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이동식 천체관측기기 ‘남병철 혼천의’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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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병철 혼천의 복원 모델 [사진=한국천문연구원]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1850년경 제작된 것으로 문헌으로만 전해졌던 조선 후기 천문학자 남병철의 혼천의가 170여 년 만에 되살아났다.

29일 한국천문연구원(원장 박영득)은 조선 후기 천문유산인 ‘남병철 혼천의’ 복원 모델 제작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혼천의는 지구, 태양, 달 등 여러 천체의 움직임을 재현하고 그 위치를 측정하는 기기로 현대천문학으로 넘어오기 이전까지 표준이 된 천체관측기구다.

남병철 혼천의는 개별 기능으로만 활용되어 온 기존 혼천의를 보완하고 관측에 편리하도록 개량한 천문기기로 천문학자 남병철(南秉哲, 1817~1863)이 집필한 ‘의기집설(儀器輯說)’의 ‘혼천의’편에 기록되어 있다.

남병철의 의기집설 (자료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사진=한국천문연구원]

남병철 혼천의는 장소를 옮겨가며 천체를 관측할 수 있도록 관측의 기준이 되는 북극 고도를 조정하는 기능을 갖췄다. 기존 혼천의는 북극 고도를 관측지에 맞게 한번 설치하면 더 이상 변경할 수 없었다.

또한 필요에 따라 세 종류의 축(적극축, 황극축, 천정축)을 바꿔가며 연결해 고도, 방위 측정은 물론이고, 황경과 황위, 적경과 적위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만들었다. 즉 남병철 혼천의는 기존 세 종류의 혼천의를 하나로 합친 것이다.

왼쪽부터 적극축, 황극축, 천정축에 연결한 남병철 혼천의. 기존 혼천의의 경우 회전축이 고정되어 있어 특정 관측만 가능한 반면, 남병철 혼천의는 삼신권과 사유권 사이에 재극권이라는 특별한 고리가 설치되어 있어 상황에 맞는 천체 관측이 가능하다. 축을 적극축에 연결하면 지구의 회전축을 중심으로 천체의 위치를 표현해 적경과 적위를 측정할 수 있다. 천정축에 연결하면 고도와 방위 측정이 가능하며, 황극축에 고정할 경우 태양의 운동을 기준 삼아 사용되는 황도좌표계의 황경과 황위를 측정할 수 있다. [사진=한국천문연구원]

이번 복원을 주도한 천문연 고천문연구센터 김상혁 책임연구원은 남병철 혼천의에 관한 연구를 20년 전에 시작했다. 2022년부터 천문연 민병희 책임연구원, 국립과천과학관의 남경욱 연구관 등과 연구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복원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과학기술적 관점에서 ‘의기집설’의 내용을 다시 번역해 기초 설계를 진행했으며, 충북Pro메이커센터 및 전문 제작 기관과 협업해 모델 재현에 성공했다.

김상혁 책임연구원은 “남병철의 혼천의는 전통 혼천의 중에서 실제로 천체 관측이 가능하도록 재극권을 탑재한 세계 유일의 과학기기”라고 소개하면서 “과거의 천문기기를 복원함으로써 당시의 천문관측 수준을 이해하며 천문 기록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고, 우리 선조의 우수한 과학문화재를 되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밝혔다.

복원된 남병철 혼천의는 올해 하반기에 국립과천과학관에서 특별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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