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KT 경영권이 현대차에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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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기업 KT의 최대주주가 최근 국민연금에서 현대차그룹으로 변경됐습니다. 국민연금이 KT 주식을 장내매도해 지분율이 기존 8.08%에서 7.51%로 변경됐다고 이달초 공시하면서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기존 지분율이 각각 4.75%, 3.14%로 그대로인데, 난데없이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양사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의도치 않게 벌어진 일”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은 특별한 의도가 있었을까요. 국민연금은 소유분산기업 KT의 최고경영자(CEO)가 변경될 때 주주의견을 적극 제시한 걸로 유명하죠. 하지만 국민연금 역시 이번 사안과 관련해 의도가 있진 않았다고 합니다. 국민연금의 공식 답변은 “개별 종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이지만, 일반론적 설명은 가능합니다.

국민연금은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거나 내려놓는 등 특정 목적을 갖고 주식을 사고파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시장 상황을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 성격이 강해 경영권과 관련한 목적성이 담기진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또한 여러 위탁운용사를 통해 투자가 이뤄지므로 “이렇게 하자”고 모의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라고 합니다. 국민연금이 KT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이 회사 주식을 계속 샀을 텐데요. 그렇게 하지 않았죠.

가만히 있다가 KT의 최대주주가 된 현대차도 별다른 공식입장 표명을 하지 못할 정도로 난감한 상황입니다. 현대차는 KT와 2022년 7500억원 규모 주식을 맞교환하고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서 협력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협업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는 성격이고, 이번 최대주주 변경에 따른 변화와 관련해선 결정된 바가 전혀 없다는 게 양사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양사의 협력이 더욱 강화되거나, B2B(기업간) 거래에 혜택이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공정거래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국민연금은 지분율을 토대로 KT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보단, 정권을 잡은쪽이 뒤에서 힘을 과시하고 KT는 정무적으로 이에 대응해왔다고 보는 게 훨씬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일각에선 재계 순위 최상위권인 현대차가 KT에 관심이 있으면 좋겠다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민간이 KT의 경영권을 갖는 게 낫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소유분산기업이 정권 교체기마다 주기적으로 겪는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일 겁니다.

아무튼 기간통신사업자의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사건’이 벌어지는 바람에 절차상 KT와 현대차는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공익성 심사 신청서를 접수했다고 하는데요. 과기정통부가 이를 심사하게 됩니다. KT 새노조는 이번 최대주주 변경으로 공공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기존 주식을 그냥 갖고만 있다가 최대주주가 된 현대차가 규제로 넘쳐나는 통신업을 굳이 떠안을 가능성이 크진 않다는 분석이 대세를 이룹니다.

무엇보다 통신업에 애정이 있는 관계자들은 기간통신사업자의 최대주주 지위가 이렇게 해프닝에 가까운 수준으로 변경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마디로 좀 어이가 없다는 말입니다. 통신업과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생산적 의지를 가진 인물이나 사업자가 등장해서 논란이 벌어지는 것과 어떤 기업이 가만히 있다가 뜻하지 않게 어부지리로 최대주주가 되는 것은 그 가치도 미래도 대단히 다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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