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REM) 수면이 시작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경우,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높거나 이미 알츠하이머 초기 증상을 보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면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그간 여러 차례 강조된 바 있으며, 이번 연구는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한 사례다.
렘 수면과 수면 단계 구분
수면은 크게 렘 수면과 비렘(Non-REM) 수면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비렘 수면은 다시 3개의 세부 단계로 구분된다. 보통 앞글자인 N을 따서 N1 단계~N3 단계로 부른다. 즉, 렘 수면을 포함해 총 4개의 세부 단계로 구성되며, 이들 단계가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하나의 수면 주기(사이클)로 본다.
일반적으로 처음 잠이 들면 비렘 수면의 3단계가 먼저 시작된다. 그 다음 렘 수면으로 이어졌다가 다시 비렘 수면으로 이어지며 주기가 반복된다. 비렘 수면으로 시작해 렘 수면을 마치는 하나의 주기는 보통 90분 정도다. 만약 하루 8시간 수면을 취한다고 하면 대략 하룻밤 수면 주기는 5~6회 정도 반복되는 셈이다.
물론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하나의 주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특히 노인의 경우 한 주기가 90분을 넘는 경우가 꽤 자주 있는 편이다. 여기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렘 수면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느냐 하는 것이다.
렘 수면은 흔히 말하는 ‘꿈을 꾸는 단계’다. 이 과정을 통해 뇌는 깨어 있는 동안 접했던 경험 등의 기억을 통합하고, 그에 관한 감정을 조절함으로써 뇌를 발달 및 회복시킨다. 신체 회복을 주로 담당하는 비렘 수면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회복을 위해 렘 수면의 중요성이 강조되곤 한다.
렘 수면 늦으면 알츠하이머 증상 심해
최근 「알츠하이머와 치매(Alzheimer’s and Dementia)」에 게재된 논문에서는 베이징에 위치한 한 병원의 신경과에서 평균 연령 70세인 노인 128명의 데이터를 확보해 분석을 실시했다. 이중 절반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사람이었고, 약 3분의 1은 알츠하이머 전단계라고 할 수 있는 경도 인지장애를 진단 받은 사람이었다. 그 외 나머지는 정상 수준이었다.
논문을 작성한 연구팀은 대상자들이 잠을 자는 동안 뇌파 활동과 눈 움직임, 심박수, 호흡 등의 지표를 측정했다. 이를 토대로 대상자들을 ‘조기 렘 수면’과 ‘지연된 렘 수면’ 그룹으로 나누었다. 조기 렘 수면 그룹은 잠든 뒤 98분 이내에 렘 수면 단계에 도달했다. 반면 지연된 렘 수면 그룹은 잠든 뒤 193분 가량이 걸렸다. 거의 3시간이 지난 뒤에야 렘 수면에 도달한 것이다.
지연된 렘 수면 그룹에 속한 사람들 중에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사람이 많았다. 똑같이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사람이라도, 지연된 렘 수면 그룹에 속할 경우 아밀로이드 수치는 약 16% 더 많았고, 타우 단백질 수치는 약 29% 더 많게 나타났다. 또한, 건강한 단백질인 뇌 유래 신경영양인자(BDNF)는 39% 더 적게 나타났다.
아침에 머리 맑지 않다면 렘 수면 부족 의심
일반적으로 자연스럽게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돼 있다. 여건이 된다면 오랫동안 잘 수 있겠지만, 보통은 자다가도 자연스럽게 깨는 일이 반복된다. 자연스러운 수면 시간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첫 번째 렘 수면에 도달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어떻게 될까? 이후 수면 주기의 간격이 짧아지거나 수면 주기 횟수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하룻밤 사이에 이루어지는 ‘렘 수면의 총량’이 줄어든다. 비렘 수면 역시 줄어들기는 마찬가지지만, 비렘 수면은 3개의 단계로 세분되는 반면 렘 수면은 1개의 단계만 존재하므로 상대적으로 차지하는 시간은 더 짧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전반적으로 수면의 질이 낮아질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만약 아침에 일어났을 때 머리가 맑지 않은 증상을 자주 겪는다면, 이는 렘 수면이 부족하다는 증거일 수 있다. 렘 수면이 기억을 통합하고 감정을 조절하며 뇌를 회복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내용을 중점으로 수면 패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을 연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렘 수면을 증가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것 중 하나는 ‘멜라토닌(melatonin)’이다. 멜라토닌을 투여하면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의 축적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렘 수면에 방해가 되는 물질을 차단함으로써 같은 효과를 얻은 연구 사례도 있다.
연구팀은 수면과 관련된 증상을 겪고 있다면 가급적 빨리 치료할 것을 권한다. 또한, 늦은 시간에 과도한 음주를 한 직후 잠드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들 모두 ‘건강한 수면 주기’를 방해하는 대표적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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