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CSO(영업대행)에 대한 규제가 점차 강화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불법 리베이트 근절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영업활동이 위축될까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CSO 대상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화 법안이 적용된 데 이어 내년 10월부터 ‘CSO 신고제’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는 지난 2018년부터 의약품과 의료기기 기업들을 대상으로 의료인, 약사 등에게 제공한 경제적 이익 내역을 작성하고 관련 증빙 자료를 보관하도록 한 제도다. 이를 위반하거나 거짓 작성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법 시행 이후 6년만에 처음으로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 실태조사를 진행, 이달 결과발표를 앞두고 있다.
올해부터는 CSO에도 지출보고서 작성과 근거 자료 보관 등의 의무가 적용됐다. 제약바이오 기업에 이어 당장 내년에 CSO에 대한 지출보고서 실태조사에 돌입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내년 10월19일부터는 ‘CSO 신고제 및 교육의무’가 도입되면서 영업소 소재지 지방자치단체에 영업활동을 신고해야 한다. 이전까지 CSO는 의약품 판촉 영업자로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의약품 판촉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동안 제약업계에는 불법 리베이트 감시를 피하기 위해 영업사원들에게 법적 규제 밖에 놓인 CSO를 설립해 영업활동을 전개하도록 하는 일이 암암리에 이뤄졌다.
CSO 신고제가 시행되면 전국 CSO 수와 규모뿐만 아니라 제약사와 위수탁 계약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위수탁 계약 품목과 수수료 등을 통해 CSO를 매개로 이뤄지는 불법 리베이트 책임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제약사가 CSO에 특정 품목에 대해 높은 수수료율을 지급하거나 업계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수수료를 지급했다면 제약사에서 불법 리베이트를 종용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CSO 규제가 강화되면서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 사이에서는 제약사간 코프로모션(공동판매)이 확산하고 있다. HK이노엔의 경우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을 5년간 종근당과 공동 판매해왔고 최근 계약이 만료되면서 보령으로 파트너사를 변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HK이노엔은 삼양홀딩스의 파클리탁셀 성분 항암제 ‘제넥솔’을 삼양과 공동 판매하고 있다.
보령은 지난 3월 출시한 탈모 치료제 ‘핀쥬베스프레이’에 대해 휴온스와 코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했고 GC녹십자과 동국제약은 인슐린 제제인 란투스 바이오시밀러 ‘글라지아프리필드펜’을 공동 판매하기로 했다. 이밖에 올해 동국제약과 한국팜비오는 장정결제 ‘오라팡정’, 부광약품과 삼진제약은 B형간염 치료제 ‘타프리드정’ 등을 함께 판매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이처럼 CSO에서 제약사로 영업 위수탁 대상이 변화하는 이유는 제약사마다 강점이 있는 영업력을 활용할 수 있어서다. 예를 들면 보령은 위장약 ‘겔포스’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CSO 신고제가 도입되면 1인 CSO처럼 규모가 작은 곳들은 자연히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며 “규모가 작은 CSO보다 제약사가 갖고 있는 영업력과 윤리경영 시스템을 통해 영업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