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국내 거래 여부에 대한 시장과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정부 기관들이 잇달아 엇갈린 발언을 내놓으면서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국에서 ETF가 승인된 직후인 12일 금융위원회는 “국내 증권사가 해외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기존의 정부 입장과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원칙적으로 거래 불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당일 금융위 부위원장을 불러 비트코인 ETF 관련 긴급 현안 보고를 받고 “다각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15일 금융위는 재차 국내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불가하다고 발표했다. 금융위는 자본시장법 위배 등을 근거로 “미국은 우리나라와 법체계 등이 달라 미국사례를 우리가 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ETF 승인 여부에 대한 정부 입장이 정리되는 듯했지만, 18일 대통령실은 또다시 재검토 가능성을 언급했다. 성태윤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금융위원회에 한다 안 한다는 특정한 방향성을 갖지 말도록 얘기한 상태”라며 “법률 체계를 변화시키거나 또는 해외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우리나라에 수용될 수 있거나 이런 방향을 함께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서도 정부가 애매모호하게 발언하면서 시장이 동요하고 있다.
16일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2년전 가상자산 과세와 함께 유예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언급하면서 “금투세는 폐지 입장이고, 가상자산도 같이 논의해야 할 사안으로 현시점에서 연계된다 안된다 말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애매모호한 발언에 대해 시장은 즉각 가상자산 과세를 손 볼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가상자산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이슈에 대해 정부가 세부 검토 없이 오락가락 입장을 내자 시장 혼란만 조장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선거를 앞두고 책임도 못질 선심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회사의 대관 담당자는 “비트코인 ETF든 세금이든 모두 관련법령에 근거해 판단하고 시행하는 사안들인데 현재 법령의 개정 등 움직임은 어디에도 없다”며 “충분한 검토없이 정부 관료들이 발언한 내용을 언론이 발췌해 받아쓰고 여론이 형성되다 보니 실현 가능성 없는 얘기들이 시장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도 “총선 전이라 정부 관료들이 민심을 달래는 발언을 하다 보니 이런 혼란이 빚어지는 것 같다”며 “현실적으로 올해 안에 국회 논의를 거치고 관련 규정을 정비해 ETF를 승인하고 과세체계를 변경할 가능성은 아주 낮게 보고 있다”며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