매력도 겸비했다.

리릭의 전면은 블랙 크리스탈 실드 디자인 콘셉트로 다분히 미래적인 느낌을 풍긴다. (사진=씨넷코리아)

전면에는 전통적인 색을 빼고 실버 컬러로 심플해진 캐딜락 로고와 함께 블랙 크리스탈 쉴드가 존재감을 뽐낸다. 리릭이 자랑하는 코레오그래피 라이팅은 9개로 이루어진 개별 LED가 비처럼 내리며 차주를 맞아준다. 우리가 신차를 구매하고 얼마간 일상에서 뿌듯함과 흡족함을 느끼는 때가 있다면 주차장에서 리모컨을 눌렀을 때가 아닐까. 이 정도 웰컴라이트는 지나가던 사람도 발길을 멈출 정도다. 측면에서 차를 보면 전장 4,995mm로 기아 EV9과 견줄 만큼 길고 휠베이스도 3,095mm로 길어 웅장한데 전고는 1,640mm로 낮고 후면으로 갈수록 라인이 스포티해져 역동적이다.

후방에서 강렬한 인상을 전하는 디자인은 리릭이 가진 매력이다. (사진=씨넷코리아)

후면 역시 리릭이 가진 강렬한 개성이 그대로 담겼다. 차량 측후면부터 ㄴ자 형태로 떨어지는 LED 라인이 점선 형태로 바뀌며 이어진다. 하단에는 캐딜락 특유의 세로형 LED가 아래로 쭉 떨어지며 존재감을 발산한다. 크로스오버 SUV인 만큼 트렁크 도어 개방감이 시원하여 짐을 싣고 내리기도 좋다.

고급 나파 가죽과 우드. 메탈, 플라스틱까지 고급스러운 소재를 적극 사용했다. (사진=씨넷코리아)

아늑하고 편안한 실내

인테리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하나로 합친 33인치 커브드 어드밴스드 LED 디스플레이다. 이를 적극 활용해 차에서 타고 내릴 땐 화려한 그래픽을 띄워주며, 세련된 UI·UX를 적용해 젊은 감각도 느껴진다. 캐딜락 특유의 사다리꼴 도형을 콘셉트로 디스플레이 역시 이에 맞추다 보니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 작동 시 화면에 버려지는 부분이 생기지만 크게 거슬리진 않았다. 또한 개별적 선택이나 주행 모드에 따라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앰비언트 라이트도 분위기를 그윽하게 만든다.

33인치 커브드 어드밴스드 LED 디스플레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진=씨넷코리아)

실내에는 질 좋은 나파 가죽과 우드, 메탈, 플라스틱까지 고급스러운 소재를 적극 사용해 럭셔리하면서도 아늑한 느낌이 든다. 에어컨 풍향 조절을 비롯해 다양한 기능을 조작하는 다이얼이나 컵홀더에는 ‘널링’ 가공법으로 은은한 무늬가 더해졌다. 스티어링 휠에는 하이그로시가 많아 지문이 잘 남는다. 공조기를 비롯해 모든 버튼들을 누르는 느낌이 고급스럽다. 2열 공간은 3m가 넘는 휠베이스 덕분에 레그룸은 상당히 넉넉한 편이나, 크로스오버 형태의 실루엣 때문에 장신들은 헤드룸에서 머리가 약간 닿을 수 있어 보인다. 스피커 성능 또한 훌륭하다. 캐딜락 리릭은 AKG 스피커 19개로 부족함 없는 음질로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캐딜락 리릭 주행 이미지 (사진=캐딜락)

캐딜락 첫 전기차 리릭의 성능은?

리릭은 제너럴 모터스(GM)의 차세대 모듈형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얼티엄(ULTIUM)’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 첫 전기차다. 리릭에는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양극재로 구성된 배터리 셀을 12개의 모듈에 배치한 102kWh의 대용량 배터리 팩을 탑재했다. 이를 통해 국내 출시된 4륜 구동 모델을 기준으로 완전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는 465km에 이르며, 시간당 최대 190kW 출력으로 충전할 수 있는 DC 고속 충전도 지원해 약 10분 정도만 충전해도 120km 수준까지 갈 수 있게 된다.

해안도로를 달리는 캐딜락 리릭 (사진=캐딜락)

리릭은 듀얼 모터로 달리는 AWD 전기 SUV다. 최고출력은 500hp, 최대 토크는 62.2kg·m를 발휘한다. 주행 느낌은 편안함과 정숙함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지만, 폭발적인 힘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까지 4.6초가 걸린다.

3m가 넘는 휠베이스로 2열 공간 역시 넉넉하며, 헤드룸도 답답하지 않다. (사진=씨넷코리아)

동탄에서 포항까지340km을 달려본 느낌

내연기관 자동차와 다른 전기차만의 특징이라면 역시 회생제동을 꼽을 수 있는데 리릭의 작동 방식은 2가지로 좀 특별하다. 우선 첫 번째는 메인 디스플레이에서 별다른 추가 조작 없이 상시로 작동시킬 수 있는 버튼이 있다. 터치 한번이면 곧바로 회생제동이 작동하며, 레벨 조정을 통해 ‘끄기’ ‘보통’ ‘강하게’까지 설정할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스티어링 휠 좌측에만 있는 패들 시프트를 사용하는 ‘리젠 온 디맨드’다. 특이한 점은 마치 자전거 브레이크처럼 당기는 정도에 따라 회생제동을 강하고 약하게 할 수 있으며, 끝까지 당기면 정차까지 가능하다. 처음에는 적응이 어려울 수 있지만 잘 활용하면 브레이크를 밟는 발의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캐딜락 리릭 시승에서 회생제동을 쓰지 않고 시원한 가속을 즐겼음에도 전비는 4.9~5km/kWh로 우수한 성능을 보여줬다. (사진=씨넷코리아)

리릭을 타고 경기도 화성 동탄에서 포항까지 약 340km를 달려봤다. 출발 직전 배터리 상태는 약 80%에 주행가능거리는 465km로 확인됐다. 완충 상태가 아님에도 이미 공인 주행가능거리를 상회하는 수치다. 이날 기온은 영상 12도 정도로 비교적 쌀쌀한 편이었으며, 회생 제동은 사용하지 않았다. 여기에 히터는 23도로 고정했고, 고속도로에선 시원한 가속을 이어갔다. 포항 목적지에 도착한 뒤 남은 주행가능거리는 120km로 확인됐고 전비는 4.9~5km/kWh를 기록했다. 전기차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것이 충전에 대한 번거로움인데 리릭은 이런 부분에서 아쉬움을 보여주지 않았다.

독특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리릭의 회생제동 시스템 ‘리젠 온 디맨드’ (사진=씨넷코리아)

무엇보다 리릭을 주행해보며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편안함, 정숙성, 그리고 안정감이다. 우선 내연기관 차량과 다른 전기차만의 이질감을 불편하게 여기는 이들도 많은데 리릭은 그렇지 않다. 전기차라는 사실을 모르고 탄다면 고배기량을 가진 고급 차를 타는 느낌이며, 이는 장거리 운전에도 분명한 장점으로 작용했다. 특히 놀란 부분은 방음 성능이었다. 전기차는 엔진 소음이 없어 내연기관 차보다 조용하지만 리릭은 보다 업그레이드된 노이즈 캔슬레이션으로 이를 넘어선 정숙성을 보여줬다. 여기에 더해 급가속 및 급제동에도 차체가 앞뒤로 쏠리거나 불안한 느낌을 주지 않으며 차에 대한 신뢰가 깊어졌다.

캐딜락 리릭 (사진=캐딜락)

이번 신차 리릭에는 GM이 자랑하는 ADAS 시스템인 ‘슈퍼크루즈’가 빠졌다. 알려진 대로 이는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작동하는데 우리나라는 안보상 문제로 사용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차선 중앙을 지키며 달리는 ‘레인 센터링’을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차선 이탈 방지와 차선 유지 보조 등 기본적인 기능들은 담겨 있어 크게 실망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여진다.

캐딜락 리릭의 국내 판매 가격은 1억696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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