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대변으로 만든 알약 나왔다”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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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스트(Vowst), 2023년 4월 26일, 미국 FDA가 최초로 승인한 먹는 마이크로바이옴치료제 이름입니다.

이 신약(?)은 미국 내 만성 설사병 원인 1위이자 연간 1만 5000명~3만 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Clostridioides difficile), ‘줄여서 ‘C. 디프(C. diff)’ 감염병 재발을 방지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그 성분은 바로 사람 대변이랍니다. 건강한 사람에게 기증받은 대변을 살균 처리하여 살아있는 미생물 세포와 바이러스는 제거하고 좋은 미새물이 만든 포자만 남겨둔 것인데, 어쨌든 다른 사람의 그걸로 만든 캡슐 약입니다.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을 통틀어 ‘휴먼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부르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장내 미생물이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큰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장내 미생물이 만들어 내는 효소가 없다면, 우리는 음식물을 완전히 소화하지 못해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할 수 없습니다. 인체가 우리가 먹는 음식을 소화하는 데 필요한 효소를 모두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장내 미생물은 일부 비타민과 항염증 물질 등 우리 유전자로 만들 수 없는 여러 유익한 화합물도 만들어줍니다. 다시 말해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이 교란되어 조화가 깨지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는 거죠. 사실 바우스트의 핵심 작동 원리가 건강한 장내 미생물 생태계 복원 및 유지입니다.

이제 장내 미생물을 비롯한 휴먼마이크로바이옴의 정체는 상당히 파악했고, 이를 바탕으로 그들의 정확한 기능을 규명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Akkermansia muciniphila)’라는 세균이 차세대 미생물 치료제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2004년 건강한 사람의 분변에서 처음 분리된 이 세균은 일반인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비만부터 제2형 당뇨병과 아토피에 이르기까지 여러 대사질환과 면역 질환을 호전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국내 연구진이, 한국인에게서 분리한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가 실험 쥐에서 아토피 증상을 완화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건강한 사람의 장내 미생물과 비교해 아토피 환자의 체내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의 수가 적다는 실험 결과를 기반으로 연구를 시작한 연구진은 아토피 도울 모델에서 이 세균의 치료 효과를 검증함으로써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고 설명했습니다.

2012년 8월 19일자 《이코노미스트》는 표지 천재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소묘 를 패러디해서 인간의 몸을 각종 미생물의 집합체로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미생물이 사람을 만든다(Microbes maketh man)”라는 문구를 넣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영화 의 명대사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 maketh man)”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듯하네요. 매너는 예절을 지키는 ‘방식’을 말합니다. 종종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매너 손’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인사가 예절이라면 매너는 상황에 맞는 인사법이죠. 같은 예절이라도 갖추는 방법이 때에 따라 달라진다는얘기입니다.

생물학적 인간은 미생물이 완성합니다. 그런데 그 방식 역시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휴먼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치료제가 주목받는 가운데, 이 점을 잊지 않는다면 개인 맞춤형 치료제가 상용화돌 날도 멀지 않아 보입니다.

위 내용은 인기 베스트셀러 과학 교양 시리즈 에서 발췌,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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