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인터루킨-2’, 제약업계 개발전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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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업계에서 ‘인터루킨-2(IL-2)’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터루킨-2은 강력한 항암 효능을 가진 물질 가운데 하나다. 다만 전신 부작용 등의 문제로 국내외에서 아직 허가를 받은 제품이 하나밖에 없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을 비롯한 일부 제약사가 특정 면역세포에 결합하는 방식으로 ‘부작용 최소화’에 도전하고 있다. 동시에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특정 세포와 결합을 피해 항암효능을 끌어올리는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이들 제약사는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등의 기존 면역항암제와 함께 인터루킨-2 항암제를 투여하면 치료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L-2 신약개발, 만만치 않네

인터루킨-2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강력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인터루킨-2가 면역세포 표면에 있는 CD122와 만나면 세포독성 T세포, NK(자연살해)세포 등의 면역세포 분화가 촉진된다. 스위스계 제약사 노바티스의 ‘프로류킨(알데스류킨)’은 이 원리를 활용해 지난 1998년 미 FDA(식품의약국)로부터 허가를 받아낸 최초의 IL-2 기반의 항암제다.

프로류킨 이후 더 이상 인터루킨-2 항암제 허가 소식이 나오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IL-2의 독특한 성질에 있다. 인터루킨-2는 CD122뿐만 아니라 조절T세포 표면에 있는 CD25와도 결합한다. 이 경우 인터루킨-2는 우리 몸의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상반된 기능을 한다. 기대했던 면역반응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IL-2는 특정 성질이 체내에서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인 반감기가 짧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노바티스의 프로류킨은 이 때문에 주로 고용량으로 처방됐으나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해 중환자 외에 사용이 제한됐다.

이후 끊긴 것처럼 보이던 IL-2 항암제 계보를 이은 건 미국계 제약사 넥타 테라퓨틱스였다. 넥타는 IL-2에 PEG(폴리에틸렌글리콜)라는 고분자를 접합한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NKTR-214’를 개발했다. PEG는 약물과 결합하면 반감기를 늘리고, CD122 등 특정 수용체에 대한 결합 선택성을 높일 수 있다.

PEG를 접합한 넥타의 NKTR-214는 초기 임상에서 우수한 항암 효과를 나타내면서 미국계 대형 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에 총 36억 달러(4조8000억원)에 기술 수출된다. 이 중 선급금만 약 절반인 18억 달러(2조4000억원)에 달했다.

BMS의 기대와 달리 NKTR-214는 지난 2022년 회사의 다른 면역항암제인 옵디보(니볼루맙)와 병용투여에서 저조한 성과를 냈고 결국 기술수출 계약은 백지상태로 돌아갔다. 이후로도 글로벌 빅파마(거대 제약사)인 사노피, 로슈 등이 IL-2 기반의 항암제 개발에 나섰으나 대부분 임상에 실패해 개발이 중단된 상태다.

국내 기업들의 도전

높은 개발 문턱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은 IL-2 면역항암제 개발에 여전히 큰 힘을 쏟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주로 IL-2에 표적성이 높은 항체 등을 결합해 면역억제 반응을 피하고, 약물이 전신으로 퍼지는 것을 막아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가장 개발이 활발한 곳은 지아이이노베이션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이 개발 중인 ‘GI-101’은 IL-2와 CD80 수용체에 동시에 결합하는 융합단백질 기반의 치료제다. CD80은 면역관문단백질인 CTLA-4를 저해해 면역활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지난 임상 1·2상에서 GI-101은 프로류킨과 비교해 대폭 개선된 안전성을 나타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의 다른 IL-2 기반의 파이프라인인 ‘GI-102’는 GI-101보다 조절T세포를 강하게 억제한다. 최근 임상에서 GI-102는 단독요법 만으로 키트루다 등 기존 면역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던 흑생종 환자의 완전관해(암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를 이끌어내는 등 뛰어난 항암 효과를 보였다.

국내 바이오텍인 셀렉신의 ‘SCL-3010’도 주목받고 있다. 항체와 인터루킨을 접합한 형태의 면역항암제로 항체가 T세포 등 면역세포에 결합하면, IL-2가 해당 면역세포의 생성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암을 치료한다. 셀렉신은 현재 미국과 국내에서 SCL-3010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버리파이드마켓리포츠에 따르면 글로벌 인터루킨-2 치료제 시장은 2023년 1억400만 달러(1400억원)에서 연평균 150% 성장해 2030년 25억600만 달러(3조33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인터루킨-2는 T세포, NK세포 등의 면역활성도를 높여주는 가장 강력한 물질 중 하나”라며 “최근에는 ADC(항체-약물접합체)처럼 인터루킨-2를 특정 항체와 접합한 약물이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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