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으로 엇갈린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두고 또다시 맞붙었다. OCI그룹이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취득하는 것에 대해 장차남(임종윤·임종훈)이 모녀(송영숙·임주현)가 사익편취를 위해 헐값에 넘겼다고 주장하면서 부터다.
경영권 프리미엄, 뭐길래
임종윤·종훈 형제는 지난 19일 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과 통합 과정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지 않았고, 이 때문에 주주들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OCI그룹이 취득 예정인 한미사이언스의 신주 발행가액이 지난달 11일 종가와 같은 3만7300원으로 사실상 경영권 프리미엄이 ‘제로(0)’에 수렴한다는 것이다.
형제는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의 통합과정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전혀 챙기지 못한 것이 극히 이례적”며 “매출 1조5000억원의 한국 대표 제약사 프리미엄을 제로로 책정해 결국 손해보는 것은 국민연금 등 기관과 소액주주”라고 밝혔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기업의 대주주가 경영권과 함께 주식을 양도할 때 양수인이 대주주 측에 시가를 초과해 지불한 웃돈(할증액)을 뜻한다. 이는 통상 피인수기업의 현재 및 미래가치,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이에 송영숙·임주현 모녀는 즉각 “통합 취지를 왜곡한 악의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OCI그룹과 통합은 기업을 매각하는 인수합병(M&A) 거래가 아니라, 사업 시너지를 내기 위한 경영 전략의 일환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지 않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모녀 측은 “임종윤 사장 측이 배포한 자료는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일방적으로 인수합병한 사례를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라며 “반면 한미그룹과 OCI그룹 간의 통합은 양 그룹의 경영권은 그대로 유지한 상황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한 모델이므로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영권 매각 맞다 vs 아니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에 따르면 두 그룹은 통합 후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각자 대표로 맡아 공동 경영을 수행한다. 특히 통합 이후 임 사장은 OCI홀딩스 지분 8.6%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오른다. 실질적으로나 형식적으로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이 통합그룹 체제 안에서 유지되는 구조다.
하지만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이와 무관하게 OCI그룹이 통합 후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는 만큼 사실상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은 OCI그룹 측에 양도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임종윤 사장의 한 측근은 “임주현 사장이 OCI홀딩스 지분 8%를 가지고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겠느냐”라며 “겉보기에만 경영권을 유지한 것일 뿐이지 실제 한미사이언스를 이끄는 파워는 지분 27%를 보유한 OCI그룹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임 사장 측은 한미사이언스가 OCI그룹의 통제를 받으면 한미약품 등 자회사에 대한 지주사 지위를 잃어 주가가 저평가 받을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한미사이언스가 OCI그룹의 중간지주회사로 전락할 경우 복잡해지는 의사결정 구조에 따른 투자자들의 불신 증대로 PBR(주가순자산비율)이 현재 대비 50% 수준까지 디스카운트 될 수 있다”고 했다.
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에 사실상 경영권을 매각했는지 여부는 임종윤·종훈 형제가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 심문에서도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법원이 두 그룹의 통합을 인수합병 거래로 보느냐 여부에 따라 가처분신청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처분신청 1차 심문기일은 오는 21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대표(변호사)는 “상법은 주주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이외의 목적을 위한 유상증자를 허락하지 않는다”며 “한미그룹과 OCI그룹 간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안은 사실상 경영권을 양도하는 것이라면 상법상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