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CAR-T(키메릭 항원 수용체) 치료제에 대한 규제를 시사하면서 국내 CAR-T 신약 개발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향후 FDA를 따라 국내 업계로 규제가 확산될 수 있고 규제당국의 의약품 허가 문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美 FDA “입원·사망 등 부작용 19건 확인”
미국 FDA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각) CAR-T 치료제에 대한 안전성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CAR-T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서 T세포 악성 종양이 발생하는 사례가 총 19건 확인되면서다. 이 중에는 악성 종양으로 입원, 사망한 환자도 있었다.
CAR-T는 환자의 몸에서 면역세포를 추출해 암세포에만 반응하는 특정 수용체를 주입한 후 이를 다시 환자에게 투여해 암을 치료하는 맞춤형 치료제다. 주로 백혈병, 림프종 등 혈액암 치료에 쓰이며 단 한 번의 투여로 높은 완치율을 나타내 ‘꿈의 항암제’로 불린다.
FDA가 최초로 품목허가를 승인한 CAR-T는 지난 2017년 노바티스의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다. 킴리아는 국내에서 2021년 품목허가를 받았고 1회 투여 비용만 약 3억6000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치료제다.
이날 FDA는 향후 조사결과에 따라 규제 조치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며 국내외 CAR-T 기업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는 등 세포유전자 시장이 발칵 뒤집혔다. 현재 국내에서 CAR-T 치료제를 개발하는 곳은 큐로셀, 앱클론, 티카로스, 유틸렉스 등이 있다.
그러나 시장우려와 달리 업계는 FDA가 고강도 규제를 시행할 가능성이 작을뿐더러 규제의 영향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CAR-T 치료제의 임상적 이점이 잠재적 위험보다 커 사용을 금지하기 어렵고, 국내외 시판 중인 CAR-T 치료제는 이미 사용설명서에 2차 악성 종양 발생 가능성을 적시하고 있어서다.
가장 유력한 FDA 규제안으로 최고 수준의 경고문구인 ‘블랙박스 경고문’을 CAR-T 치료제에 부착하는 방안이 거론되나 현재 시판 중인 CAR-T 치료제는 이미 사용설명서에 관련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어 블랙박스 경고 부착으로 인한 처방 등의 영향은 적을 것으로 분석된다.
국산 CAR-T 치료제 허가에 미칠 영향은
이밖에 국내 업계가 주목하는 건 이번 FDA 안전성 조사가 국산 CAR-T 치료제 허가에 미치는 영향이다. CAR-T 치료제의 안전성 문제가 처음 불거진 만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CAR-T 치료제를 허가 심사하는 과정에서 이전보다 더 강화한 요건을 요구할 수 있어서다.
현재 국내에서 국산 CAR-T 치료제 출시가 가장 임박한 기업은 큐로셀로, 최근 자체 개발한 CAR-T 치료제 ‘안발셀(안발캅타진 오토류셀)’이 임상 2상을 마치고 내년 품목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CAR-T 치료제는 임상 3상서 비교 가능한 대조약이 없어 현재 2상 데이터 만으로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다.
FDA가 성명을 발표한 다음 날 큐로셀은 주가가 하루 동안 약 10% 하락하는 등 시장의 우려가 큰 모습을 보였지만 예정대로 내년 허가신청을 해 이듬해 승인을 받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앞선 임상에서 치료제의 안전성을 검증한 데다 식약처가 CAR-T 치료제에 대해 시판 후 15년간 부작용 모니터링을 시행하는 등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를 이미 취하고 있어서다.
큐로셀은 지난 6월 공개한 ‘안발셀’ 임상 2상 중간데이터에서 부작용 분석대상에게서 경쟁약인 노바티스 킴리아보다 낮은 3등급 사이토카인신드롬(CRS) 발생률 14.6%, 3등급 신경독성(ICANS) 발생률 7.3%을 나타낸 바 있다. 킴리아의 3등급 이상 CRS 및 ICANS 발생률은 각각 23%, 11%다.
국내 CAR-T 업계 관계자는 “CAR-T 치료제는 말기혈액암 환자의 유일한 희망으로 이들 환자가 받을 수 있는 이점이 FDA에 보고된 위험보다 크다고 본다”면서 “당장 신규 CAR-T 치료제 허가 규제에 미칠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