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횡령·금융사고에 내부통제 시스템 직격
금감원 적극 개입 시사…”무리한 개입” 우려도
내달 초 책무구조도 도입…전면 시행 2027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은행권의 금융사고와 관련해 내부통제 시스템을 지적하며 새로운 감독수단을 마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원장이 새로운 감독 수단의 예시로 해외 사례를 꺼내든 가운데, 은행권 내부통제를 두고 최후통첩을 날렸단 평가가 나온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이 원장은 국내은행 20곳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은행권이 당면한 주요 현안과 함께 신 성장동력 발굴 등 은행산업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그간 은행권에서 제기한 애로·건의사항에 대해 설명하는 등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사실상 은행권의 내부통제 미흡을 지적하는 자리였다.
올해 들어 은행권에는 연이어 금융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NH농협은행에서는 지난 3월과 지난달 각각 110억원, 64억원 규모의 배임사고가 발생했으며, 우리은행에선 100억원 상당의 고객 대출금을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원장은 이날 “최근까지도 서류 위조 등으로 인한 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는 등 임직원의 도덕불감증, 허술한 내부통제 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이 같은 일은 은행산업의 평판과 신뢰 저하뿐만 아니라 영업 및 운영위험 손실 증가 등 재무건전성에도 영향을 끼쳐 은행의 존립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준법 및 윤리의식이 조직 내 모든 임직원들의 영업행위 및 내부통제 활동에 깊이 스며들 수 있도록 ‘조직문화’ 차원에서 과감한 변화를 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효과적인 내부통제 관리를 위해 호주, 네덜란드 사례를 거론했다.
호주는 호주건전성감독청의 ‘종합 리스크관리 규정’을 통해 조직문화에 대한 이사회의 책임과 조직문화에 대한 정기평가를 의무화하고 있다. 전담조직을 설치해 은행 및 보험사의 조직문화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즉각적인 시정이 필요한 경우 당국의 개입도 실시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네덜란드중앙은행이 지난 2011년부터 지배구조 변화관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을 신설해 금융사에 대한 사전조사를 통해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경우 ▲단기개입 ▲중기개입 ▲개입 불필요 등 3단계에 따른 차별화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호주와 네덜란드의 공통점은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뜻하고 있는데, 이는 다음 달 3일에 도입하는 ‘책무구조도’와 같은 결을 보이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의 임원 개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업무를 명확히 규정하는 문서로, 금융사 주요 업무에 대한 최종 책임자를 특정함으로써 내부통제 책임을 하부에 위임할 수 없도록 하는 원칙을 담았다.
책무구조도는 내달 도입되지만, 실제 시행시기는 업권별로 다르다. 금융지주와 시중은행은 내년 1월 2일까지, 자산 5조원 이상 금융투자사와 보험사는 내년 7월 2일까지 제출해야 된다.
자산 5조원 미만인 금투사·보험사, 자산 5조원 이상의 여신전문금융회사와 자산 7000억원 이상 상호저축은행은 2026년 7월 2일까지, 나머지 금융사는 2027년 7월 2일까지로 정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도입을 통해 최근 은행권에서 발생하고 있는 내부통제 미흡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금융당국이 무리하게 개입을 하려는 것 같단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사에서 횡령과 같은 문제가 발생 시, 금융사 자정작용을 하고, 스스로 물꼬를 트게 해 주는 게 당국의 역할이지, 깊이 관여해서 ‘감 놔라 배 놔라’ 식의 감독 방식은 당국의 역할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금융사가 조직문화 개선안을 마련하면 감독상의 인센티브가 있냐는 질문에 이 원장은 “경영진의 과도한 성과주의, 중장기적 리스크에 대한 검토 미비, ‘모 아니면 도’ 식의 운영 등에 문제의식이 있다”며 “국제적 논의와 우리나라의 고유한 사항을 반영해 우리 은행권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고려하겠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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