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 ‘롬: 리멤버 오브 마제스티(이하 롬)’가 지난 2월 27일, 한국·대만·일본 등 10개 지역에서 정식 출시했습니다. 개발사 레드랩게임즈가 카카오게임즈와 함께 서비스하고 있는데요. 출시 후 약 2주간 거둔 성과가 괄목할만 합니다.
레드랩게임즈는 ‘에오스 레드’를 개발하고 서비스하던 이들이 모여 설립한 게임사입니다. MMORPG 개발 및 운영 노하우는 이미 검증됐다고 할 수 있죠. 그렇지만 ‘롬’은 완전 신규 IP인데다 현재의 MMORPG 시장은 2019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포화상태입니다. 게다가 출시 직전 엔씨소프트의 저작권 침해 소송이라는 암초도 만났죠.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롬’은 출시 직후 한국, 대만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인기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매출 순위에서도 모습을 드러낸 ‘롬’은 꾸준한 상승세로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 최고 매출 2위, 대만에선 3위까지 올랐죠. 출시 전부터 보수적 서버 증설 정책을 강조했던 레드랩게임즈였지만, 예상보다 더 큰 성과와 유저들의 요구로 2개 서버를 추가로 열었습니다.
‘롬’은 올해 초 열린 쇼케이스에서 ▲자유롭고 승리시 보상이 명확한 PK ▲충돌 시스템을 동반한 대규모 전투 ▲자유도 높은 경제 등을 특징으로 한 ‘정통 하드코어 MMORPG’를 표방했습니다. MMORPG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지만, 의외로 ‘롬’과 같은 정통 하드코어 MMORPG는 꽤 오랜만이지요.
2023년 한해 출시됐던 MMORPG를 살펴보면 경쟁작들보다 ‘튀어 보이려고 한’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모바일 SLG의 요소를 차용해 장르 융합을 꾀하거나 언리얼 엔진 5를 활용한 깔끔하고 화려한 비주얼과 글라이더를 활용한 활공, SF 세계관 기반의 화려한 슈트 액션, 패리와 환경 변화 도입 등 여러가지 새로운 양념들을 곁들였죠.
이러한 신작들이 시장에 안착했다는 점에서 첨가된 양념의 맛은 나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체의 양념을 넣지 않은 본연의 맛을 기대하는 이들이 즐길만한 게임은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죠. 이들에게 있어 ‘롬’은 오랜 갈증을 해소시켜 주는 게임인 셈입니다.
하드코어 MMORPG의 기본 재미는 성장과 경쟁, 그리고 필드 사냥에서의 아이템 획득과 거래라 할 수 있습니다. 경쟁의 경우 유저들의 캐릭터가 일정 수준 이상 성장한 시점에 추가되는 대규모 전투를 통해 본격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시점 ‘롬’의 핵심은 ‘성장, 득템, 거래’이지요.
‘롬’에서의 캐릭터 성장은 메인퀘스트 수행, 반복 사냥, 장비 업그레이드, 도감 수집 등을 통해 이뤄집니다. 기존 MMORPG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것이면서 한층 더 편리해지고 간소화된 형태가 특징인데요. 장시간 집중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기 어려운 30~50대 유저들이 타겟이라 강조한 만큼 적절한 구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냥터에서는 다른 MMORPG 대비 높은 등급의 장비를 얻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합니다. 덧붙여 사냥을 통해 얻은 아이템 외에 ‘뽑기’로 얻은 코스튬, 가디언 등의 유료 아이템도 거래소를 통해 사고 팔 수 있는 높은 자유도의 경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죠. 새로운 양념은 없으나 하드코어 MMORPG 본연의 맛을 한층 진하게 우려냄으로써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롬’의 초반 흥행과 그 원인에 대해 분석해봤는데요. 이밖에 장기적인 시장 안착을 기대케 하는 요소들도 있습니다. 우선 하드코어 MMORPG의 엔드콘텐츠인 대규모 전투가 추후 업데이트될 예정이죠. 게임 외적으로는 레드랩게임즈 대표이자 PD인 신현근 대표가 ‘PD 브리핑’을 진행하는데 개발사 리더가 직접 소통에 나선다는 점은 게임 운영에 신뢰감을 더합니다. 레드랩게임즈가 ‘롬’을 통해 다시 한번 ‘중소 게임사의 반란’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