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5일까지 사업성 평가 완료해야
보수적 평가 기준으로 충당금 적립↑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정상화를 위한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금융사들이 느슨하게 사업성 평가를 하면 수시로 현장점검을 하는 등 강도를 높일 계획이다. 부동산PF 직격탄을 맞은 제2금융권의 충당금 추가 적립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금융사에 PF사업성 평가 기준을 제시하고, 저축은행과 캐피탈업계에는 사업장 상세 정보를 요청했다. 금융사들은 다음달 5일까지 연체·연체유예·만기 3회 이상 사업장에 대한 평가를 완료하고 결과서를 제출해야 한다. 전체 사업장의 3분의 1 이상이 대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 자체 PF 평가서를 내부적으로도 점검해 관대하게 조정된 사업장에 대해서는 선별해 즉시 현장점검할 방침”이라며 “8월 중 ‘유의”부실 우려’ 사업장을 포함한 재구조화 정리 계획도 적정성을 따져 미진하면 또 현장점검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점검 결과에 따라 검사로 전환해 제재를 부과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앞서 금감원은 PF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평가 기준을 기존 양호-보통-악화우려의 3단계에서, 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의 4단계로 강화했다. 금융사에게는 유의와 부실우려도 분류된 부실 사업장에 대한 사후 관리 계획을 다음달 말까지 제출토록 했다.
반면 금감원은 자체적으로 ▲양호(1~2등급) ▲보통(3등급) ▲유의(4등급) ▲부실우려(5등급) 등 모든 등급에 개량평가기준을 매겨 따질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PF 비율이 높은 곳들이 버티기보다 적극적인 재구조화를 도모해 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업장 정리 압박으로 충당금이 대폭 늘어날까 촉각을 곤두세우도 있다. 일시에 충당금을 반영하면 적자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기존 ‘악화 우려’ 사업장은 금융사가 대출액의 30%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했지만, 앞으로 ‘부실 우려’ 사업장은 충당금을 75% 수준까지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PF시장에서 중·후순위 대출을 취급해온 캐피탈이나 저축은행 등이 주요 대상이다. PF연체율이 높은 증권업계도 ‘충당금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예상한 부동산 PF 추가손실 전망 규모는 증권 3조1000억~4조원, 캐피탈 2조4000억~5조원, 저축은행 2조6000억~4조8000억원이다. 기존 적립한 대손충당금을 제외한 추가 적립 필요 충당금 규모는 증권 1조1000억~1조9000억원, 캐피탈 9000억~3조5000억원, 저축은행 1조~3조3000억원이다.
금감원은 브리지론 사업장대출이 많은 저축은행의 평가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달말 부실 저축은행 3곳을 특정해 ‘적기시정조치’를 염두에 둔 경영실태평가를 한다. 자본적정성이 아닌 자산건전성을 중심으로 하는 경영실태평가는 10여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처음이다. 이달 초에는 현장점검을 통해 저축은행 연체체권 관리방안 이행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충당금 적립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1분기 저축은행업계는 1326억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쌓았다. 지난해 적립한 충당금은 1조3000억원가량에 달한다. 추가 충당금 규모가 커지면 최악의 경우 79곳 저축은행 모두 적자가 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상반기 저축은행업계는 충당금 부담 등으로 5000억원대의 적자를 시현할 것으로 추산된다.
금감원은 금융사들이 충분히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진행된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업성 평가 기준 강화로 저축은행) 부실이 확대되는 게 아니라 금융사에서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해 (부실이) 반영이 되지 않았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라며 “개별 금융사의 이해관계를 일일이 반영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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