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産)’ 라인…日 경제 안보 논리 맞물려 국적 논란
네이버·소프트뱅크에 지분조정 압박 계속될 듯
네이버 “정부와 긴밀 협의” 신중…이해진 선택만 남아
정치권에서 일본 정부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 압박에 대한 강경한 발언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종일'(從日) 정권, 적성국, 경영권 탈취 등 반일 정서에 기댄 감정적 멘트도 나온다. 네이버가 ‘반일(反日)-혐한(嫌韓)’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모양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권에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일주일 사이 일본을 직접 겨냥한 발언을 몇 차례 했다. 윤 의원은 지난 3일 세종연구소가 개최한 ‘한일 전략포럼’ 토론에서 라인야후 사태는 “한일 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사안”이라며 “네이버가 일본 이용자 정보를 불법 활용한 것도 없는데 (일본 조치는) 적성국 기업에나 적용할 만한 과도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총무성은 지난 3월 라인야후에 네이버와의 ‘지분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지난해 11월 네이버클라우드를 통해 라인 이용자와 거래처 등 개인정보 51만건이 유출된 사고가 계기였다. 이에 라인야후 측이 사고 재발 방지책을 제출했으나 총무성은 “제출한 조치 사항이 불충분하다”며 재차 행정지도를 내렸다. 네이버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함께 라인야후의 지주회사인 A홀딩스의 지분을 50%씩 보유해 한 주만 넘어가도 경영권을 잃는다.
이에 대해 그는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해 발생한 네이버 클라우드 해킹 사건으로 라인 앱 이용자의 정보 유출이 우려된다며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소프트뱅크가 주도권을 쥐도록 행정지도로 지분매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인데 납득할 수 없다”며 “일본의 압박 중단과 우리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번 22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하게 된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경기 하남을 당선인 역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일본 정부가 네이버 라인 지분을 매각하고 떠나라면서 압박에 나섰다”면서 “150년 전 제국주의 시대에는 우리나라와 땅을 빼앗고 민족을 말살시키려 했다면, 지금은 기술과 플랫폼의 영향력을 탈취하겠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김 당선인은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자이기도 하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자신의 SNS를 통해 거들었다. 그는 정부를 향해 “친일(親日)을 넘어 종일(從日) 정권”이라며 “일본 정부의 강제징용 판결 불수용도 묵인. 후쿠시마(福島) 오염수 방류도 묵인. 라인 경영권 탈취 압박도 묵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일본에선 우익인사인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이 유명 주간지 주간문춘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라인을 이용하지 않는다”며 불편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했다.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은 일본 정부가 내각의 경제안보 분야를 총괄하기 위해 2021년 신설한 직책이다. 일본의 국가안전보장국(NSS·국가안보실 격)을 소관 부처로 해서 총무성, 외무성, 방위성, 경제산업성, 재무성, 문부과학성, 경찰청, 공안조사청, 금융청 등에 대한 관련 업무를 총괄·지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라인의 국적 논란은 양국 간의 정치적 갈등이 깊어질 때마다 터지는 문제였다. 일본에서는 라인 이용자가 약 9600만명에 이르는 데다 주요 지방자치단체들도 행정 업무에 앱을 널리 활용하고 있다. 라인이 일본의 ‘국민 메신저’가 된 상황에서 민감한 정보관리를 한국 기업의 시스템 아래에 두는 것이 적절하냐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당장 ‘친일 대 반일’ 구도를 부각하는 발언도 나왔다. 일본 최대 종합출판사 고단샤가 운영하는 온라인 매체 현대비즈니스는 지난 1일 ‘문재인 시대의 반일 무드 부활인가…라인야후 경영 체제에 대한 일본 정부 행정지도에 한국 언론 큰 반발 중’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오랜만에 훈풍이 불었던 한-일 관계지만, 한국 집권당(국민의힘) 총선 참패와 라인야후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국에선 다시 반일 감정이 요동칠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최근 회복된 한·일 관계의 무드 속에서 반일 정서 확산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네이버의 입장을 확인한 후에 필요할 때는 일본 측과 의사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지분 매각 강요가 아니라고 반발했다. 일본 정부 측은 “기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한다는 것은 행정지도 내용에 담겨 있지 않다”면서 “어떤 방법을 취할지는 근본적으로 민간이 생각해내야 할 부분이다. 7월 1일까지 라인야후가 보고하면 되는 사안이다”고 일축했다.
네이버는 신중한 자세다. 한·일 양국 간 감정싸움이 과열돼 갈등으로 번지는 상황을 우려하는 탓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3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일본 총무성 행정지도와 관련해 자본 지배력을 줄일 것을 요구한 자체가 이례적이지만 이를 따를지 말지의 결정이 아니라, 중장기적 사업 기반에 근거해 결정할 것으로 내부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대표는 “정부 당국과 긴밀히 협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네이버는 라인야후 지분을 현재대로 유지할지 만약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대응할지 등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최근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 문제가 진영 논리의 도구나 정쟁의 수단으로 악용돼서는 안된다”며 “양국의 반일-혐한 감정이 깊어지면 질수록 라인의 주 고객인 일본인 사용자들을 자극하게 돼 네이버가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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