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케이캡’ 떠나도 속 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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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근당이 소화기질환 의약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위염 신약 출시를 앞둔 데다, 차세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의 공동판매권도 따냈다. 최근 판매계약이 만료된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의 빈자리를 탈 없이 채워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종근당은 올해 급성 또는 만성위염 신약인 ‘지텍(육계건조엑스)’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텍은 녹나무와 육계나무 줄기껍질을 말린 약재인 육계를 주성분으로 한 천연물의약품이다. 10년 간의 개발노력 끝에 지난 2022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지텍이 기대받는 이유는 임상에서 경쟁약인 동아에스티의 ‘스티렌(애엽95%에탈올연조엑스)’보다 우수한 약효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스티렌은 지난해 매출액 198억원을 거뒀으며 동일한 성분의 제네릭의약품(복제약) 매출을 모두 더하면 국내에서 약 1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종근당은 임상 3상에서 급성 또는 만성위염 환자에게 지텍과 스티렌을 2주간 투여했다. 이후 내시경 검사를 통해 투여 전과 후 위점막 미란(조직결손)의 유효율을 검사한 결과 지텍이 55%, 스티렌이 39%로 나타났다. 약물 복용 후 위점막 미란의 개수가 줄어든 환자수가 지텍이 더 많다는 뜻이다.


여기에 종근당은 최근 경쟁사인 대웅제약과 손잡고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계열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인 ‘펙수클루(펙수프라잔염산염)’ 공동판매를 시작했다. P-CAB은 1세대 위식도역류성질환 약물인 PPI(프로톤 펌프 억제제)보다 위산 억제 효과가 세고, 약효 유지 기간이 긴 차세대 약물로 꼽힌다.

종근당이 이처럼 소화기질환 의약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데는 HK이노엔과 맺은 케이캡 공동 판매계약이 지난해 말 종료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케이캡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발매된 P-CAB 계열 신약으로 종근당이 2019년부터 HK이노엔과 국내에서 공동으로 판매해왔다. 지난해 종근당이 케이캡으로 벌어들인 매출액은 1375억원, 전체 매출의 8.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나 재계약을 맺지 못하면서 매출 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번에 새롭게 구축한 소화기질환 의약품 품목으로 이 빈자리를 빠른 시일 내 채울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지텍은 자체 개발한 신약인 만큼 판매수수료를 지급하던 케이캡보다 더 높은 수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보건당국이 최근 임상적 우월성을 입증한 천연물 신약의 약가를 우대하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지텍이 이 혜택을 적용받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펙수클루가 케이캡을 위협할 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점도 종근당에 긍정적인 소식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펙수클루는 출시 1년 차인 지난해 외래 처방액 53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처방금액은 1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8% 증가했다.

종근당은 이 두 개의 신약 외에도 PPI 제제에 제산제를 섞은 개량신약 ‘에스듀오(에스오메프라졸, 탄산수소나트륨)’, PPI 제제인 ‘오엠피(에스오메프라졸)’, 제산제 ‘알긴엑(알긴산나트륨)’, 위장약 ‘제이딘(라니티딘염산염)’ 등 다양한 소화기질환 의약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시장 규모는 9127억원으로 전년 대비 11.0% 증가했다. 지난 5년 연평균 성장률은 약 15%에 달했다.

종근당 관계자는 “지텍은 출시를 위해 약가협상 등이 진행 중이며 펙수클루는 올해 시장에 잘 안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첫 번째 목표”라고 했다. 추가적인 소화기질환 신약 도입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검토 중인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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