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낮추고, 참여 이끌고”…골목 안 예술가들이 필요한 이유 [골목에서 만나는 예술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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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쓸쓸함이 느껴지는, 타 지역과는 조금 다른 풍납동…

작업실이 좀 더 확장된 지점이면 좋겠다는 생각해”

골목 특유의 개성 그리고 저렴한 임대료. 예술가들이 골목으로 향하는 이유다.

2000년대 초 저렴한 임대료 때문에 예술인들은 문래동으로 향했고, 이제 그 골목은 문화예술거리의 대표적인 예로 손꼽힌다. 그러나 문래동처럼 큰 규모는 아니지만, 자신들만의 문화예술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골목’ 곳곳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있다.

ⓒ공간지은 ⓒ공간지은

서울 송파구 풍납동에서 갤러리 공간지은을 운영 중인 이진영 작가가 해당 지역의 골목을 찾은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풍납동에 처음 작업실을 연 이유에 대해 “작가로 활동하면서 작업실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시기에 풍납동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아마도 예술가들의 공통된 고민일 것 같은데) 1층 저렴한 월세 공간을 찾기가 어려웠다. 풍납동은 다른 지역에 비해 월세가 저렴하고, 낮은 건물들과 넓은 공원, 군데군데 빈 터들이 눈에 띄어 고즈넉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라 작업 공간으로는 최적의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주민, 또는 오가는 사람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활동의 폭도 넓혔다. 주민들의 생활공간 속에 자리를 잡게 되고, 이에 그곳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또 주민들과 가깝게 소통하면서 ‘함께’ 즐기는 예술로 의미를 확장한 것이다.

이 작가는 원래 작업실이었던 이 공간의 절반을 현재 갤러리로 운영 중인데, 그 이유에 대해 “동네 산책이나 주변을 살펴보는 것에 흥미를 갖게 됐다. 자전거, 유모차, 동네를 산책하는 어린이집 아이들이 오가는 정말 분주한 골목이란 것도 알게 됐고 특히 아이들과 노인층이 많이 거주하는 곳임을 알게 됐다. 동네 곳곳에 펜스를 친 건물들이나 비어있는 터들이 많았고, 한산하기보다 약간 쓸쓸함이 느껴지는, 타 지역과는 조금 다른 모습들을 접하고 작업실이 좀 더 확장된 지점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예술가가 해야 하는 작업의 의미는 물론, 이것이 동네 주민들에게는 문화예술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골목 가정집에서 여러 창작자의 결과물을 관객들과 공유 중인 플랫폼 팜파 운영자 심이다은 대표는 해당 공간에 대해 “말 그대로 ‘골목의 집’이다. 연희동은 아직까지 개발 제한구역이 많아 아파트가 많지 않고 단독주택이나 다세대 주택 등 저층 구조의 건물이 많이 남아있는 서울에 얼마 남지 않은 특별한 동네”라고 설명하면서 “골목의 정서가 충만하고 동네를 걷다 보면 마주치는 강아지, 고양이가 참 많은 따뜻한 동네다. 그 길목 사이에 플랫폼 팜파가 자리하고 있으며, 동네에 사는 주민들뿐만 아니라 동네에 놀러 온 분들이 우연히 찾아 들어오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플랫폼 팜파를 시작하면서 ‘예술에 대한 진입장벽 낮추기’가 목표이기도 했다. 여전히 바라는 지점이기도 하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기에는 문화적, 사회적 역사와 환경이 달라, 적합하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장 보러 가는 길에 집 앞에 있는 갤러리에 슬쩍 들러서 그림을 보고, 아이들과 함께 문화공간에서 하는 워크숍에 부담 없이 참여해 다양한 사고를 키워나가는 모습이 제가 상상하는 이상적인 일상에서의 예술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며 골목 예술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짚었다.

이것이 동네, 나아가 해당 지역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전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풍남동 공간지은의 이 작가가 “개관 후 첫 기획전으로 펜 드로잉 작가들이 풍납동 곳곳의 모습들을 스케치로 담아내면서 ‘바람 이야기’ 전을 열었다. 이 전시를 계기로 동네의 상황을 알게 된 점들이 기억에 남는다. 풍납동은 풍납토성을 중심으로 백제의 유물이 출토되어 문화재 지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보상 절차에 의해 건물들이 하나둘 철거되며 문화재 펜스를 친 공간이나 주차공간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곳이다. ‘바람 이야기’ 전시를 통해 주민들은 자신들이 사는 동네를 그려주는 것이 신기한 경험이면서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고, 어떤 분은 곧 철거될 아버지 가게를 그림을 남기면 좋겠다는 제안도 해주셨다”고 경험을 전했다.

이후 풍납동 지도를 시각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을 해 지도를 관공서에 비치했으며, 송파문화재단의 지역활성화 지원으로 전시회 ‘매핑풍납 2022’를 진행하고, 풍납동 현 상황을 모티브로 작가들과 주민들을 매칭해 동네의 사라져 가는 모습을 담아 전시하는 주민 참여형 워크숍을 여는 등 다양한 활동도 이어 나가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작가는 “이런 활동은 주민들의 관심과 다른 지역에 풍납동을 알리는 계기가 된 지점이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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