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주주들의 날선 질문에 진땀을 뺐다. 주주들은 기업공개(IPO)와 신사업계획을 물으며 경쟁사인 빗썸코리아와 직접 비교하거나 회사와 소통 창구가 부족하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남승현 두나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
불만 가득찬 주주…”소통 부족하다’
두나무는 29일 서울시 강남구 업비트 본사에서 제 12기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날 주주총회는 비상장기업의 비공개 주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주주들이 몰렸다. 주주총회치고는 비교적 이른 시간인 오전 8시에 시작됐지만, 회사 측이 준비한 좌석이 꽉 차서 일부 주주들은 서서 주총에 참여해야만 했다.
열기 띤 분위기 속 주주들의 주 관심사는 IPO였다. 주총 내내 “도대체 상장 계획은 있느냐”, “언제 상장하느냐”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한 주주는 “주요 경쟁사 중 한 곳인 빗썸코리아가 내년을 목표로 상장을 계속 공표했고 수수료 인하 정책을 펼치면서 점유율도 일시적으로 위협을 받았다”면서 “회사의 대응 방안은 뭐냐”며 따져물었다. 빗썸코리아는 지난해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IPO 작업에 착수했다.
남 CFO는 “우리는 상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의견을 말하거나 기존에 내부 의사결정을 한 적이 없다”면서 “그러나 가능성은 항상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부적인 의사결정과 상관없이 바로 (상장)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는 계속하고 있다”면서 PwC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재무제표 감사를 2년 연속으로 받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미국의 경우 증권신고서를 작성할 때 ‘빅4’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받은 과거 3년치 재무제표가 필요하다.
주주들은 두나무와 회사와 소통 창구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재차 지적했다. 지난해와 달리 이석우 대표가 주주들의 질문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뜨렸다. 이날 이 대표는 주총 폐회 후 자리를 떠났고, 남 CFO가 남아 주주와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남 CFO는 “사업과 관련된 개인적인 질문이 많다보니 올해는 이렇게 진행하자고 판단했다”면서 “주총 안건과 관련되지 않은 내용은 별도로 메일로 문의하면 답변드리겠다”고 해명했다.
‘3조’ 실탄 방향은? “신사업 다각적 검토”
두나무가 쌓아둔 현금을 바탕으로 어떤 신사업을 발굴할 것인지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두나무의 이익잉여금은 3조2906억원에 달한다.
한 주주는 “쌓아둔 현금으로 어떻게 신사업을 할 건지 정확히 공유하거나, 배당을 늘리거나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또다른 주주는 “2년 전만 해도 NFT(대체불가능토큰)사업을 열심히 진출했고, KBO 프로젝트도 가져갔지만 지금은 사실상 손을 놨다고 판단이 된다.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이 있느냐”고 따졌다. 이에 남 CFO는 “신사업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구체화되면 공시를 통해 알려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두나무는 △재무제표·연결재무제표 승인 △정관 개정 △사내이사 송치형 재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200억원) △감사 보수한도 승인(5억원) 등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두나무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조154억원, 영업이익 6409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동기대비 각각 18.7%, 20.8% 줄어든 수준이다. 두나무는 실적 악화에도 전년(2033원)대비 배당 규모를 늘려 주당 2937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사 보수한도와 감사 보수한도는 모두 전년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두나무는 지난해 송치형 회장(28억원), 정민석 COO(26억원), 임지훈 CSO(15억원), 이석우 CEO(8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 가운데 정 COO와 임 CSO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각각 16억원, 10억원의 이익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