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총선, 제약바이오 공약 보따리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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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보다 제약바이오 공약이 풍성하던 총선이었다. 여야는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해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에 공통된 목소리를 냈다. 여야 모두 큰 틀에서 겹치는 내용이 많은 만큼 실행여부나 시점이 주요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R&D 예산 확대한다…백신연구 볕들까

32년 만의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22대 총선을 달군 뜨거운 감자 중 하나는 단연 국가 R&D 예산이었다. 정부는 ‘R&D 카르텔(이익권력) 척결’ 명목으로 올해 R&D 예산을 전년 대비 약 4조6000억원(14.6%) 줄였다. 이는 1991년 이후 33년 만에 이뤄진 첫 예산삭감으로 적잖은 파장을 불러왔다.

제약바이오 산업계도 R&D 예산 삭감여파를 피해 갈 수 없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으로 잘 알려진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 연구개발 예산이 전년 대비 절반 넘게 깎이면서 백신 개발기업의 타격이 컸다.


백신은 보건안보와 직결된 문제로 이는 제약업계 안팎의 우려를 불러일으켰고 야당은 이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현 정부의 R&D 예산 삭감을 선거기간 내내 꼬집으면서 국가 재정의 5% 이상을 R&D에 투자하는 국가예산목표제 법제화, R&D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또 백신주권 확보 및 보건안보 강화를 위해 mRNA 백신 투자 확대를 비롯해 △신‧변종 감염병 백신 개발 생태계 구축 △넥스트 팬데믹 대응 거버넌스 구축 △감염병 대응 필수 백신 및 치료제 자국화 방안 등의 구체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예상치 못한 반발에 정부와 여당도 선거 기간 중 R&D 예산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급히 선회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3일 내년도 R&D 예산을 역대 최대로 편성할 계획을 밝혔고, 이보다 앞서 지난달 충북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mRNA 백신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확대를 약속했다.

여야가 R&D 예산 확대에 공통된 목소리를 낸 만큼 선거결과와 무관하게 내년도 국가 R&D 예산은 2023년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제약바이오 산업으로 흐르는 R&D 투자 지원금도 백신, 디지털바이오 등 양당이 공통으로 강조한 분야를 중심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의약품 부족 현상, 해결될까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의석수 과반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제약사에 이전보다 강한 수준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약이 부족한 데는 복합적인 요인이 섞여 있지만 제약사가 생산을 중단한 것에도 원인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따르면 지난 2020~2022년 3년간 공급이 중단된 의약품의 약 30%가 제약사의 채산성 문제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사는 물류비 인상 등으로 원료가격이 올랐지만 약가는 상한선이 제한돼 있어 유연하게 올리기 어렵다. 그 결과 수익성이 악화되다 생산을 포기하는 상황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게 제약사 측의 입장이다.

지난달 방문한 서울 종로구 소재 한 약국 전경.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사진=김윤화 기자 kyh94@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필수, 퇴장방지의약품을 만드는 제약사의 수익성을 보전해 의약품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퇴장방지의약품은 환자 진료에 반드시 필요하나 경제성이 떨어져 생산이나 수입이 기피되는 약제를 뜻한다.

야당이 내건 주요 공약은 국산 원료 사용 시 인센티브 제공, 필수·퇴장방지의약품 비축 확대 등으로 여당의 공약과 궤를 같이해 향후 이를 추진하는 데 어려움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논란이 될법한 공약은 공공제약사와 의약품유통공사 설립이다. 이는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를 제약사 자율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부족한 의약품 생산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한약사회 등 약사단체가 정치권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약사와 의약품 유통기업의 이권이 엮인 문제인 만큼 추진 과정이 순조로울지 장담하기 어렵다. 기존에도 공공제약사를 설립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유관업계 반발에 막혀 번번이 좌절된 적이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이보다 정부의 역할이 소극적인 민·관 공급관리위원회 설치, 수급불안정 감시 시스템 구축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이 밖에 여야는 디테일에서만 차이가 날 뿐 제약바이오 산업 진흥이라는 측면에서 디지털바이오 산업 생태계 구축, R&D 투자시스템 강화 등에서 하나된 의견을 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여야가 내놓은 공약은 모두 실현 가능성이 높고 가고자 하는 방향이 크게 다르지 않다”라며 “제로베이스(백지상태)에서 새롭게 내놓은 것이 아니라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충분히 실현될 것으로 기대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의약품 수급불안정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중국, 인도 등으로부터 원료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공공제약사가 만들어진다고 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일부 공약에는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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