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과학] 핵융합 학습한 인공지능, 플라즈마 붕괴 피해가며 인공태양 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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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인공태양 핵융합로에서 플라즈마 붕괴를 미리 예측해 운전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개발됐다.

서재민 중앙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와 에그먼 콜먼(Egemen Kolemen) 프린스턴대학 교수 공동연구팀은 인공태양 핵융합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플라즈마 붕괴를 회피할 수 있는 인공지능 자율제어 기술을 개발해 2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인공지능을 통한 인공태양 불안정성 회피 제어 개요. 인공지능을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 센서 정보(a)로부터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찢어짐 불안정성을 미리 예측하고 피해가도록 인공태양을 제어함(b). 이 인공지능 제어 시스템은 강화학습을 통해 훈련되며, 기존 인공태양 제어 시스템과 결합됨(c). 이를 통해 미국 최대 인공태양인 DIII-D에서 고성능의 핵융합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유지 가능함을 실험적으로 보였음. [사진=한국연구재단]

인공태양은 태양에너지의 원천인 핵융합 반응을 지구상에서 구현해 에너지를 얻는 차세대 친환경에너지 기술이다. 태양의 중력 대신 강한 자기장을 이용해 수소 플라즈마를 핵융합로에 가두고 고온·고압 환경에서 지속적인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에너지를 생산한다.

최근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의 국립점화시설(NIF, National Ignition Facility)에서 레이저 핵융합 방식으로 투입대비 1.89배의 에너지생산에 성공하고, 한국의 인공태양 KSTAR는 1억 도 핵융합 플라즈마를 30초 이상 유지하는 데 성공하는 등 핵융합 상용화에 대한 기대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핵융합로에서의 ‘플라즈마 붕괴’ 현상의 방지는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플라즈마 붕괴의 가장 큰 원인은 자기장이 찢어지며 발생하는 ‘찢어짐 불안정성’인데, 특히 높은 플라즈마 압력이 이러한 자기장 찢어짐을 야기하기 때문에 핵융합에 필요한 조건에 도달하는 데 제약이 된다. 학계는 핵융합 에너지의 상용화를 위해 300초 이상 플라즈마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에는 이미 발생한 찢어짐 불안정성을 완화시키는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실제 인공태양에서 붕괴현상을 방지하려면, 한번 발생한 불안정성을 완화시키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도록 요리조리 피해가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기존 기술로는 자기장의 찢어짐을 피하기는 커녕 발생 전에 미리 예측하기도 어려웠다.

이에 연구팀은 두 가지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찢어짐 불안정성을 피해가며 고압의 플라즈마를 유지하는 개념을 고안해 냈다. 먼저, 자기장이 찢어지는 현상을 미리 예측하기 위해 핵융합로 내부의 서로 다른 종류의 센서에서 획득한 정보들을 이용해 플라즈마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플라즈마 불안정성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어 해당 예측시스템에 강화학습 인공지능을 도입해 훈련시켰다. 다양한 플라즈마 상태에서 장치를 어떻게 제어해야 높은 압력의 플라즈마를 붕괴시키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지를 학습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이 인공지능 시스템을 미국 제너럴 아토믹스 (General Atomics)의 핵융합 장치인 DIII-D에 적용해, 인공지능을 가진 인공태양이 스스로 찢어짐 불안정성을 피해가며 높은 성능의 플라즈마를 유지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특히 플라즈마 붕괴가 쉽게 발생하는 미래 핵융합로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기준조건에서도 성공적으로 작동했다. 이는 기존의 프로그래밍 기반 제어기법으로는 달성하지 못했던 성과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핵융합 플라즈마 연구에도 다양한 방식의 인공지능 기술들이 적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2년 구글 딥마인드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플라즈마의 경계 모양 제어에 성공한 바 있다.

서재민 교수는 “딥마인드의 성과는 공학적 기술에 가까우며, 기존 제어방식의 계산시간이 오래 걸리는 한계점을 인공지능 기술로 해결한 획기적인 연구이다. 이와 비교해 이번 연구는, 플라즈마와 자기장 사이의 상호작용과 안정성에 관한 물리적 이해를 기반한 제어이며, 인공지능이 보다 깊은 물리를 이해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번에 개발한 기술이 KSTAR 및 ITER에서 목표로 하는 300초 이상 고성능 플라즈마를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열쇠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또한 “이번 실험을 수행한 미국의 핵융합 장치 DIII-D는 설계상 10초 이상의 플라즈마 방전이 불가능하다”면서 “한국의 인공태양인 KSTAR는 초전도 자석으로 만들어져, 설계상으로 수십~수백 초 이상의 플라즈마 방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KSTAR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순수 국내 기술로 수백 초 이상 고성능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다음 연구목표”라고 말했다.

*논문명 : Avoiding fusion plasma tearing instability with deep reinforcement learning

*저자: 서재민 교수(제1저자/중앙대학교), Egemen Kolemen 교수(교신저자/프린스턴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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