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과 경북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홍합의 단백질을 활용한 ‘폐암 치료용 흡입형 생체 나노입자’를 개발했다.
흡입형 치료법을 위한 약물 개발
폐암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발생률 상위에 속하는 암종이다. 폐암은 ‘소세포 폐암’과 ‘비소세포 폐암’으로 나뉜다. 소세포 폐암(small cell lung cancer, SCLC)’은 암 세포의 크기가 작고 빠르게 성장한다. 그만큼 전이도 빠르며 초기 단계에 발견되더라도 이미 다른 부위로 전이돼 있는 경우도 흔하다.
한편, 전체 환자의 약 80~90%가 ‘비소세포 폐암(non-small cell lung cancer, NSCLC)’에 해당한다. 세포의 크기가 비교적 크고 형태도 다양하다. 어느 부위에 어떤 형태로 발생했는지에 따라 여러 하위 유형으로 나뉜다. 상대적으로 성장 속도가 느린 탓에 초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드물고, 충분히 성장하거나 전이된 뒤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암 치료 동향에 따라 폐암 치료 역시 발생 부위에 직접 약물을 전달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폐는 호흡을 주관하는 장기이므로, 네뷸라이저나 흡입기 등을 활용하는 ‘흡입형 치료법’이 각광받는다. 약물이 폐의 병변 부위에 직접 도달하게 함으로써, 다른 부위의 약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폐에는 점막으로 된 장벽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약물이 폐 조직에 도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 뇌와 혈관 사이에 ‘혈뇌장벽’이 존재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또한, 면역 세포가 약물을 이물질로 인식해 공격할 경우, 효과가 반감될 우려도 있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 결과는 바로 이 지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홍합의 단백질에 착안한 나노입자
포스텍 화학공학과·융합대학원 차형준 교수, 화학공학과 정연수 박사 연구팀은 경북대학교 첨단기술융합대학 조윤기 교수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홍합에서 유래한 접착 단백질을 연구했다. 홍합의 접착 단백질은 수중에서도 높은 접착력을 발휘한다. 이를 활용하면 체내 점막에도 쉽게 접착 가능한 입자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족사 단백질(foot protein, fp)’은 해양 생물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접착성 단백질을 가리킨다. 홍합이 가지고 있는 것은 ‘족사 단백질 6형(fp-6)’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fp-6의 구조적 특성을 분석하여, 폐암 치료에 적합한 나노입자를 설계하고자 했다.
fp-6에 비해 단순한 구조를 지닌 ‘족사 단백질 1형(fp-1)’에 황(S) 원자를 포함하고 있는 아미노산 ‘시스테인(cysteine)’을 추가했다. 황 원자는 다른 분자와의 결합을 통해 다리 역할을 하거나, 단백질의 입체 구조를 안정화하는 데 기여한다. 즉, 시스테인을 추가해 단백질의 접착력을 강화함으로써 나노입자가 폐암 세포에 잘 부착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또한, 단백질에 시스테인이 포함될 경우, 산화·환원 반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세포는 산소를 활용한 대사를 활발하게 진행하며 ‘산화’ 환경을 유지한다. 이를 조절하기 위해 인체의 항산화 시스템이 존재하는 것이다.
반면, 암 세포의 경우 비정상적인 대사로 인해 높은 수준의 산화 스트레스를 발생시킨다. 이로 인해 암 세포 주위에서는 환원적 환경이 발생하게 된다. 시스테인은 산화 환경에서는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가, 환원적 환경에서 약물을 방출하도록 하는 핵심 요소다. 즉, 폐암 세포가 활발한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키면서 환원적 환경이 형성되면 비로소 약물을 방출하는 것이다.
치료 효과부터 편의성 향상까지 기대
연구팀은 개발한 나노입자의 효능을 검증하기 위해 동물 모델 실험을 진행했다. 나노입자에 항암제를 담고, 네뷸라이저를 통해 폐 병변 부위에 접촉시켰다. 나노입자는 폐로 이동한 다음 점막에 오랫동안 머무는 것을 확인했으며, 암 세포의 주변 조직 침윤 및 전이를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장점은 또 있다. 네뷸라이저 등 휴대가 가능한 도구를 활용하기 때문에, 병원에 가서 항암제를 투여받지 않더라도 환자 본인이 손쉽게 자가 투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를 이끈 차형준 교수는 “폐암 치료의 정밀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생체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인 「바이오 머티리얼즈(Biomaterials)」에 지난 12월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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