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가 “내년 3월에는 1400만명 이상의 국민에게 연간 5300억 원 수준의 통신비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가·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했던 이용자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요금제로 변경하고 있는 추세”라는 배경도 덧붙였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는 연간 5000억 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다. 가계통신비 절감과 통신사 수익은 반대 개념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사업자 수익 감소)를 수천억 원대로 구체화한 만큼 6G 등 차세대 통신 기술에 주력해야 하는 통신 사업자들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28일 오후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 추진현황 및 향후계획을 발표하면서 “불필요하게 고가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했던 이용자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요금제로 변경하고 있다”며 “2024년 2월 기준 전체 5G 가입자의 19%를 넘는 621만 명이 신설 중저가 요금제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동향이 지속되면 연간 5300억 원 수준의 가계통신비가 절감될 것이라는 것이다.
◇세 차례 5G 요금제 개편한 尹정부…5300억 ‘절감’ 또는 ‘사업자 수익 감소’
현 정부 들어 과기정통부는 총 세 차례에 걸쳐 이통 3사의 5G 요금제를 개편해왔다. 이를 통해 고가 중심 5G 요금제의 중저가 중심 전환을 유도해왔다. 5G 중간요금제나 최대 1만원 낮춘 3만원대 최저구간 요금제를 신설했다. 사업자들과 협의해 연령·계층별 특성을 반영한 청년·고령층·알뜰폰 요금제 출시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 장관은 “7만원 이상 고가 요금제 이용자는 신설된 중간 구간으로, 5만원대 요금제 가입자는 4만원대 이하 요금제로 하향 변경하는 추세가 뚜렷하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변동폭은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5300억 원은 지난해 이통 3사 합산 영업이익(4조4010억 원)의 약 12%에 달하는 수치로, 단일 사업자의 1개 분기 영업이익을 웃도는 금액이다. 지난해 3분기 3사별 영업이익은 각각 SK텔레콤 4980억원, KT 3219억원, LG유플러스 2543억원이다. 정부는 “지난해 620만 명이 이동했고, 1년 동안 이 추세로 갈 때 1400만 명이 (중저가 요금제로) 이동할 수 있다고 봤다. 이 수에 평균값을 곱해 5300억 원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통신비 인하 압박·수익 악화에 사업자들은 곤혹스러운 처지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최근 주주총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3월 들어 공시지원금을 상향하고 전환지원금도 지급 및 상향하며 정부의 통신경쟁 활성화 정책에 부응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지원금 인상에 따른 통신 수익 악화는) 당연히 걱정이 된다”고 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도 전환지원금을 놓고 “(정부와)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우려한 바 있다.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방침에 적극 협조함에 따라 5G 시장에서 사업자들의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는 만큼 6G 시대 선도·시장 선점을 위한 정부 차원의 장려·지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6G 시대에 사용하는 중고대역 주파수는 5G에 사용하는 3.5GHz와 달리 기지국을 더 많이 설치해야 한다. 막대한 시장 투자를 위한 자본 확충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단말기 구입 부담을 완화하고 사업자 간 자유로운 마케팅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단통법 폐지 이전 단계이지만 실질적인 국민의 단말 구입비 경감을 위해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전환지원금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국내 제조사와 협력해 작년 말부터 올해 3월까지 총 4종의 중저가 단말도 출시했다. 오는 6월까지 2종이 추가 출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