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형 탈모, 20년 만에 신약 나올까…개발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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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사들이 남성형 탈모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원형과 달리 남성형 탈모치료제는 개발 속도가 더딘 편으로,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받은 약물은 약 20년 전 개발된 게 전부다.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기존 약물로 효과를 못 본 환자들에게 새 치료 옵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릭스는 최근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세계모발연구학회(WCHR) 2024’에서 자체 개발 중인 남성형 탈모치료 후보물질 ‘OLX104C’의 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약물은 특정 단백질의 발현을 선택적으로 막는 RNA(리보핵산) 간섭기술로 안드로겐(남성호르몬) 수용체 생성을 억제하는 원리로 남성형 탈모를 치료한다.

남성형 탈모는 주로 안드로겐의 일종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 모낭에 있는 안드로겐 수용체와 만나 모발의 성장을 억제하고, 퇴행을 촉진시키며 나타나는 질환이다. 전체 탈모 환자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 호르몬(에스트로겐)이 감소한 중년 여성에게도 발생한다.

JW중외제약은 이달 원형과 남성형 탈모치료제로 함께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 ‘JW0061’에 관한 특허를 국내에 등록했다. JW0061은 세포의 성장과 분화 등을 조절하는 Wnt(윈트) 신호전달경로를 활성화해 모발 형성을 촉진하는 원리의 약물이다. 이르면 연내 임상시험에 진입할 예정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이처럼 남성형 탈모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이유는 새로운 원리로 탈모를 치료하는 신약이 개발되면 기존 치료제로 효과를 못 보거나, 부작용으로 접근이 어려웠던 환자들에게 새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미 FDA로부터 허가를 받은 남성형 탈모치료제는 ‘로게인(성분명 미녹시딜)’과 ‘프로페시아(피나스테리드)’ 두 개가 전부다. 두 약물은 각각 1988년, 1997년에 승인을 받았으며 원래 궤양(피부나 점막에 결손이 생긴 병),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모발생장 기능이 발견되면서 탈모치료제로 선회한 사례다.

이와 달리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모낭 세포를 공격해 발생하는 원형탈모증은 지난 2023년 다국적 제약사인 화이자의 ‘리트풀로(성분명 리틀레시티닙)’, 2022년 일라이릴리의 ‘올루미언트(바리시티닙)’ 등이 허가를 받는 등 신약 출시가 활발한 편이다.

국내에서는 미녹시딜, 프로페시아 외에도 프로페시아와 같은 원리의 ‘아보다트(두타스테리드)’가 남성형 탈모치료제로 허가를 받아 치료에 쓰이고 있다. 두타스테리드는 2001년 FDA로부터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바 있다.

이들 약물은 임상에서 모발 밀도 개선 등 남성형 탈모증상 개선 효과를 확인했으나 효능이 나타나지 않거나, 부작용 문제로 사용을 중단하는 등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는 여전히 큰 상태다.

미녹시딜은 용량에 따라 남성형 탈모 환자 약 30~40%에게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는 이보다 효과가 우수하지만 혈관을 확장시키는 미녹시딜과 달리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원리로 성욕감소, 발기부전 등의 성기능 장애로 복용을 중단하는 환자가 많다.

이 때문에 남성형 탈모약을 만드는 국내 제약사들은 기존 약보다 효능이 뛰어나거나 부작용을 피할 수 있는 원리의 약물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기존 약물과 다른 원리의 치료제를 개발 중인 올릭스, JW중외제약 등은 약물이 남성 호르몬을 억제하지 않는 만큼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에서 보이는 성기능 장애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제약사는 전임상 결과를 토대로 기존 약보다 치료효과도 뛰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남성형 탈모치료제 시장은 2023년 27억2000만달러(3조7000억원)에서 연평균 8.45% 성장해 2030년 47억9000만달러(6조55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남성형 탈모치료제를 개발하는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남성형 탈모는 환자 수가 많고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특성상 시장성이 무척 크다”며 “피나스테리드 등의 기존 약보다 효과가 좋으면서 부작용도 줄이는 방향으로 치료제를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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