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룹과 OCI통합이 무산됐다. 한미사이언스가 28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수원과학대 신텍스에서 개최한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제안한 이사 후보자들이 모두 한미사이언스의 새로운 이사로 선임되면서다.
이날 주총은 위임장을 포함해 주주 2160명이 출석했다. 출석 주주의 주식 수는 5962만4506주로,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 6776만3663주의 88%에 해당해 주총 개최 조건이 성립됐다. 한미사이언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참석하지 않았고 이우현 OCI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당초 주총 시작 시간은 오전 9시부터였지만 의결권 위임장 등 확인 작업에만 약 3시간 30분이 걸려 점심 즈음 시작됐다. 송 회장을 대신해 주총 의장을 맡은 신성재 전무이사는 인사말에서 “OCI통합을 통해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하고자 한다”며 “한미가 지속가능하면서도 신약 개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 이른시일내에 높은 주주가치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주주들의 선택은 한미그룹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였다. 주총의 관건인 이사 선임안 투표는 빠르게 진행됐지만 투표 결과 발표에 1시간 이상이 소요되면서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이우현 회장은 검표 도중 29일 열리는 OCI홀딩스 정기주주총회를 이유로 먼저 자리를 떴다.
상법에 따라 주식회사의 주주총회의 보통결의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50%)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25%) 이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추천 후보자인 임주현, 이우현, 최인영, 박경진, 서정모, 김하일 등 6인은 모두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이 47~48%로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
반면 주주제안 후보자인 임종윤, 임종훈, 권규찬(DXVX 대표이사) , 배보경(카이스트 경영대 교수), 사봉관(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 등 5인은 출석 주주 의결권 51~52%, 발행주식 총수의 45~46%로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해 모두 의결됐다. 다만 배보경, 사봉관 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은 부결됐다.
임종윤 측 5명이 모두 이사회 이사진에 앉게 되면서 OCI와의 통합은 무산되고 최근 승진한 임주현 부회장의 자리도 위태롭게 됐다.
주총이 끝난 후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은 “주총에서 이기긴 했지만 가슴이 아프다”면서 “이게 끝이 아니라 앞으로 OCI와도 협력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고 다양한 방면으로 회사를 키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OCI그룹은 이번 주총 결과를 확인한 뒤 “주주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합 절차는 중단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