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생태계 교란”…알뜰폰업계 우려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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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진 한국알뜰사업자협회장 겸 세종텔레콤 회장이 21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협회 주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수연 기자 papyrus@

은행권의 알뜰폰 사업이 심각한 생태계 교란을 부르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거대 자본을 기반으로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사업에 뛰어들면서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출혈’ 도매대가…생존 위협” 

김형진 한국알뜰사업자협회장 겸 세종텔레콤 회장은 21일 서울 중구 인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이 막대한 자본을 가지고 우리 알뜰폰 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정부는 (알뜰폰 업계에) 대기업이나 메기를 넣어서라도 통신비를 줄이려고 하는 것 같지만, (원가 이하 판매 등으로 은행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기존 사업자들에게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현재 은행권에서는 KB국민은행의 ‘KB리브엠’이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으로 알뜰폰 서비스를 하고 있다. 리브엠 가입자는 연초 40만명을 돌파해 50만명을 향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은행이 알뜰폰 사업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은행권의 진출 의도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고명수 스마텔 대표이사는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에 뛰어든 지 1년이 넘었고 이제는 우리은행까지 검토 중인 상황”이라며 “리브엠은 연간 5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알뜰폰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고객 정보를 활용해 대출, 카드 등에 활용하려는 게 아닌지 저의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은행권의 제공단가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 대표는 “도매대가를 100원으로 잡는다면 이를 80~90원에 판매해 더욱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는 게 은행권의 방식인데, 여기에서 생기는 손실이 고객정보를 얻는 비용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라며 “이용자로서는 더 저렴한 요금제를 이용하니 당장은 좋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파행적인 경쟁구조로 가게 되고 또 하나의 독점 행태가 돼 통신비가 더 부과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의 본업 이외 부수 업무에 제약을 두는 금산분리 원칙의 위배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혁신이 가속하면서 금산분리 규제는 완화되는 추세다. 

알뜰폰 브랜드 ‘이야기모바일’ 사업자인 큰사람커넥트의 박장희 전무는 “정부가 규제 혁신이란 이름으로 (은행의 알뜰폰 진출을) 풀어줬는데 앞서 개인정보 수집 건에서 보듯 그들이 원하는 건 적자를 보더라도 개인의 금융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라며 “시장을 무너뜨리는 파괴적인 요금제를 내세워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행위 자체가 가장 큰 폐해”라고 지적했다. 

알뜰폰 ‘프리티’ 사업자인 인스코비의 전광필 상무도 “국민은행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고 다른 은행들의 추가 진입이 이어진다면 기존에 10년 이상 사업 성장을 위해 노력해 온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의 생태계 유지 자체가 불확실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민은행이 금융위에 알뜰폰 부수 업무 신고를 아직 완료하지 않았는데 과당경쟁이나 사업 건전성 훼손 방지 등의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상설화는 환영…정부 역할은 필요”

‘도매제공 의무제도’ 상설화 법안 통과에 대해서는 환영하면서도 통신 3사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알뜰폰 망 도매제공 의무제도는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알뜰폰 사업자에 반드시 망을 제공하도록 한 것으로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도매제공 의무제도 상설화와 더불어 1년 유예를 전제로 향후 사후 규제를 도입하는 게 골자다. 다만 1년 후에는 알뜰폰 회사들이 정부 개입 전 개별적으로 도매대가 협정을 체결하게 된다.

김형진 회장은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어느 정도 정해서 협상하게 해주기 때문에 (알뜰폰 사업자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통신3사가 회피 가능 비용이라고 못박을 때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사업자가 하는 일을 (통신 3사 자회사, 은행 등이) 거대 자본을 가지고 들어와 손해를 보면서 하는 것은 지양했으면 좋겠다”며 “정부도 그런 것을 감안해 정책을 펴달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사업자들이 남은 1년간 열심히 해서 자체설비를 보유한 풀(Full) 알뜰폰 등을 준비하고 도매대가 협상에 문제가 없으면 시설투자에 들어갈 것”이라며 “스팸, 본인확인 등 문제에 대해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알뜰사업자협회는 스마텔, 인스코비, 큰사람커넥트, 유니컴즈, 스테이지파이브 등 알뜰폰 업체 16곳이 회원사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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