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연, ‘임원 보상의 흐름과 규율 체계 개선 방안’ 세미나
경영성과 기반한 사후적 재원 분배 아닌 ‘사전적 동기부여’ 필요
SK·한화 등 중심으로 주식보상 확산…산정기준 구체화 의견도
국내 기업들이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에게 보상을 지급할 때 주식 기반의 장기 성과급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매년 기업의 매출·이익과 같은 단기적인 성과에만 기반한 현금 성과급을 지급할 경우, 기업의 주가 하락 시 주주들만 피해를 입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이유에서다.
신재용 서울대학교 교수는 19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임원 보상의 최근 흐름과 규율 체계 개선 방안’ 정책 세미나에서 “이익 중심의 보상 시스템은 운전 시 백미러를 보면서 전진하려는 것과 유사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국내 기업의 임원 보상은 대부분 매출·영업이익 등 연간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지급률을 책정하고 있다. 이는 회사의 과거 성과에 의한 사후적인 재원 분배로 선제적인 동기부여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무엇보다 회사의 주가가 떨어져도 주주만 피해를 입고 임원과 같은 경영자들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구조라는 문제가 크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신 교수는 “성과급은 회사 구성원들의 동기부여와 새로운 인재의 영입 및 유지를 위해 필요한 만큼 사후적 보상 시스템에 변화가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기성과에 대한 보상이 아닌 지속가능한 장기성과에 기반해 회사의 성장을 구성원들과 공유해야 한다”며 “주가가 회사의 미래가치라는 전제 하에 책임경영·주인의식을 강화하며 장기성과를 견인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주식 기준 보상 강화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글로벌 주요국인 미국 S&P500에 속한 기업들은 CEO 및 임원 보상의 70% 이상을 주식보상이 차지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SK·한화 등을 중심으로 임원의 주식 기준 보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주요 기업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한화·네이버·쿠팡 중에서는 전액 현금 보상인 삼성전자를 제외한 4곳이 주식 보상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회사의 동반·지속 성장을 위한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과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등 주식과 연동한 장기 인센티브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신 교수는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주식 기준 보상이 확산되는 것은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관련 공시의 선제적인 강화를 비롯해 공정가치를 연봉공시에 포함할 필요가 있고, 글로벌 트렌드에 따라 성과 연동형·상대적 주가수익률 기반 제도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고 부연했다.
패널 토론자로 참여한 나현승 고려대학교 교수도 “국내 기업들이 ‘주가 극대화’를 목표로 활동을 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기업들이 주가 극대화라는 목표를 명확히 인식해야 하기에 주식 기반 보상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힘을 보탰다.
임원 보수 결의에 대한 주주의 권한을 강화하고 사업보고서에 공시되는 보수 산정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내 기업의 경우, 해외와 비교했을 때 임원보수에 대한 주주의 승인 권한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주총회에서 임원보수의 총 한도와 산정기준 등 구체적인 내용을 결의하도록 해야 한다”며 “임원보수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해 주총 소집 통지시 사업보고서가 함께 공시되도록 법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창민 한양대학교 교수는 영국과 유렵연합(EU) 각국이 채택한 ‘세이온페이(Say on Pay)’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이온페이는 주총에서 과거의 보수집행과 미래의 보수정책에 대해 주주 투표를 거치도록 하는 제도다. 과거의 보수집행은 구속력이 없으나 미래의 보수정책은 구속력이 있는 게 특징이다.
다만 이 교수는 세이온페이의 국내 도입시 한국적인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총에서 결정한 보수정책이 집행되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하고 대기업집단(재벌) 지배주주의 보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도입되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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