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지나도 낙서를 안 하네” 얌전한 우리 아이?…이럴 땐 병원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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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조들은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고 값을 매겼다. 그만큼 우리 몸에서 눈은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장기다. 그런데 과거와 달리, 현대인의 눈은 태어날 때부터 이래저래 혹사당한다. 연일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신체 부위가 눈인 데다, 잠들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만지는 사람이 적잖아서다. 영유아 때부터 스마트폰 화면을 접하는 건 다반사다. 나이에 따라 눈에 더 잘 찾아오는 질환이 따로 있다. 생애주기별 눈 건강 관리 수칙과 챙겨야 할 검사를 알아본다.

0~2살… 물건 잡고 드는 동작 늦으면 안과 방문해야


갓 태어난 아이의 시력은 눈의 구조가 정상이어도 시신경·뇌가 덜 발달해 시력이 어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신생아의 안구는 위아래, 좌우로 쉽게 움직이는데, 이는 망막과 시각 중추가 미성숙해서다. 생후 3개월엔 모빌 같은 움직이는 물체를 따라 볼 수 있고, 4개월엔 물건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또 생후 6개월 땐 물건을 잡고 들면서 놀 수 있어야 한다. 돌(생후 12개월) 무렵엔 낙서하거나 멀리 있는 물건을 보고 가리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발달 과정에 따라가지 못할 땐 안과에 방문해야 한다.

신생아에겐 사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사시(斜視)는 ‘비껴서 본다’는 이름 뜻 그대로 두 눈의 시선이 똑바로 한 물체를 향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어떤 물체를 주시할 때 한쪽 눈의 시선은 그 물체를 향해 있지만, 다른 눈은 그렇지 못한 경우다. 생후 5개월 이후에도 사시 증상이 계속되면 안과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생후 6개월 이내에 발생한 사시는 선천성의 ‘유아성 사시’로 분류된다.

생후 6개월~1세 무렵에 대략적인 시기능 평가와 백내장, 망막질환, 녹내장 등 중증질환이 선천적으로 있는지 확인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권장된다.

2~5살… 근시·원시·난시 교정 안 하면 약시 위험↑


만 3~4살이 되면 평균 시력은 0.4~0.5에 이른다. 만 3~4세에서 시력이 0.4 미만이거나 만 5~6살의 시력이 0.5 미만인 경우 안과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만 4살 땐 ‘약시 검사’와 ‘굴절 이상 검사’를 통해 아이의 시력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좋다.

약시는 말 그대로 시력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맨눈으로 볼 때 눈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도 시력 장애가 있고, 안경을 착용해도 시력이 정상적으로 교정되지 않는다. 양쪽 눈의 시력 차가 시력표에서 두 줄 이상 차이 날 때 시력이 떨어진 쪽을 ‘약시안’이라고 한다. 양안의 시력이 교정해도 잘 나오지 않으면 치료 대상이다.

근시·원시·난시가 심한 굴절 이상이 있는데도 교정하지 않으면 약시 중에서도 ‘굴절 이상 약시’로 진단된다. 굴절 이상이 교정되지 않은 채 선명하지 않은 흐릿한 상만 계속 보면 이런 흐릿한 상에 익숙해져 나중에는 교정해도 정상 시력이 나오지 않는다. 굴절 이상으로 인한 약시의 경우 굴절 이상을 교정하고, 시력이 더 좋은 쪽 눈을 가려 약시안을 계속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치료법이 있다. 양쪽 시력이 같아질 때까지 이 방식을 지속한다. ‘좋은 눈’ 가림 치료로 약시안의 시력이 좋아지지 않거나 순응도가 현저히 나쁜 경우에는 가림 치료를 계속하기 어렵다. 약시를 4살 전에 발견해 치료하면 치료 성공률은 95%에 달하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에야 발견해 치료를 시도하면 사실상 시력 회복이 어렵다.

만 5살 전에 눈 검사를 받아 굴절 이상이 보이면 서둘러 안경으로 교정해야 한다. 5살 전에 굴절 이상을 발견해 안경을 착용하게 하면 근시·난시 등 굴절 이상으로 인한 약시로의 진행은 대부분 막을 수 있다. 이 시기의 안경은 시력 발달의 목적으로 착용하는 것이므로 안경을 항상 끼게 해야 한다.

6~10살… 근시 진행 속도↑ 엎드린 자세 X


이 시기에는 안구 길이가, 특히 앞쪽 길이가 빠르게 길어진다. 눈의 앞뒤 길이는 계속 성장할 수 있는데, 이때 과도하게 성장해 눈 길이가 많이 길어지면 근시가 급격하게 진행할 수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학계에선 우리나라 청소년기 학생의 50% 이상에서 근시가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근시는 유전적 원인, 환경적 원인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교육 정도가 높거나, 장시간 근거리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 근시가 더 많이 발생한다. 과도한 근거리 작업으로 인해 근시가 더 진행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이유다. 따라서 가능하면 지속적인 근거리 작업은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엎드린 자세는 눈 속 유리체의 압력이 증가해 눈 길이가 변하고 근시를 유발할 수 있다는 가설도 제기되므로 가급적 엎드린 자세에서 책을 읽는 건 피하는 게 좋다. 너무 어둡거나 밝은 곳에서의 독서도 삼가야 한다. 소아 근시 환자의 근시 진행을 억제하기 위한 치료법으로는 ‘아트로핀’을 점안하거나, ‘드림 렌즈’를 착용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모두 근시 진행이 가장 활발한 8~10살에 시행할 때 효과적이다.

10대… 눈 계속 커지면서 고도 근시 위험 ↑


청소년기에는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 사용량이 급증하고, 안구 크기가 계속 성장하면서 근시도 같이 진행한다. 따라서 고도 근시로 발전할 위험성을 주의해야 한다. 고도 근시가 생기면 성인이 됐을 때 황반변성·망막박리·녹내장 같은 중증 안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이 시기엔 시력 교정을 위해 안경·콘택트렌즈 착용 모두 가능하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안경이 으뜸이지만 콘택트렌즈를 착용해야 할 경우엔 눈 충혈·염증을 막기 위해 올바른 사용법을 지켜야 한다. 또 콘택트렌즈를 단독 착용하지 말고, 안경과 콘택트렌즈를 병용해야 한다. 성장기엔 눈 도수가 급변할 수 있어 시력 교정술 같은 수술적 치료는 시행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20~30대… 안구건조증 개선 안 되면 눈꺼풀 염증 의심


과거엔 안구건조증이 노화로 인한 기름샘이 굳어지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연령과 상관없이 발생하는 추세다. 특히 20대는 전자영상기기를 보호자 없이 마음대로, 30대는 업무 때문에 많이 사용하면서 2030 세대에서 안구건조증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보통은 인공눈물을 점안하는 조치만 취해도 개선된다. 하지만 안구건조증이 지속하거나,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라면 눈꺼풀 염증이 동반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안과 진료 후 염증부터 치료받아야 한다.

이 시기엔 눈도 안정기에 도달하면서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눈이 더 나빠지진 않는다. 이때의 시력 교정은 청소년기와 달리, 안경·콘택트렌즈 착용뿐 아니라 라식·라섹 등 시력 교정술로도 가능하다. 시력 교정술을 선택할 땐 무작정 특정한 시술을 선호하기보다는 자신의 상태를 검진받고 안과 전문의와 상의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정한다.

40~50대… 눈 건조·충혈 방치했다간 시력↓


눈은 신체 부위 가운데 노화가 가장 먼저 시작하는 곳이다. 눈의 노화는 20대부터 시작하는데, 그 증상이 대개 40대부터 나타난다. 노화가 큰 원인인 안질환에는 녹내장, 조기 백내장, 망막박리 등이 꼽힌다. 이들 질환은 빠른 치료가 좋은 예후의 관건이다.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조기 발견을 위해 정기검진을 받는 게 권장되는 이유다.

장년기에 들어서면 눈물양이 부족해지면서 눈이 빨리 마르는 ‘건성안’이 발생하기 쉽다. 건성안이 있을 때 눈이 건조하거나 충혈되는 간단한 증상부터 심하면 시력이 떨어지는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을 느끼면 빨리 치료받아야 한다.

가까운 글자·물체가 잘 보이지 않는 노안 현상은 주로 40대 중반부터 50대 후반까지 발생한다. 가까운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지 않는다면 시력 정밀 검사를 받고 노안에 따른 적당한 교정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까운 물체를 볼 필요가 있을 때마다 돋보기(볼록렌즈)를 착용하거나 이중초점렌즈·다초점렌즈 등을 사용해 가까운 물체와 먼 물체를 모두 볼 수 있도록 교정한다. 이런 안경 착용을 원하지 않는 경우 노안 교정 수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

60대… 빛 번지고 눈부시면 백내장 의심해야


이 시기에 시력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빛이 번져 보이고 눈이 부신다면 ‘백내장’을 의심해볼 수 있다. 눈 속에는 안경알처럼 투명한 수정체가 들어 있는데, 이 수정체는 사물을 볼 때 초점을 맞춘다. 이 투명한 수정체가 나이가 들거나, 눈 속에 염증이 생기거나, 외상을 당하면 사물이 안개가 낀 것 같이 흐려 보이는데, 이것이 백내장이다.

시야가 흐려지는 백내장은 60세 이상의 70%, 70세 이상에선 90%에 찾아온다. 노인성 백내장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급하게 치료해야 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에 불편을 줄 만큼 진행했으면 약물로 호전될 수는 없고,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빼내고 인공 수정체를 그 자리에 끼워 넣는 방식이다. 노안도 동시에 교정할 수 있는 백내장 수술법도 있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치료 방향을 설계해보자.

70~80대… 녹내장·황반변성 증상 나타나면 실명 위험↑


노년기 시력 도둑의 대표적인 안질환이 녹내장·황반변성이다. 시야가 흐려지고 왜곡되거나, 시야각이 좁아져 보이지 않는 부분이 생기면 이들 질환이 이미 진행 중일 수 있어 빨리 내원해 검사받아야 한다.

녹내장은 눈에서 받아들인 시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시신경에 병증이 생기면서 형태가 변하고 시야 결손이 생기는 안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실명의 원인’으로 꼽힌다. 과거엔 안압 상승이 녹내장의 주원인이었지만 최근 한국인의 녹내장은 안압이 정상인데도 녹내장이 발생하는 비율이 더 높아진 상태다. 녹내장 종류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르지만 크게 약물 치료, 레이저 치료, 수술 치료 등 3가지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황반변성은 눈의 망막 중심부에 있는 황반에서 발생하는 변성으로, 65세 이상 한국인의 실명을 부르는 1위 질환이다. 황반변성을 유발하는 위험 인자로는 나이(75세 이후 급증), 유전적 소인, 심혈관계 질환, 흡연, 고콜레스테롤 혈증, 과도한 자외선 노출, 낮은 혈중항산화제 농도 등이다. 황반은 우리가 물체를 인식하고 색을 구분하는 등 시력의 90%를 차지한다.

이곳이 변성되는 황반변성 초기에는 글자·직선이 흔들려 보이거나 휘어 보인다. 결국엔 시력이 많이 떨어지고, 시야 중심부에 보이지 않는 부위가 생긴다. 시야 전체가 깜깜해져 암흑 속에서 살게 되는 건 아니지만 보려고 하는 부분이 어둡거나 왜곡돼 보여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레이저 치료, 항체 주사 요법 등 다양한 치료법이 있지만 예후가 불량하다. 따라서 예방과 조기 발견으로 질병을 막거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게 최선이다. 평소 루테인·지아잔틴과 비타민 C·E, 아연, 구리 등 영양소를 챙겨 먹고, 낮에 외출할 땐 선글라스를 착용하도록 한다.

도움말=유영주 김안과병원(망막병원) 안과 전문의, 서울아산병원 ‘건강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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