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도 여성은 유독 더 피곤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실제로 많은 여성이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두통, 기분 저하, 집중력 저하 같은 증상을 쉽게 경험하곤 한다. 흥미로운 건 이 느낌이 단지 기분 탓이 아니라는 점이다.
영국 러프버러 대학 수면연구센터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적으로 하루 약 20분 더 긴 수면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단순히 체격이나 에너지 소비 때문이 아니라 뇌의 구조와 기능, 그리고 사용하는 방식에서 오는 차이 때문이다.
여성의 뇌는 다중작업을 더 많이 수행한다
여성은 일상적으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능력이 뛰어난 경향이 있다. 가사와 육아를 동시에 신경 쓰고, 업무 중에도 감정적 공감이나 언어적 처리 능력을 동시에 동원해야 할 때가 많다.
이러한 다중작업(multitasking)은 뇌의 여러 부위를 동시에 사용하게 만들고, 그만큼 신경 피로도가 더 빠르게 누적된다. 특히 전두엽, 측두엽, 해마 등 다양한 뇌 영역이 동시에 활성화되는 만큼 회복과 정비를 위한 수면의 시간과 질도 더 많이 요구된다. 연구진은 이를 ‘뇌의 과사용에 따른 회복 요구량 증가’라고 표현했다.
수면 중 뇌는 복구와 정리 작업을 한다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하루 동안 축적된 뇌의 정보와 감정, 자극을 정리하고 불필요한 연결을 끊어내는 복구 작업의 시간이다. 특히 깊은 수면 단계에서는 신경세포 간 연결이 약화되거나 재조정되며, 이 과정은 뇌를 효율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여성의 뇌가 남성보다 더 많은 신경 회로를 동시에 활성화했다면, 그만큼 수면 중에 정리해야 할 신호의 양도 많아진다. 이때 최소 20분 이상의 추가적인 수면이 있어야 신경계가 안정되고 다음 날도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호르몬 변화 주기도 수면 필요량을 늘리는 원인이다
여성은 생리주기, 임신, 폐경기 등 생애 전반에 걸쳐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같은 호르몬의 영향을 주기적으로 크게 받는다. 이 호르몬 변화는 뇌의 수면 중추와 체온, 기분, 수면 주기 전체에 영향을 주며 더 깊고 안정된 수면을 유지하는 데 장애가 되기도 한다.
특히 생리 전후에는 수면의 질이 낮아지고, 깊은 잠에 들기까지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따라서 남성과 동일한 수면 시간을 확보했더라도 여성은 그 질적인 측면에서 충분한 회복을 얻지 못할 수 있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수면 부족 시 여성은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같은 수면 부족 상황에서도 여성은 남성보다 감정 기복, 집중력 저하, 우울감 등의 증상을 더 강하게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뇌의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부위인 편도체와 전전두엽 간 연결이 더 섬세하고 복잡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며, 수면이 부족할수록 이 연결 구조가 쉽게 흔들린다.
또한 체내 염증 수치도 남성보다 더 빨리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국 면역력 저하, 만성 피로, 생리 불순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수면 부족이 여성에게 주는 건강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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