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량, 해킹 등의 이슈가 발생한 코인의 상장 유지 여부에 대해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서로 다른 조치를 취해 이용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상장과 폐지를 전적으로 거래소 자율에 맡기다 보니 공정성도 잃고 이해관계가 우선시돼 이용자 보호는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갤럭시아(GXA)코인 재단이 빗썸의 상장폐지 결정에 대해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갤럭시아는 빗썸에서 최종 퇴출됐다. 효성그룹 계열사가 발행한 갤럭시아는 지난해 해킹과 유통량 이슈가 발생해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똑같은 코인을 상장한 고팍스는 “갤럭시아가 투자자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충실히 이행했다”며 투자경고 종목을 해제해 현재 정상적으로 거래지원을 하고 있다.
신호등으로 비유하면 빨간불과 초록불이 동시에 들어온 것과 비슷하다.
두 거래소의 엇갈린 결정에 가격은 요동쳤고 가격 급락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갤럭시아는 이날 고팍스에서 2.2원대 거래 중이며 지난 4거래일동안 고가 대비 무려 60% 가까이 급락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바로 직전에는 업비트와 빗썸, 고팍스에 상장된 크레딧코인(CTC)이 이슈가 됐다. 발행량 논란이 있는 크레딧코인에 대해 빗썸은 투자유의종목 지정을 연장했고, 업비트와 고팍스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코빗은 신규상장까지 했다.
지난해에는 위믹스(WEMIX)가 문제가 됐다. 유통량 등 문제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고팍스는 거래소간 합의마저 깨고 위믹스를 재상장했고, 업비트를 제외한 다른 거래소들도 앞다퉈 위믹스를 상장했다. 이후 코빗, 고팍스는 대대적인 위믹스 마케팅을 진행하며 지금도 전체 거래량의 상당 부분을 위믹스에 의존하고 있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거래소가 각자 다른 판단을 하면서 거래소의 상장·폐지 정책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거래소 협의체(DAXA)의 자율규제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 무너진지 오래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운영 중인 상장심사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모든 거래소는 외부 인사 등이 참여한 독립된 상장위원회를 운영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독립성을 이유로 위원회의 구성, 의사결정 과정 등은 공개하지 않아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점유율과 수익에 급급한 거래소들이 시장 투명화와 이용자 보호보다 이해득실만 따져 상장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며 “독립된 상장심사위원회도 외부인은 이름만 걸어 놓고 실제 상장과 폐지는 거래소 일부 인사가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러한 거래소들의 행태가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거래소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 코인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하기도 하고, 눈감아 주기도 하는 무원칙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자율 규제가 유명무실해지면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