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이 지난해 인간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ALT-B4)로 800억원이 넘는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 수익을 내면서 주목을 받고있다.
20일 비즈워치가 알테오젠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 965억원 중 86.3%에 달하는 833억원이 ALT-B4 기술수출을 통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인 2022년 88억원과 비교하면 기술수출 수익이 무려 847% 늘었다.
ALT-B4는 알테오젠이 자체 개발한 바이오의약품 정맥주사(IV) 제형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변환시켜 주는 하이브로자임(Hybrozyme) 플랫폼 기술을 통해 만든 인간 유래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다.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를 이용한 SC 변환 기술을 보유한 곳으로는 미국 할로자임과 알테오젠이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동물 유래 히알루로니다제는 1950년대에 개발돼 정형외과, 성형외과, 안과, 산부인과 등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나 99% 이상이 이종단백질로 구성돼 있는 저순도 제품으로 아나필락시스 반응, 가려움, 알러지, 호흡곤란 등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할로자임의 ‘하일레넥스(rHuPH20)’는 로슈가 항체치료제에 SC 변환기술로 적용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알테오젠의 ALT-B4는 하일레넥스 대비 생산성, 효소 활성도가 높고 열 안정성과 면역원성 면에서 우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알테오젠은 지난 2019년 글로벌 제약사 GPC와 13억7300만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1조8000억원), 2020년에는 MSD와 38억6500만달러(5조2000억원), 2021년에는 인타스 파마슈티컬스와 1억900만달러(1500억원), 2022년에는 산도즈와 1억4500만달러(2000억원) 규모로 ALT-B4를 기술이전한 바 있다. 이 중 MSD와 계약은 지난 2월 수주기간을 4개월 연장하면서 약 4억3200만달러(5400억원)가 증액돼 총 계약금액이 43억1700만달러(5조8000억원)로 늘었다.
알테오젠이 지난해까지 ALT-B4 기술수출로 수취한 금액은 전체 계약규모 59억4400만달러(8조원) 중 9960만달러(1300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가장 계약규모가 큰 MSD의 개발진행 단계가 막바지에 접어든 만큼 향후 허가, 판매까지 성공할 경우 마일스톤과 판매로열티로 추가 수익을 손에 쥘 것으로 기대된다.
MSD가 ALT-B4를 통해 개발 중인 의약품은 자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SC제형이다. 키트루다는 18개 암종에서 38개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이 250억달러(33조5000억원)를 기록한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이다. 키트루다는 3주 간격으로 주사하는데 1회 투약시간이 30분~1시간가량 소요된다. 하지만 SC 제형은 3~8분으로 투약시간이 짧아 환자편의성이 높다.
MSD가 키트루다의 SC제형 개발에 나선 건 단순히 환자편의성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키트루다는 오는 2028년 물질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특허가 만료되면 수많은 바이오시밀러가 쏟아져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투약편의성을 개선한 SC제형에 대한 특허를 새롭게 확보하고 시장을 빠르게 전환하면 정맥주사 제형의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에 출시돼도 매출 타격이 크지 않을 수 있다. MSD가 키트루다SC제형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알테오젠처럼 SC제형 변환 플랫폼을 주력기술로 보유한 경쟁사 할로자임은 지난해 기술수출 로열티 등으로 8억2900만달러(1조1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면서 “알테오젠도 MSD의 키트루다SC제형을 시작으로 기술이전 수익이 본격화되면 매출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