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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의 파수꾼’ 기생벌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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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농업 이야기 242

환경생물 독성시험법 이야기

농업인의 숨은 조력자, 천적 곤충

농업 현장에서 큰 골칫거리 중 하나는 해충입니다. 진딧물과 총채벌레 같은 해충들은 작물의 양분을 빼앗고 병을 옮기며 수확량을 크게 떨어뜨립니다. 자연에는 이러한 해충들의 밀도를 조절해 주는 다른 곤충들이 있습니다. 바로 천적(天敵) 곤충입니다.

천적 곤충에는 해충을 잡아먹는 포식성 천적과 해충을 기주로 삼는 기생성 천적이 있습니다. 포식성 천적에는 노린재, 딱정벌레, 무당벌레, 풀잠자리 등이 있으며, 기생성 천적에는 기생벌과 기생파리 등이 있습니다.

생물학적 방제에 중요한 천적 곤충 중 하나는 기생벌입니다. 기생벌은 해충의 몸속에 알을 낳고, 유충이 해충의 몸속 조직 등을 먹고 자라며 최종적으로는 해충을 죽게 만듭니다. 이러한 기생벌에는 고치벌, 좀벌, 맵시벌 등 각각 다른 해충을 기주로 삼는 다양한 종이 있습니다.

다양한 기생벌 종 중 특히 진딧물에 기생하는 기생벌은 농약의 독성을 평가하는 대표 시험생물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농약을 등록할 때 천적에 대한 독성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독성을 평가하는 천적 곤충 중 하나가 바로 기생벌이며, 그중에서도 Aphidius rhopalosiphi를 기생벌 표준 시험종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Aphidius rhopalosiphi는 진딧물 기생성 천적으로, 진딧물 몸속에 산란하며 유충은 성충이 될 때까지 진딧물 몸속의 조직 등을 먹으며 자랍니다. 기생벌이 성충이 되면 진딧물은 미라(mummy)와 같은 상태가 됩니다. 기생벌 성충은 이러한 머미 상태의 진딧물 몸에 구멍을 내어 진딧물 몸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기생벌 성충이 뚫은 구멍이 있는 진딧물 머미(좌), 구멍이 없는 진딧물 머미(우) ©국립농업과학원

농약 등록 시 천적 독성 평가가 왜 필요할까?

농약은 해충을 효과적으로 없애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자연 생태계에는 해충과 천적 곤충이 함께 살아갑니다. 따라서 농약을 사용하면 해충뿐 아니라 천적 곤충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만약 농약 사용으로 인해 천적 곤충의 수가 줄어들게 되면, 해충을 잡아줄 천적이 없어 해충의 개체 수가 매우 빠르게 늘어날 것입니다. 또한 돌발 해충 및 새로운 해충 유입 시 이를 방제하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농업인은 해충을 방제하기 위하여 더 많은 농약을 사용하게 되고, 농약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비용과 환경 부담도 증가하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농약 등록 시 천적에 대한 독성 평가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천적 독성시험은 어떻게 진행될까?

농약 등록 과정에서 천적에 대한 독성시험은 IOBC(International Organisation for Biological Control) 시험법을 따릅니다. 대표적으로 많이 이용되는 시험생물은 기생벌(Aphidius rhopalosiphi)와 포식성 응애(Typhlodromus pyri)입니다.

이 중에서 기생벌에 대한 독성시험에 대해 알아볼까요? 기생벌 독성시험은 2단계로 진행됩니다. 1단계로 시험물질 노출 48시간 동안의 치사율을 확인하며, 2단계로 생식기능의 이상을 확인합니다.

기생벌 독성시험에는 진딧물 머미에서 나온 지 48시간이 지나지 않은 기생벌 성충을 사용합니다. 기생벌 독성시험을 위해서는 전용 케이지가 필요하며, 이는 두 개의 사각형 유리판과 하나의 사각형 스테인리스 프레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스테인리스 프레임에는 각 면에 3개씩 총 12개의 원형 구멍이 있습니다. 이 중 11개의 구멍에는 촘촘한 망사를 붙여 외부와 공기가 통하도록 합니다. 망사가 없는 1개의 구멍은 케이지 내부로 기생벌을 투입하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기생벌을 케이지에 투입한 후에는 이 구멍에 꿀물에 적신 거즈를 넣어 구멍을 막고, 기생벌에 먹이를 공급합니다.

기생벌 독성시험에서 시험물질은 유리판에 분무하며, 이것을 일정 시간 동안 건조합니다. 건조된 유리판을 스테인리스 프레임과 결합하며, 유리판은 시험물질이 분무된 면이 스테인리스 프레임의 안쪽으로 오도록 합니다. 이렇게 결합된 케이지 내부로 기생벌을 10마리씩 넣어 시험물질에 노출합니다. 기생벌은 48시간 동안 노출되며, 48시간의 치사율을 관찰합니다.

48시간 치사율 관찰 이후 살아남은 암컷 개체에 대하여 생식기능 이상을 확인하는 시험을 진행합니다. 암컷 기생벌 1마리씩을 진딧물이 접종된 식물에 24시간 노출합니다. 24시간 후 암컷 기생벌은 제거하며, 이후 약 10일간 생성된 진딧물 머미의 수를 확인합니다. 시험물질 처리구의 진딧물 머미의 수를 무처리구와 비교하여 유의한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기생벌 독성시험 케이지 ©국립농업과학원

실제 기생벌 독성시험 사진 ©국립농업과학원

시험 결과는 어떻게 활용될까?

시험에서 얻은 독성 값은 단순히 참고용으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 농약 등록 시 농약의 천적에 대한 위해성을 평가하는 데 사용합니다. 농약의 사용량과 천적에 대한 독성시험 값을 이용하여 농약의 천적 위해성을 평가합니다. 위해성 평가 결과 천적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되는 농약은 라벨에 “이 농약은 천적에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사용에 주의하십시오.” 같은 주의 사항을 표기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농업인은 자신이 사용하려는 농약이 천적에 위해성이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방향과 과제

우리나라에서도 천적 독성시험은 농약 등록 과정의 필수 항목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천적 독성시험은 유럽의 환경을 기준으로 마련된 IOBC 시험법을 따르고 있어 국내 환경을 대표할 수 없는 종을 시험에 사용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하여 국내 농업 환경에 보다 적합한 천적 시험종을 살펴보고 이에 맞는 시험법을 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기존 기생벌 시험종 Aphidius rhopalosiphi를 대신하여 국내에서 널리 활용하는 콜레마니진디벌(Aphidius colemani)을 국내 기생벌 시험종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으며, 추후 다른 천적 곤충에 대해서도 국내 환경에 적합한 종을 독성시험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글=황소정 국립농업과학원 독성위해평가과 농업연구사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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