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시장 활황으로 상위권 가상자산거래소와 실명계정 제공 은행 간 협업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빗썸과 농협은행이 오히려 전보다 짧은 반년짜리 계약을 맺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과 농협은행은 최근 실명계정 제휴가 만료됨에 따라 6개월 재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지난 2018년 제휴를 맺은 이후 줄곧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었지만 이번에는 기간을 절반으로 줄였다.
계시장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가상자산업계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농협이 보수적인 결정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자꾸 다른 은행으로 갈아타려는 빗썸을 달래기 위해 농협이 일단 6개월을 제시했다는 시각도 있다. 앞으로 6개월간 실명계정 서비스 개선과 마케팅 등 분야에서 협업을 시도해보고 그래도 부족하다면 그 후에 재협의를 하자는 것이다.
양사는 지난 6년간 제휴를 이어왔지만 불편하고 까다로운 실명계정 서비스로 고객들의 원성을 샀다. 이에 빗썸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을 비롯해 KB국민은행 등과 제휴를 추진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농협과 빗썸의 6개월 재계약은 규제 대응보다는 그동안 불편했던 서비스를 개선하는 등 제대로 협력해보자는 차원으로 알고 있다”며 “코인시장이 좋아지면서 농협은행도 실리를 챙기기 위해 빗썸에 호의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농협은 최근 실명계정 서비스를 개선했다. 지난달 ‘가상통화 계좌개설 관련 유의사항’ 공문을 영업점에 보내 코인 투자 목적의 신규계좌 개설 문턱을 낮추고 한도계좌 해제 요건도 완화했다.
또 농협이 ‘올드’한 이미지를 벗고 젊은 고객을 늘리기 위해서도 빗썸과 제휴를 유지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80%가 20~40대로, 특히 시장 상승기에는 젊은 세대 유입이 늘어 실명계정 제공 은행도 신규고객 유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거래소와 은행 관계에서 은행이 갑이지만, 은행도 가상자산 시장이 좋을 때 고객 확보와 수익 증대를 위해 거래소와 협업을 확대한다”며 “시장이 좋을 땐 1·2위 거래소와 제휴를 원하는 다른 시중은행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은행 관계자는 “일반 기업과 거래할 게 더 있으면 은행이 이득이 된다”면서도 “빗썸과 계약사항은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