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가 1년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국내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하반기에는 손익을 확정 짓는 매물이 나오고 과세를 회피하려 해외로 빠져나가는 투자자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올해 상승장을 예상하면서 투자자 이탈과 시장 위축 등의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매매차익의 22% 부과
개정된 소득세법에 따라 가상자산 소득은 2025년 1월1일 이후 양도·대여분부터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 된다. 소득금액은 양도가액에서 취득가액, 거래 수수료 등 부대비용을 차감해 계산한다.
차익에 대한 기본공제는 연 250만원이며 세율은 22%(지방소득세 2% 포함)이다. 분리 과세로 세금 신고는 당해년도 손익을 통산해 다음해 5월 종합소득세 신고기간에 기타소득으로 신고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내년 1월1일에 비트코인 1개를 1억원에 취득한 후 12월말에 1억5000만원에 매도한 경우, 소득금액 5000만원에서 250만원을 공제한 4750만원에 세율 22%를 적용해 2026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시 1045만원의 소득세를 낸다.
정부가 가상자산 소득을 주식에 적용하는 금융투자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이에 따라 기본공제가 5000만원이 아닌 250만원으로 제한한 점 등은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60여개국 과세…일본·인도 높은 세율에 직격탄
한국은 과세체계 미비, 여론 악화 등으로 과세가 두차례 연기돼 내년부터 개인투자자에 대한 과세가 시행되지만 미국, 일본, 독일 등 이미 많은 국가가 가상자산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이미 2021년말 기준 65개국이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시행 중이다.
법인·개인 투자자 비중 등 시장 환경과 과세 형태, 보유기간 등 조건, 세율 등 국가마다 차이가 커 과세에 따른 영향은 제각각이지만, 징벌적 성격의 높은 세율로 직격탄을 맞은 경우도 있다.
일본은 과도한 세금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를 겪은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은 현지 마운틴곡스 거래소가 약 10년전 글로벌 비트코인 거래량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활황기를 보였지만 이후 마운틴곡스가 해킹으로 파산하고 또 다른 거래소 코인체크도 해킹으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면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규제의 일환으로 높은 세율을 적용했다. 지난 2017년 12월 과세안을 마련한 일본 정부는 매매 수익에 최소 15%, 최고 55%(주민세 10% 포함)를 세금으로 부과했다. 특히 종합과세 방식으로 가상자산 매매수익과 급여소득 등을 합산한 높은 세율을 적용해 세금 부담이 컸다. 사업자에도 이익이 실현되지 않은 가상자산에 대해 50%의 세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후 일본 가상자산 시장 거래량이 크게 줄었고 가상자산과 블록체인기업 등 사업자들은 해외로 이전하거나 사업을 정리하는 절차를 밟는 등 침체기를 겪었다. 다만 최근에는 개인에 대한 세율을 55%에서 20%로 경감하고, 기업의 장기보유 가상자산에는 비과세 정책을 추진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인도는 2022년 4월부터 가상자산 매매 이익에 대해 30% 세율을 적용하고 거래에 대해 1%의 원천징수세(TDS)를 부과했다. 과세 이후 인도의 가상자산 거래량은 단기간에 70%가량 줄었고 점차적으로 90%까지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징벌적 과세와 함께 인도 당국의 감시와 규제 강화로 지난해 상반기 중에만 인도 가상자산 거래금액 중 38억달러 상당이 해외로 빠져나갔고, 현지 거래소들은 신사업을 찾고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등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하반기 일시적 위축 vs. 상승장에선 영향 제한적
시장과 업계는 과세가 단기적으로는 시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과세를 통한 재원 확보 등 제도화로 이용자 보호와 안전한 투자 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했다.
장경필 쟁글 ERP 챕터장은 “연말 대주주 양도세 회피를 위해 주식을 매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세를 앞둔 하반기에는 손익을 확정짓는 성격의 매물이 시장에 출하될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의 복잡한 과세 프로세스의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해외 거래소나 탈중앙화거래소로 빠져나가는 자금도 일부 존재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거래량 감소 등 일부 위축 시그널이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의 경우와는 다르다고 봤다. 그는 “일본은 과도한 과세가 가상자산 생태계와 리테일 투자 시장의 위축을 불러 일으켰다”면서도 “한국의 경우 다소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으나 일본 대비 세율이 낮아서 시장 괴멸 수준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대다수의 IT 기업들이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생태계가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점도 우리나라 시장과 다른 국가와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세무회계 플랫폼 크립토택스의 윤동환 대표는 올해 상승장을 예상하면서 과세로 인한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윤 대표는 “극장 사업자들이 가격을 올릴 때가 블록버스터 영화가 개봉할 때”라며 “일시적으로 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올 수 있지만 올해 가상자산 시장이 상승하면 투자심리도 살아나고 반발도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과세가 지금보다 더 안정적인 거래 환경을 만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과세로 이용자 보호 법령이나 시스템이 보완될 수 있는 예산 확보가 가능해 앞으로 더 안전하고 안정적인 가상자산 거래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챕터장도 “과세 지원을 위해 고객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절차가 확립돼 시장 자정 작용이 일어날 것”이라며 “세수가 확보되면 정부도 이전처럼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던 시선에서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촉진하고 장려할 수 있는 분위기로 전환될 수 있다”고 봤다.
일각에서는 과세가 거액 개인 투자자의 이탈, 김치코인 거래 감소 등을 불러올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거래 환경은 법인투자자의 참여가 제한된 개인 중심 시장으로 대다수 100만원 미만 소액 투자자는 과세 영향이 없겠지만, 큰 거래를 일으키는 일부 고래 투자자는 자금 추적을 피하고 수익 보전을 위해 코인을 처분하거나 해외로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또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전세계에서 거래되는 코인은 영향이 없고 국내에서 주로 거래되고 소수가 거래를 좌지우지하는 김치코인도 거래 감소 등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