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경영권 분쟁]③한미·OCI 통합, 기대와 우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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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업종에서 50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한미그룹과 OCI그룹이 재계 역사상 전무한 ‘그룹 통합’에 나선다. 통합법인 아래서 두 그룹이 제약바이오, 첨단소재·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각자 경영하는 방식으로, 석유화학기업에서 시작해 다국적 제약사로 거듭난 ‘바이엘’의 선례를 따라가겠다는 구상이다.

‘딱’ 맞아떨어진 니즈

한미그룹과 OCI그룹은 지난해 11월 논의를 시작한 지 약 3개월 만에 이사회 결의 등 통합 절차를 신속히 진행했다. 신약개발을 위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한미그룹, 지난 2018년 투자를 시작한 제약바이오 사업에서 고전하던 OCI그룹의 이해관계가 빈틈없이 맞물리면서다.

특히 이우현 OCI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그룹 사장이 각자 대표 형태로 공동 이사회를 꾸리기로 하는 등 통합에 걸림돌이 될 만한 잡음을 최소화했다. 임주현 사장 등 한미그룹 오너일가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상속재원을 마련하는 동시에 경영권을 지키고, OCI그룹은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인수해 재무적 부담을 줄이는 그림이다.

한미그룹은 이번 통합 이후 OCI그룹의 든든한 지원 아래 신약개발에 매진할 예정이다. OCI그룹은 재계에서 현금부자로 손꼽히는 기업 중 하나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OCI홀딩스의 현금성 자산(연결기준)은 1조705억원으로, 여기에 장단기 금융상품(5034억원)을 포함하면 차입금을 모두 갚아도 돈이 남는 상태다. 이번 통합과정에서 한미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 매입과 3자 배정 신주 인수로 5175억원의 현금유출이 예상되지만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신용평가사들의 분석이다.

특히 국내 5대 제약사인 한미그룹을 파트너로 품으면서 그동안 고전하던 제약바이오 사업에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앞서 OCI그룹은 지난 2022년 인수한 부광약품이 수익성 측면에서 적자를 이어가며 제약바이오 부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한미그룹은 통합 과정에서 OCI홀딩스를 대상으로 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24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 실탄을 당장 확보할 수도 있다. 한미그룹은 이를 통해 임주현 사장이 중장기 사업으로 밀고 있는 비만관리 신약을 개발하는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위험’도 같이 나누는 사이 

낙관적인 전망 만큼이나 시장에는 전례 없는 그룹 간 통합 사례를 두고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사업다각화가 위험을 분산하는 효과도 있지만 반대로 그동안 신경쓰지 않던 분야의 위험을 떠안게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업황이 꺾이는 가운데 한미의 신약개발마저 성과를 내지 못하면 OCI와 한미가 따로 있을 때보다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국내 제약사 중 최다 규모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한미약품의  지난 3년(2020~2022년) 연평균 연구개발비는 약 1880억원에 달했다. 최근에는 유망 비만치료 후보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임상 3상에 들어가 막대한 개발자금이 필요한 상태다. 통상 임상 3상은 전체 신약개발 과정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요구하는 단계다.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는 국내 임상 3상에서만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한미그룹은 그동안 신경쓰지 않던 태양광 사업의 부침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최근 OCI홀딩스는 중국산 태양광 부품 공급 과잉으로 실적 하락세를 걷고 있다. 특히 올해 열리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시 태양광 부품 세제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폐지되고, 신재생에너지 사업 전반이 위축될 위험도 있다. 기존의 사업과는 무관한 새로운 사업환경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OCI그룹 관계자는 “독일의 다국적 제약사 바이엘과 같은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게 두 그룹이 공유하는 비전”이라며 “지금은 한미그룹과 함께 사업 방향성을 발전시키는 통합 초기 단계로 본업 경쟁력이 약해진다거나, 시너지 여부의 유무를 판단하기에는 섣부르다”고 했다.

경영권 분쟁, 통합 최대 변수

고(故) 임성기 한미그룹 창업주의 장남이자 한미사이언스 2대주주인 임종윤 사장의 반발은 두 그룹 간의 통합을 흔드는 최대 변수다. 임종윤 사장은 기업 경영에 중대한 사안을 주주동의 없이 결정한 점에 반발하며 한미그룹을 상대로 법적 대응, 경영권 확보 등을 통한 대응에 나섰다.

그는 지난 17일 동생인 임종훈 사장과 함께 수원지방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 통합 과정에서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이다.

한미그룹과 OCI그룹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사회 결의가 끝난 사안으로 유상증자가 문제가 될 일이 없다는 입장이다. 두 그룹 모두 이사회의 만장일치 결의를 통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영권 분쟁 중에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못하도록 판례로 못 박아두었지만 이번 사례는 유상증자를 결의한 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건”이라며 “선후관계가 다른 이 경우는 법에서 제한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반면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대표(변호사)는 “상법은 주주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이외의 목적을 위한 유상증자를 허락하지 않는다”며 “한미그룹과 OCI그룹 간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안은 사실상 경영권을 양도하는 것으로 상법상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그룹과 OCI그룹은 경영권 분쟁이 더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임 사장을 만나 이번 통합의 취지와 방향성을 충분히 설명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14일 이우현 OCI그룹 회장이 임 사장을 만나 설득하는 데 실패했듯 한 번 돌아간 그의 마음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결국 이번 경영권 분쟁 사태는 법원 가처분 신청을 거쳐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하는 것으로 일단락될 것”이라며 “이 과정까지 가지 않도록 어떻게 임 사장을 설득하느냐가 한미그룹과 OCI그룹이 당면한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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