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과기정통부가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올해부터 새로 시작하는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사업에 출연연이 대거 몰렸다.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출연연이 그나마 규모가 큰 신규 사업 수주에 쏠린 결과로 풀이된다.
29일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마감된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지원사업’ 공모결과 총 51개 전략연구단의 제안서가 접수됐다. 공모 대상인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관 25개 출연연이 각 연구소별로 2개 이상의 제안서를 제출한 결과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거의 모든 출연연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주관연구기관 만을 기준으로 해도 4~5개 출연연 외에는 모두 제안서를 접수해 경쟁이 치열할 걸로 보인다”고 전했다.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은 과기정통부가 올해 신설한 융합연구지원사업이다. 올해 R&D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와중에서도 과기정통부가 끝까지 국회를 설득해 1000억원의 신규사업 예산을 배정받을 만큼 과기부의 올해 역점사업중 하나다.이 사업을 통해 선정된 연구단은 국가기술센터(NTC, National Technology Center)로 지정된다.
사업의 핵심 목적은 “출연연 간 칸막이를 낮추어 국가적 임무 중심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출연연이 국가 연구기관다운 대형 성과 창출을 도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과기부가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출연연 벽 허물기’의 마중물 역할을 하기 위해 기획됐다. 반면 출연연 노조를 비롯한 일각에서는 출연연 통폐합을 위한 첫 발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기도 하다.
이 사업은 1000억원이라는 올해 예산 총액만 정해져 있을 뿐 몇 개 연구단을 선정할 지, 각 연구단 별로 얼마나 지원할 지 등을 정하지 않고 진행되고 있어서 경쟁률이라는 표현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출연연 관계자들은 그동안의 진행 과정을 볼 때 최소 5대1에서 최대 10대1의 경쟁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기정통부의 공고에 따르면 전략연구단은 최소 2개 이상의 출연연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며, 최장 5년 이내 연구기간 동안 최소 연 50억원 이상의 규모로 신청해야 한다.
온정성 과기정통부 연구기관지원팀장은 “출연연의 벽을 허물어 국가적 미션을 수행한다는 NTC 설립의 취지를 생각했을 때 기존 융합연구사업의 지원규모(50억원)로는 어렵다”며 “제안서 평가를 진행해봐야 하겠지만 좀 크게 그림을 가져가쟈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종 선정될 연구단은 5~10개, 연구단별 예산은 연 100~2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올해 예산 삭감으로 인해 지금 출연연들이 모두 예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NTC 선정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어떤 과제로 사업을 구성하느냐를 놓고 출연연 간의 눈치싸움도 치열했다:고 전했다.
과기정통부는 세 단계의 평가 절차를 거쳐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을 선정할 예정이다. 3월 중 접수된 제안서를 검토해 해당 과학기술 임무의 국가적 필요성·탁월성을 점검하고, 유사한 분야·내용의 제안서는 병합해 1차 평가대상으로 상정한다. 제안서가 선정된 연구단을 대상으로 연구개발계획서를 접수, 4월 중 1차 평가를 실시하고, 임무 목표와 수행체계에 대한 보완을 거쳐 2차 평가를 실시해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우선순위 순으로 필요 연구개발비를 예산 범위 내에서 지원할 계획이다.
노경원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출연연이 그간의 소모적인 파편적 과제 수주 경쟁에서 벗어나, 산·학이 주도하기 어려운 대형 국가적 임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R&D 지원체계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출연연이 기관 고유의 전문성과 기관 상호 간 협력을 바탕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형 성과를 창출함으로써, 각 출연연이 기관별 브랜드를 되찾고 국가 과학기술 임무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