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MA 신화 이을 수 있을까? 1천억 투입 ‘글로벌 톱 전략연구단’ 최종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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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한 연구단에 지원되는 예산 규모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과기부의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사업이 정부출연연구기관들 간의 치열한 경쟁 끝에 5개 사업단을 최종 선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2024년도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지원사업’ 최종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과기정통부는 “기관 간 칸막이를 뛰어넘는 국가적 임무 중심의 협력체계를 구축해 출연연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형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이차전지, 수소, 첨단바이오, 원자력, 반도체 분야 국가대표 연구단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2024년도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지원사업’ 최종 평가 결과 [사진=과기정통부]

선정된 연구단은 △시장선도형 차세대 이차전지 혁신 전략연구단(총괄연구기관 : 화학연) △수전해 수소 생산시스템 전략연구단(에너지연) △유전자·세포치료 전문연구단(생명연) △SMR 가상원자로 플랫폼 개발사업단(원자력연) △초거대 계산 반도체 전략연구단(KIST) 등이다.

이들 연구단에는 앞으로 5년간 적게는 800억원에서 최대 1300억원까지 지원된다. 올해 예산만 연구단 별로 170억원~260억원에 이른다. 발사체 개발이나 가속기 건설 같은 대형 국책사업을 제외하고 단일 연구단에 지원되는 정부 R&D로는 유례 없는 집중투자가 이뤄진다.

‘사상 최대 규모의 출연연 융합연구사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 사업의 최대 목적은 ‘대형 연구성과 창출’이다.

온정성 과기정통부 연구기관혁신지원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직까지도 CDMA(20세기말 ETRI에서 개발해 상용화한 이동통신기술)을 출연연의 대표적인 성과로 내세운다는 비판들이 있다”고 말했다. CDMA 이후 근 30년 동안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과학기술적 성과가 없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특정분야에 자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지원사업’은 또한 ‘출연연 혁신’을 위한 정부의 의지도 담겨 있다. 이 사업이 처음 기획될 당시 사용했던 국가기술연구센터(NTC)라는 명칭은 “출연연 통폐합의 전조”라는 반발에 부딪혀 사라졌지만, 정부는 여전히 이 사업을 출연연 혁신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기술환경 변화로 인해 과거와 달리 한 개 기관이 단독으로 국가적 아젠다를 대응하는데 한계가 존재함에도 개별기관 단위의 목표 수립, 분절적 예산 운용 등 칸막이식 운영이 지속됨에 따라, 이를 탈피하는 임무 중심의 개방적 협력체계를 바탕으로 한 역동적인 연구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는 게 과기부가 사업 추진 배경으로 지속 강조하고 있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대로 출연연 혁신의 시발점이 될 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과학기술 출연연의 융합연구사업은 다양한 형태로 추진돼 왔지만 여전히 실패(과기부 표현으로는 ‘미흡’)했다는 평가가 많았고, 이번 사업 역시 출연연에서의 인식은 “예산 가뭄 속에 대형사업을 수주해 온 성과” 차원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이같은 우려에 대해 출연연 혁신을 위한 정책 방안은 별도로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정된 5개 사업의 임무 목표, 연구개발계획 등에 대한 대국민 발표도 내 달 중에 별도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칸막이를 허물고 모든 역량을 결집해 글로벌 TOP 수준의 연구개발을 수행하기 위한 출연연들의 담대한 도전이 시작됐다”면서, “이번에 선정된 전략연구단들을 통해 국가 사회·경제에 기여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형성과가 창출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과학기술 각 분야에서 여전히 산재해 있는 국가적 아젠다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전략연구단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선정된 연구단의 목표는 다음과 같이 제시됐다.(연구단 이름, 총괄연구기관, 총 예산, 2024년 예산)

△시장선도형 차세대 이차전지 혁신 전략연구단(한국화학연구원,1300억원, 260억원)

1회 충전으로 국내 일주가 가능한 고용량 이차전지, 친환경 소재의 미래 항공교통 수단용 가벼운 이차전지, 불나지 않는 이차전지, 자원고갈 걱정 없는 비리튬계 이차전지 및 세계 1등 공정·장비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한다.

△수전해 수소 생산시스템 전략연구단(에너지연, 850억원, 170억원)

차세대 수전해 분야인 고분자 전해질막(PEM), 차세대 저온(음이온 교환막, AEM) 및 고온 수전해에 대한 핵심 원천 및 시스템 설계·최적화 기술 개발을 통해 1톤/1일급 수전해 수소 생산시스템 핵심 요소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전자·세포치료 전문연구단(생명연, 850억원,170억원)

유전성 실명 질환 및 난치성 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각 1종 도출, 식약처 임상시험 2건 신청, 연구자 임상 1건 이상, 1000억원 이상 대형 기술이전을 비롯해 신규 치료제 후보물질 도출(10건 이상), 원천 특허 출원(10건 이상), 비임상 가이드 확보(15건 이상) 등 유전자·세포치료 분야에서 공백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첨단바이오 맞춤 기술지원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SMR 가상원자로 플랫폼 개발사업단(원자력연,1025억원, 205억원)

경수형 SMR, 용융염원자로(MSR), 고온가스로(VHTR), 히트파이프 원자로(HPR), 소듐냉각고속로(SFR) 등 다양한 형태의 SMR에 범용으로 적용 가능한 디지털트윈 형태의 가상원자로 플랫폼을 개발, SMR 실증을 어렵게 하는 병목을 신속히 해결하고 고수준 자율운전을 통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운전원 오류 제로 SMR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초거대 계산 반도체 전략연구단(KIST, 800억원, 160억원)

복잡한 최적화 연산에서의 문제를 해소하고 기존 수개월 소요되던 대규모 계산을 단 몇 시간 내 초저전력으로 해결하기 위해, 순방향과 역방향 계산을 동시에 이용하는 랜덤연산 프로세서의 개발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보안, 기후 변화 대응 등 미래 경제·사회 각 분야의 난제 해결을 위한 핵심 기술을 확보하여 국가경쟁력 제고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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