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R&D 패러독스’ 실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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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우리나라 연구개발 투자의 비효율성을 강조하는 관용어구로 흔히 사용되고 있는 ‘코리아 R&D 패러독스’에 대해 실체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장필성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R&D혁신연구단장은 24일 ‘새로운 도약을 위한 국가R&D 회고와 전망’이란 주제로 열린 과학기술정책포럼에서 “‘코리아 R&D 패러독스’는 그 근거와 실체가 불분명하며 그 용어와 논의의 유효성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필성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R&D혁신연구단장이 24일 ‘새로운 도약을 위한 국가R&D 회고와 전망’이란 주제로 열린 과학기술정책포럼에서 발제하고 있다. [사진=STEPI ]

장 단장은 “지난 10여년 간 제기돼 온 ‘코리아 R&D 패러독스’ 담론에 대해 R&D 성과 효율성과 질적 수준, 경제적 파급효과 등 실증적 차원에서 다각적으로 검토한 결과, 우리나라 R&D 투자는 효율성 측면에서는 특별한 부진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우수연구 창출 및 국가연구개발성과 측면에서의 효율성은 향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R&D 패러독스’라는 말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상위 수준의 R&D 투자를 지속하고 있음에도 실질적 성과는 부진하다”는 식으로 R&D 투자의 비효율성을 지적할 때마다 관행적으로 사용돼 온 용어다.

장 단장에 따르면 “이 용어는 2013년에 언론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2021년 이후 기사 수가 크게 증가했다”면서 “하지만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R&D 활동에 대한 효과분석 연구 100여편을 분석한 결과, 생산성, 효율성, 경제적 효과 등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로 분석된 결과들이 대다수(약 75%)였으며 논문, 특허, 첨단산업 수출액, 지적재산권 수출액, 기술료 등 각종 성과지표들의 효율성을 개별적으로 따져봐도 주요국가와 비슷하거나 우수한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민간 R&D와 비교한 정부 R&D의 효과성에 대해서도 기술료를 포함한 정부 R&D 성과들의 투입 대비 효율성이 점진적으로 향상 중이며, 파급효과 측면을 고려할 때, 정부 R&D의 지식 파급효과와 경제적 파급효과가 창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장 단장은 결론적으로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 할 수 없으면 개선 할 수 없다”는 경영학 용어를 인용하면서 국가과학기술혁신 체제 전반을 포괄하는 증거기반의 진단과 평가 환류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현철 산업통상자원부 R&D전략기획단 혁신전략MD가 24일 ‘새로운 도약을 위한 국가R&D 회고와 전망’이란 주제로 열린 과학기술정책포럼에서 발제하고 있다. [사진=STEPI ]

이날 또다른 발제자로 나선 김현철 산업통상자원부 R&D전략기획단 혁신전략MD는 ‘우리나라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높은 위상을 차지할 정도로 발전했으나, 앞으로 이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전환점에 서 있다”고 강조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자국 중심의 산업 정책이 강화되고 있는 환경에서 우리나라도 R&D 체계 개편을 통한 효율화, 인력과 기술 유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 MD는 이를 위해 산업기술혁신의 목표를 글로벌 시장 관점, 글로벌 기술기업 중심으로 전환하고, 글로벌 어벤저스를 키우기 위한 산업간·부처간 용합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24일 개최한 ‘새로운 도약을 위한 국가R&D 회고와 전망’ 주제의 과학기술정책포럼의 2부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STEPI ]

토론에서는 ‘코리아 R&D 패러독스’의 실체에 대한 논평과 함께 과학기술과 산업기술의 차이에 따른 정책의 일관성 문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대형 임무 중심 운영방안, 환경과 위상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R&D 정책 관점의 변화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최영진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장은 “그동안 연구자들을 짓눌러 온 멍에같은 표현이었던 ‘코리아 R&D 패러독스’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발제는 연구자 입장에서는 감사한 말이지만, R&D 예산 확대에 따른 비효율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연구재단의 경우 크게 기초연구본부와 국책연구본부가 각각 연간 2조5천억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데, (개인 창의성 중심의) 기초연구와 (집단적 국가임무수행 중심의) 국책연구사업이 지원 취지나 관리 방식이 달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연구 수행 과정을 보면 차이가 거의 없다”면서 “국책 사업에 대한 실효성 있는 관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코리아 R&D 패러독스’라는 유령이 등장한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최 본부장은 “국책연구본부 예산이 5년 사이에 무려 60%가 증가하고 사업 수는 무려 25배가 증가한 반면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재단 인력은 26%밖에 늘지 않았다. 직원 1명이 300억원이 넘는 예산을 관리하고, PM 한 명이 200개의 과제를 관리하면서 매년 40개 정도의 과제를 기획하는 상황”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각종 제도적 견제 장치를 과도하게 두어서 PM이 책임감을 가지고 유연한 사업 관리를 할 수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시스템연구본부장은 과학기술정책의 ‘복잡성’ 관리를 앞으로의 정책 키워드로 제시했다. 그는 “과거 우리나라 혁신정책은 필요한 걸 빨리빨리 키워야 하는 ‘결핍모델’을 기반으로 했으나 지금은 선진국형 ‘비만모델’ 또는 ‘건강관리 모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작년 R&D 예산 삭감 사태도 결핍 논리가 아니라 복잡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의 관점으로 전환해야 R&D 비효율의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승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 년간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어왔으나, 지속적으로 R&D투자 대비 경제적 성과가 부족하다는 대내외 지적을 받고 있다”며 “‘코리아 R&D 패러독스’ 해결을 위한 올바른 처방은 올바른 진단에서 시작될 수 있는 만큼 R&D 투자의 성과와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R&D 투자방안과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R&D 시스템의 전환 방향 마련을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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