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딜레마…’BM이냐 다각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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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 게임사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지식재산권(IP) 기반 게임들의 노후화를 만회할 신작을 잇따라 내놓을 예정이다 주식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한때 100만원이 넘었던 엔씨 주가는 17일 현재 16만원대로 추락해있는 상태다. 시장 전문가들은 엔씨의 신작이 ‘포스트 리니지’에 등극할 수준의 BM(비즈니스모델)을 갖춘 게임이 아니기 때문으로 평가한다. 

과금 강도가 높다는 리니지 유저들의 지적을 수용하는 동시에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접근한 신작들이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엔씨의 올해 1분기 매출은 4163억원, 영업이익은 147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각각 전년동기대비 13.05%, 81.97% 감소한 수치다.

올해 2분기에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엔씨의 실적은 3분기부터 서서히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적 약세의 배경은 신작이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내놓고 있어서다. 엔씨는 지난해 말 기대작 ‘쓰론 앤 리버티'(TL)를 전격적으로 내놨지만 구체적 실적을 공개하지 않을 정도로 성과가 미미했다는 분석이다.

어느 정도 예고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단기 수익성보다는 게임성 강화에 주력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특히 TL은 글로벌 시장 공략을 겨냥한 작품이기 때문에 리니지와 같은 BM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홍원준 엔씨 CFO(최고재무책임자)는 “TL은 기존 모바일 게임들처럼 기록적인 매출 지표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PC 기반이고, 아마존과 함께하더라도 BM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TL 혼자서 엔씨의 매출 감소 흐름을 상쇄할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퍼즐게임 ‘PUZZUP: AMITOI'(퍼즈업: 아미토이) 론칭을 시작으로 난투형 대전액션 ‘배틀 크러쉬’, 수집형 RPG ‘블레이드&소울 S’ △실시간 전략게임(RTS) ‘프로젝트G’를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지만 이런 게임들은 리니지급의 수익성을 기대대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엔씨는 올해 배틀 크러쉬, BSS, TL 글로벌 등 5개 게임을 선보여 3분기부터 성과가 반영될 예정이나, 이 회사 기존 모바일 게임 대비 저과금의 BM이라 실적 기여는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도 “올해는 전년대비 신작이 풍부하고 변화는 긍정적”이라면서도 “하지만 숫자가 따라와야 한다. 역시 아이온2 출시 전에는 쉽지 않은 실적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MMORPG 기대작 ‘아이온2’는 내년에 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엔씨는 결국 리니지 같은 MMORPG로 실적을 개선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엔씨도 이같은 시장의 평가를 인지하고 있다. 홍 CFO는 “MMORPG 영역에서 잘하는 것을 더 잘하는 것은 불문가지”라며 “아이온2는 제일 중요한 IP이고 전사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엔씨는 당분간 실적 약세가 불가피한 만큼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도 예고했으나 이 역시 당장 실적에 기여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른바 ‘가성비'(가격대비성능) 높은 매물을 발굴하는 게 어렵고 M&A가 추진되더라도 실제 성과를 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엔씨가 자체 개발작만 고집할 게 아니라 퍼블리싱(외부 게임 유통)과 같은 방식에도 눈길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도 안팎에서 나오고 있으나,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엔씨는 개발에 인력이 집중된 회사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엔씨의 정규직원 4816명 중 연구개발 분야 인력만 3500명이 넘는다. 전체의 73% 수준이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시프트업은 300명에 불과한 인원으로 ‘승리의 여신: 니케’ 라이브 서비스를 하는데, 이미지 생성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외부 퍼블리싱도 활용하면서 투자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며 “엔씨는 사업 목표의 우선순위를 지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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